2월 8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온라인쇼핑몰 업체인 ‘웨이핀후이(唯品會⋅Vipshop)’에 300만위안(약 5억1000만원)의 행정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독점적 행위를 이유로 알리바바의 티몰, 징둥, 웨이핀후이 등 세 곳에 각각 50만위안(약 8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데 이은 것이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웨이핀후이가 자사 외 다른 플랫폼에 동시에 입점한 업체들을 조사한 뒤, 자사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이들 업체 제품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적 조작 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급성장한 인터넷(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겨냥한 처벌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웨이핀후이에 대한 300만위안 벌금 부과 발표 하루 전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해 11월 10일 발표한 ‘플랫폼 경제 분야 반독점 지침’ 초안을 구체화한 새로운 반독점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가이드라인은 소매 업체들에 자사 플랫폼만을 이용하라고 압박하는 것을 막는다. 또 플랫폼 기업들이 가격을 조정하거나 기술을 규제하고, 데이터 및 알고리즘으로 얻은 정보로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 등을 막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인터넷 빅3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로 대표되는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지난 20여 년간 유통, 문화, 금융, 교통 등 산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 10년간 거세진 모바일 인터넷 흐름에 올라탄 TMD(터우탸오·메이퇀·디디추싱)까지 가세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정부 통제를 벗어날 정도로 커지자 중국 정부가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플랫폼 경제 반독점 규제 강화를 두고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민간 빅테크사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력 과시 △불공정 행위가 두드러진 기업에 대한 선별적인 관리·감독과 규제 조치 강화 △대마불사 배제 차원에서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응징, 세 가지 시나리오로 해석했다.

로이터는 2월 7일 “(중국의 가이드라인이)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 새로운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와 티몰, 징둥닷컴 등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전자결제 서비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빅테크 규제 마윈 탓?…이미 작년 초 예고

플랫폼 기업으로 대변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가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 때문이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24일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에서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듯이, 과거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할 수 없다”며 금융 규제의 후진성을 공개 비판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3일 알리바바 금융 계열사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동시 상장 일정 중단 발표가 났다. 상장 이틀 전에 날벼락을 맞은 것. 한 달 뒤에는 알리바바그룹에 반독점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 발표가 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 작년 12월, 경제 정책 회의에서 “반독점 관리를 강화하고, 자본의 무질서한 팽창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중국 금융 당국은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에 본업인 전자결제 업무에만 충실하라는 통보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압박을 두고 마윈이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한 공산당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마윈 발언이 있기 전인 지난해 1월 2일 이미 ‘플랫폼반독점법’ 수정 초안을 발표하며 2008년 시행에 들어간 ‘반독점법’의 개정이 연내 이뤄질 것을 예고했다. 2008년에 입안된 반독점법이 지금처럼 디지털 경제가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 제정됐기 때문에 인터넷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규제할 근거가 부족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중국 IT 공룡들은 사실상 규제와 간섭의 무풍지대에서 큰 성장을 해왔다. ‘선시행 후규제’라는 중국 당국의 포용적인 규제 원칙도 도움이 됐다. 알리바바는 중국 민영기업의 고향으로 불리는 저장성 항저우에서 1999년 탄생했는데, 전자상거래 초기 단계 관련 법령이 미비한 상황에서 당국은 마윈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알리바바는 그사이 본업인 전자상거래는 물론 전자결제, 물류, 모빌리티, 배달, 미디어 등 중국인의 일상 모든 곳에 스며들었다. 알리바바는 중국인의 생활을 장악하며 중국 국민의 정보, 빅데이터를 모으게 됐다.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전자상거래와 전자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는 중국 지도부까지 찬양하고 나섰던 중국 ‘신 4대 발명품’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당정군민학, 동서남북중,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黨政軍民學, 東西南北中, 黨是領導一切的)’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구호를 부활시킨 시진핑으로서는 거대해진 인터넷 기업의 영향력이 반갑지 않다. 결국 마윈과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회장은 2018년 개혁개방 40주년 유공자로 나란히 선정됐지만, 이들이 일군 사업은 2년 만에 규제 타깃에 함께 올랐다.

공룡이 된 중국 인터넷 기업들에 쏟아지는 불만도 중국 정부의 플랫폼 반독점 규제 강화를 부추겼다. 지난해 4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 조치가 완화되던 시점, 중국 최대 음식점협회인 광둥음식점협회는 중국 음식 배달 점유율 1위인 메이퇀(美團)에 발송한 공개 서한에서 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들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메이퇀은 독점 계약을 체결한 가맹점의 경우 주문액의 15~20%, 그러지 않은 경우 18~23%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결국 메이퇀은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식으로 합의를 봤다.


中 “장기적으로 건강한 산업 발전 도모”

중국 당국의 인터넷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는 더욱 거세질 모습이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과 인터넷사무국, 국가세무총국은 플랫폼 반독점법 초안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6일 바이두, 텐센트, 바이트댄스(틱톡 운영사), 징둥, 메이퇀 등 27곳의 중국 대형 플랫폼 기업을 소환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독점 협의 등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라고 경고했다. 알리바바를 포함한 빅테크 기업은 그동안 조세피난처(tax haven)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해외 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고 중국의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는데, 정부는 이 같은 빅테크의 소유·지배구조까지도 재편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시장 점유율 50%를 웃도는 알리바바, 메이퇀 등이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지난해 10월 27일(현지시각) 317.14달러까지 올랐던 알리바바 주가가 연말에는 222달러로 30% 가까이 주저앉기도 했다. 알리바바의 주가는 올 들어 회복세를 타서 2월 16일 기준 270.70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플랫폼 반독점 규제 강화로 단기적으로 인터넷 대기업들이 타격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체질 개선과 건강한 산업 발전 도모를 기대하고 있다. 송지아(宋嘉) 중국 기계공업경영관리원 혁신센터 주임은 “플랫폼 반독점 규제는 산업 정책 법규로서 특정 인터넷 대기업을 겨냥한 규정이 아니다”며 “장기적으로 기업의 혁신과 합법적인 경영에 유리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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