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페이스북의 팬도,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팬도 아니다. 그는 정말로 문제다.”(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반독점 관리를 강화하고 자본의 무질서한 팽창을 막아야 한다.”(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표현의 자유는 특정 회사(트위터)의 조처에 따라 제한돼서는 안 된다.”(1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비대면 경제를 키우면서 전 세계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호시절이 지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중국·유럽·한국·일본 등에서 빅테크를 겨냥한 반독점 규제와 감시의 칼날이 매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는 규제가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며 반발하지만 이들의 승자독식 현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불공정행위 등이 연이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반독점 당국의 규제 강화는 되레 혁신의 선봉이었던 빅테크가 기득권이 되면서 신흥 기업의 혁신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비판과 맞물려 있다. 중국에서 앤트파이낸셜의 상장 중단과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 역시 이 같은 거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중국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대표적인 빅테크다. 이들은 SNS(소셜미디어)나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질적인 고객 그룹이 SNS·쇼핑 등을 통해 계속 모이면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안정적인 고객 네트워크를 통해 플랫폼 내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되자 서비스 개선도 이뤄지지만, 이들의 사업영역 역시 순식간에 확대됐다. 승자가 독식하는 업종 특성상 빅테크의 시장 독점력은 새로운 권력으로 발전하며 시장의 혁신과 발전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1월 9일 트위터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 불복을 부추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키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도 자체 규정에 따라 트럼프의 계정을 일시 차단한 사건은 각국의 빅테크 견제에 힘을 더했다. 플랫폼이 말할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선택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플랫폼 회사가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밝히지 않자 ‘디지털 독재’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브뤼도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장관은 “‘디지털 공룡’들의 자체적인 조치가 아닌 정부에 디지털 규제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월 16일(현지시각) “(빅테크의) 호시절이 곧 끝날 것이라는 신호가 들린다”며 “미국·중국·유럽 등 세계 각국 정부가 빅테크를 겨냥한 (반독점) 조사에 나서면서 이들은 올 한 해 성가신 일들을 맞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구 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개인 계정. 사진 트위터
영구 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개인 계정. 사진 트위터

세계 곳곳서 빅테크 옥죄기…연 매출 10% 벌금 부과 추진도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에 맞설 자국 내 빅테크를 적극 지원해온 중국도 최근에는 규제로 방향을 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독점적 행위를 이유로 알리바바의 티몰, 징둥, 웨이핀후이 등 세 곳에 각각 50만위안(약 8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데 이어 2월 8일에는 웨이핀후이(唯品會⋅Vipshop)에 300만위안(약 5억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IT 공룡의 힘이 공산당 체제를 위협할 잠재력을 지닐 정도로 커지는 것을 견제하는 움직임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월 ‘플랫폼반독점법’ 수정 초안을 발표한 후 같은 해 11월 이를 구체화한 새 반독점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 반독점 규제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공개 석상에서 금융 당국의 감독 기조를 정면 비판한 뒤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 당국이 마윈을 불러 면담한 데 이어 알리바바 금융 계열사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동시 기업공개(IPO)가 상장 이틀 전 전격 중단되기도 했다. 속전속결로 창업자를 불러 압박하고 직접 규제하는 방식으로 빅테크를 옥죄는 것이다.

미 의회 움직임도 분주하다. 지난해 10월 미 하원 반독점소위원회는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4개 기업이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다며 449쪽짜리 보고서를 발간했다. 같은 달 미 법무부와 11개 주(州) 검찰은 구글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46개 주 검찰은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각각 법원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냈다. FTC는 페이스북에 대한 기업 분할 명령까지 청구했다. 구글은 자사 앱이 선탑재된 상태에서 스마트폰이 판매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 회사에 수십억달러를 제공하는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왓츠앱 등 경쟁사를 인수해 소셜미디어 시장 경쟁을 배제했다는 게 미 정부의 설명이다. 미국은 IT 공룡들의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에 반감을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반독점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도 빅테크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0일 아마존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아마존이 상거래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판매사업자로 참여해 이익충돌 행위를 한다는 게 소송의 이유다. 집행위는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15일(현지시각)에는 빅테크들의 독점 방지를 목적으로 한 디지털 시장법(DMA)과 서비스법안(DSA) 초안을 발표했다. 디지털 시장법은 경쟁사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인수합병(M&A)을 할 때 당국에 사전 신고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서비스법은 불법 콘텐츠의 유통·확산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두 법을 어기면 해당 기업은 연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내야 하며, 유럽 내 플랫폼 운영이 중단될 수도 있다. 같은 날 본보기 처벌도 있었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정부는 이날 트위터에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위반 혐의로 벌금 45만유로(약 6억원)를 부과했다. 트위터가 수년간 일부 비공개 트윗을 다른 이가 볼 수 있게 하는 등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EU가 2018년 GDPR을 시행한 후 미 정보기술(IT) 기업이 벌금을 부과한 첫 사례다. 아일랜드의 움직임은 유럽 내 빅테크를 향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글로벌 IT 기업 대부분은 유럽에서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아일랜드에 유럽 본부를 두고 있다. 아일랜드는 현재 GDPR 위반과 관련해 다른 IT 기업 10곳 등도 조사중이다.

우리나라도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빅테크의 데이터 남용 우려와 독과점을 막기 위한 ‘특정 디지털 플랫폼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을 발표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정부도 온라인 대부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멕시코 여당 국가재건운동(모레나·MORENA) 소속의 리카르도 몬레알 상원의원도 2월에 SNS 규제 법안을 마련해 초안을 공개했다.


빅테크 규제, 기업 분할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

하지만, 규제 강화가 빅테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미 최대 통신사 AT&T는 1980년대 장거리 통신 사업과 20여 개 지역의 시내 전화 사업을 독점하다가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제소로 결국 분할됐다. 2000년대 전후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체제를 판매하면서 MS워드 및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 다른 프로그램까지 한꺼번에 끼워 팔기한 것을 놓고 규제 대상이 됐다. MS는 기업 분할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MS는 윈도 소스코드를 공개해 경쟁 업체에 공정한 기회를 주며 정부와 타협해 분할하지 않았다.

샘 와인스타인 카도조 로스쿨 교수는 “최근 미국·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빅테크가 아무리 크고 힘이 있어도 누가 보스인지 상기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했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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