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순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전 중국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전 산업은행 산은경제연구소장, 현 밸류컨설팅(차이나) 대표
박기순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전 중국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전 산업은행 산은경제연구소장, 현 밸류컨설팅(차이나) 대표

2020년 11월 중국 금융 당국은 앤트파이낸셜(중국명 마이진푸)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중단시켜 시장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는 2018년 중국 금융 당국의 비전통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로 상장이 두 차례나 연기된 데 이어 재차 연기된 것이라 충격 그 자체였다. 그만큼 중국 당국이 매우 엄중한 사태로 인식했다는 것을 방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앤트파이낸셜 상장 연기는 홍콩 증시에서의 상장도 포함되어 있어 수많은 외국인이 개입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치 않고 단행한 것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의 분노가 언급되는 것을 보고 1990년대 말 중국의 GITIC(광둥성 투자신탁공사) 처리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수많은 외국 금융기관들이 대주주로 참여한 GITIC에 대한 대규모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외국 금융기관들은 내국인보다는 좀 나은 대우를 해주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으나, 그런 기대는 베이징에서 GITIC 사태 처리반장으로 내려온 왕치산 당시 광둥성 부성장이 휘두른 칼날에 여지없이 꺾여 버렸다. 안위서(Comfort Letter)라는 것을 받으면서 보증서(Guarantee)는 아니지만 문제 발생 시 우대를 받을 거라는 당시의 금융관행에 쐐기를 박는 조치를 아무 거리낌 없이 행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광둥성이 져야 할 커다란 외채 부담에서 벗어났지만, 외국 금융기관들은 왕치산의 결단에 눈물을 머금고 커다란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 이번 홍콩 상장 연기도 많은 외국 기관이 연결돼 있었으나 그런 것은 왕치산의 결정에 별로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것으로 추론된다. GITIC 문제를 해결한 왕치산은 이후 당시 패닉 상황으로 치닫고 있던 사스(SARS)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다시 베이징으로 날아가 문제를 해결하면서 중국의 ‘위기 소방수’로 이름을 날렸다.

이런 왕치산이 기조연설을 한 포럼에서 마윈이 중국의 금융규제를 정면으로 비판했으니 마윈이 사업가로서는 좀 상궤를 벗어난 것으로 생각된다. 왕치산이 온라인으로 참석하긴 했지만 같은 행사에서 마윈은 중국 당국을 저격하는 작심발언을 했다. 중국의 금융 규제가 점차 목을 조여 온다고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윈이 놓친 것이 또 하나 있다. 정보, 이른바 데이터에 대한 시진핑(習近平)의 사랑이다. 시 주석은 집권하자마자 인터넷 소조를 만들고 직접 조장을 맡아 인터넷 정보를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정보법을 제정해 모든 기업이 국가에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규정해 놓았다. 이는 미·중 간 무역마찰의 원인이 되기도 해 정보법까지 제정할 필요가 있었냐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에 정보법이 없다고 ‘어느 기업이 중국 정부의 정보 제공 요구에 불응할 수 있겠나’라는 전제에서 나오는 평가인 것이다. 괜히 정보법을 제정해 미·중 마찰만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이 중국 소비자들의 엄청난 정보를 국가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더 잘 파악하고 있으니 자존심이 상할 법하다. ‘데이터 권력’이 된 앤트파이낸셜의 부상에 자존심을 넘어 영향력 위축을 우려할 만하다.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사진 AP연합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사진 AP연합

전통 금융 뒤흔든 알리바바

사실 알리바바의 금융계 진출은 진출 초기부터 전통 금융업계의 판을 흔들면서 성장해왔다. 그만큼 기존 금융계와 긴장관계를 지속해온 것이다. 결제 업무인 알리페이(중국명 즈푸바오)를 필두로 단순히 지불을 위해 남는 여유 자금을 위어바오로 운영한다고 하면서 순식간에 자산운용업계 1위로 등극했고, 은행 금리의 3~4배에 달하는 고수익을 안겨주자 기존 은행에 저금리로 예치돼 있던 단기 자금들이 상당 부분 위어바오로 몰려들면서 4대 은행의 반발을 사 중앙은행의 중재를 통해 문제가 일단락된 경험도 있다. 그만큼 앤트파이낸셜은 설립 초기부터 국유은행의 업무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현재는 산하에 결제 업무인 즈푸바오, 자산운용 업무인 위어바오, 금융정보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자오차이바오, 종합적인 이재 업무를 수행하는 마이쥐바오, 인터넷은행인 왕상은행, 소액의 소비자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마이화베이, 제삼자 신용정보제공 서비스업체인 즈마신용 등을 거느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수년 전부터 앤트파이낸셜에 대한 평가액이 2000억달러(약 220조원)에 달해 골드만삭스를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으며, 작년 말 상장 추진 시에는 평가액이 3000억달러(약 330조원)로 상향되기도 했다.

앤트파이낸셜의 공격적인 진격은 전통 금융계와 마찰을 빚으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공개석상에서 거침없이 발언하는 마윈의 스타일로 앤트파이낸셜은 이번에 큰 암초를 만나게 된 것이다.

사실 앤트파이낸셜이 우여곡절 끝에 상장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중국 정부가 이 회사를 금융회사가 아닌 기술기업으로 간주해준 데 기인한 것이다. 앤트파이낸셜을 통해 핀테크 산업에서 과학 발전을 이루는 한편 해외 상장을 통해 해외 융자를 조달함으로써 외환 측면에서도 도움을 받을 목적이었다. 그래서 중국 최초로 홍콩 증시와 과창판(Star Market·The Science and Technology Innovation Board)에 동시 상장을 추진하기에 이른 것이다. 과창판은 혁신기업의 자금 지원을 위해 시 주석의 특별 지시로 설립된 ‘상하이판 나스닥’이다. 이러한 장밋빛 꿈은 마윈의 꿈이자 중국 정부의 중국몽과도 관련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돌연 연기하게 된 것은 중국 당국이 그만큼 이번 마윈의 발언을 엄중하게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은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에 한국 등이 겪었던 위기 상황을 보면서 자본 항목을 아직까지 개방하지 않고 있다. 자본이라는 수도꼭지의 밸브를 잠가놔야 외부 위기의 중국 내 전염을 막아 대내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대내안정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최근까지 이어져 지난 2017년 금융안정을 위해 국무원 직속으로 금융안정위원회까지 설립해 금융안정 업무를 국가안전의 중요한 보루로 인식하고 중시해왔다. 위원장에 시 주석이 가장 신임하는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맡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짐작할 만하다. 이런 정부 기조하에서 중국 정부 당국의 금융안정을 위한 금융규제를 정면으로 비판했으니 마윈의 포부가 너무 컸던지 아니면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앤트 독주 우려도 많아

중국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생각이 없다면 재상장은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다시 허용될 것이다. 그러나 허용되더라도 사전에 금융업무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로서 감독통제를 받아야 하고, 높은 평가액으로 대우받는 기술회사가 아닌 금융회사로 상장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앤트파이낸셜로서는 뼈 아픈 일이지만 중국 내에서는 상장 연기 조치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앤트파이낸셜의 독주에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앤트파이낸셜의 상장 연기가 우리 금융계 특히 핀테크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관심이 간다. 그동안 핀테크 산업에서 중국은 ‘선실시, 후규제’, 우리는 ‘선규제, 후실시’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벌여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조치로 중국 금융 당국이 핀테크 산업에서 규제의 칼날을 강화한다면 우리도 앞으로 중국과 경쟁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박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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