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하 주영국 대사 연세대 사학 학사,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관계학 석사, 전 외교부 공공외교대사, 전 주중국 경제공사, 전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 사진 주영국 대사관
박은하
주영국 대사 연세대 사학 학사,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관계학 석사, 전 외교부 공공외교대사, 전 주중국 경제공사, 전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 사진 주영국 대사관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후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 기치 아래 아시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 강화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는 올해 6월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호주·인도를 초청한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호주와 인도가 전통적인 영연방국가임을 고려하면, 우리에게는 기회다.”

박은하 주영국 한국대사는 3월 3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영국은 올해 G7 정상회의, 유엔(UN)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등 주요 국제 행사를 앞두고 관심 분야인 기후 변화, 보건 협력 등 글로벌 어젠다(의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고, 새로운 핵심 협력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초의 여성 주영국 대사인 그는 제19회 외무고시로 외무부(현 외교부)에 들어가 주뉴욕 영사, 청와대 의전행정관, 주중국 참사관, 주UN 공사참사관, 주중국 경제공사를 역임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고 있고 새로운 시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 논의에서 양국이 심도 있게 토의할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우리 정부는 영국 정부와 협의를 통해 투자, 무역구제 절차, 지식재산권, 원산지 등 우리 업계의 관심 사항 반영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발효된 브렉시트가 EU와 영국에 미치는 영향은.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기준 2조8308억달러(약 3178조원)로, 유럽연합(EU) GDP(18조4524억달러)의 18.1%를 차지한다. 이는 EU 회원국 중 독일(20.9%)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브렉시트로 EU와 미국(GDP 21조4332억달러) 간 경제 규모 격차가 확대되고 EU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축소될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과 교역 위축은 EU의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영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영국 총수출 중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42.6%이고, 총수입 중 EU 비중은 51.8%에 달했다. 또한, 영국에 대한 직접투자(FDI) 누적액 중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43.7%이고, 영국의 FDI 누적액 중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40.2%에 달한다.”

긍정적인 영향은 없나.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브렉시트가 영국이 규제 완화, 유망 산업 촉진 등 시장 친화적인 경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중장기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브렉시트가 장래 영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EU 단일 시장 접근 제약에 따른 단기적 마이너스 요인과 친시장 경제 정책의 성공적인 시행에 따른 중장기적 플러스 요인이 혼합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한국도 시간을 갖고 추이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 지형 변화에 미칠 영향은.
“브렉시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의 주된 당사자는 영국과 EU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지만, 세계 경제의 상호 의존성이 심화한 상황에서 여타 국가들도 브렉시트로 인한 경기 둔화 등 부정적 영향에 노출될 수 있다. 다른 한편, 이들 국가는 영국 및 EU와 협력 강화를 통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제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영국이 올해 G7 정상회의, 유엔 COP26 등에서 주요 관심 분야인 기후 변화, 보건 협력 등 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고, 새로운 핵심 협력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다. 긍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브렉시트에 따른 한국 기업의 기회는.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하는 영국 또는 EU 일방 시장에서의 공백을 메울 기회를 포착하거나, 브렉시트 후속 조치로 도입되는 산업 촉진 정책 및 규제 도입이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협력 또는 시장 진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19년 8월 한·영 FTA 체결 당시 양국 정부는 경제 성장, 고용 창출 및 혁신을 위해 협력 잠재력이 높은 산업혁신기술, 중소기업, 에너지, 농업, 자동차 등 5대 분야에서 양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산업혁신기술 분야 협력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미래 차, 바이오, 시스템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유망 산업 분야가 포함돼 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 산업혁명 10대 전략’을 직접 발표할 정도로 친환경 중심의 산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 기업도 이러한 정책 방향에 따른 새로운 사업 전략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은하(오른쪽) 주영국 대사가 2018년 11월 2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한복 차림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신임장을 제정(提呈)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박은하(오른쪽) 주영국 대사가 2018년 11월 2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한복 차림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신임장을 제정(提呈)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런던의 금융허브(금융 중심지) 위상 약화 우려가 있다.
“영국 GDP 6%, 세수의 10%를 책임지고 있는 금융 산업이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홀대받은 측면이 있다.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협상이 금융 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는 사실상 노딜로 종결됐기 때문에 영국 금융 산업의 유럽 시장 접근이 제한되면서 런던의 국제적인 금융허브로서의 위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까지 7500여 개 금융 일자리와 1조2000억파운드(약 1883조원)의 금융 자산이 유럽 본토로 이전된 것으로 추정(어니스트앤드영)될 뿐 아니라 협상 종결 후 런던 증권시장이 일일 거래액 기준으로 암스테르담에 유럽 1위 자리를 내어주는 등 타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EU 측에서 런던에 대해 규제 동등성(equivalence·시장 접근 권한)을 폭넓게 부여할 가능성이 매우 작아 금융허브 런던의 위상이 지속해서 약화될 수도 있다.”

런던 금융허브의 새로운 기회는.
“영국 금융 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열린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기회 요인도 적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금융허브로서의 위상 유지는 상당 부분 영국 정부가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국제 금융 시장의 흐름에 맞는 토양을 육성해 가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영국 정부는 상장 요건을 완화해서 자본시장에 더 많은 혁신기업을 유치하고 녹색 금융허브 육성 등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투자를 선도하는 것을 포함한 금융 혁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 빅뱅’ 추진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 영국은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획기적인 규제 완화인 ‘금융 빅뱅’을 통해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 저력이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금융 서비스 분야의 위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EU 금융 시장 접근이 제한되는 만큼 영국 입장에서는 아시아 경제 및 금융 시장과 연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금융 업계나 기업에도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한·영 FTA 재협상 방향은.
“2년 내 새롭고 미래 지향적인 내용을 포함한 FTA 업그레이드 협상이 추진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교역, 개인 정보 활용 및 보호, 데이터 산업 등 새로운 비즈니스 요소가 논의의 중심이 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고 있고 새로운 시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한·영 FTA 업그레이드 논의에서 양국이 심도 있게 토의할 주제가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영국 정부와 협의를 통해 투자, 무역 구제 절차, 지식재산권, 원산지 등 우리 업계의 관심 사항 반영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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