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형 코트라 런던무역관장 홍익대 산업공학과 학사, 알토대 MBA / 사진 코트라
전우형
코트라 런던무역관장 홍익대 산업공학과 학사, 알토대 MBA / 사진 코트라

새해 시작과 함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발효됐다. 영국의 국민투표 실시로 브렉시트 결정이 났던 2016년 6월, 글로벌 금융시장이 곤두박질치는 등 ‘포스트 브렉시트’ 우려가 컸지만 정작 발효 이후 글로벌 반응은 미지근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타격이 브렉시트 여파를 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20만 명에 달한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사망자는 12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브렉시트의 진원지인 영국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영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조기에 많이 확보할 수 있던 게 브렉시트 효과 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의 방역 지침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영국에서 1차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2000만 명이 넘는다. 인구의 30%를 웃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월 28일 트위터에 백신 접종자 수를 언급하며 오는 7월까지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조선’은 2월 27일 브렉시트 이후 사업 환경 변화를 현지에서 체감하고 있는 전우형 코트라(KOTRA) 런던무역관장을 인터뷰했다. 전 관장은 “교역 과정에서 통관 관련 행정 절차가 지연되고, 신규 제품 인증을 위한 방대한 서류 준비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영국과 EU 간 무역 관련 규정과 지침이 점차 달라지는 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우형 관장과의 일문일답.


브렉시트 발효 두 달이 넘었다. 어떤가.
“현재 영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직은 브렉시트 영향을 크게 체감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영국과 EU 진출 기업들이 교역 과정에서 통관 관련 행정 절차가 지연되고, 신규 제품 인증을 위한 방대한 서류 준비로 번거로움을 호소한다. 앞으로 탄소 배출권 문제처럼 영국이 미처 정비하지 못한 제도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가령 영국은 이제 자국만의 탄소배출거래(Emission Trading System)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세부 사항이 확정되지 않았다.”

브렉시트와 동시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수준의 한·영 FTA 효력이 발휘된 건 현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앞으로 두 FTA의 내용이 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영국이 EU에서 분리되면서 두 지역은 별도의 규정과 지침을 갖게 됐다. 2022년부터는 영국에 수출할 때 유럽 제품 인증인 CE 마크 대신 영국 고유 제품 인증인 UKCA 마크를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영국은 무역과 관련해 EU의 지침을 많이 수용한다. UKCA 인증이 CE 인증과 구분된다고 하지만 영국의 요구 사항은 EU와 기술적으로 동일하다고 알려졌다. 한·영 FTA는 한·EU FTA의 특혜무역 관계를 유지했다. 주목할 점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추진한 명분 중 하나가 통상 주권의 회복이라는 점이다. 점점 영국에만 적용되는 규정과 지침이 늘어날 것이다. 영국과 EU가 각자의 필요에 따라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도입할 수 있다.”

브렉시트로 한국 기업이 겪을 큰 변화는.
“한·영 FTA는 한·EU FTA와 마찬가지로 공산품 관세를 철폐했다.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 한국의 주요 수출입품은 영국에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무역 관련 행정 절차는 복잡해진다. 상품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더라도 안전 검사, 통관 절차, 인증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원산지 문제도 있다. 영국과 EU 간 무역협정으로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상품이 일정 비율 이상(자동차의 경우 55%) 영국과 EU에서 공급되거나 만들어져야 한다. 다만 한·EU FTA에서는 영국을 비당사국으로 봐 영국산 재료와 영국에서의 공정을 인정하지 않지만, 한·영 FTA에서는 3년간 한시적으로 EU산 재료와 공정 누적이 가능하다. 영국이 EU 회원국일 때는 영국과 EU를 합한 지역이 역내로 인정되어 이런 문제가 없었다. 예상치 못한 부분이다.”

우리 기업들이 무엇을 가장 궁금해하는가.
“코트라는 브렉시트에 대비해 작년 말부터 ‘한·영 FTA 활용지원센터’를 통해 수출 기업의 관세, 통관, 인증 상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인증 관련 문의가 가장 많다. EU를 경유해 영국에 제품을 수출하거나 영국을 경유해 EU에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 특혜 관세가 적용되는지에 대한 문의도 적지 않다. 한·영 FTA의 경우 한·EU FTA와 달리 발효일로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EU 경유 수출도 한국에서 영국으로 직접 운송한 것으로 인정하고, EU산 원재료도 한·영 FTA 원산지 재료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한·EU FTA에서는 단일 탁송화물의 단순 환적과 일시 보관하는 것을 빼고 영국을 경유하는 수출을 직접 운송 요건으로 보지 않는다.”

브렉시트 이후 한국 기업이 주의할 점은.
“원론적으로는 영국 혹은 EU와 직교역하는 한국 기업의 경우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과 교역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한·EU FTA가 한·영 FTA로 대체되면서 변경되는 사항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2020년도 수입 통계(영국→한국)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무역 거래 중 69%를 단순송금방식(T/T·M/T)으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관 절차와 규정 변화 등 혼란한 틈을 이용한 무역 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 가령 영국의 수출 업자가 신규 등록, 인증을 핑계로 돈을 미리 보내달라고 하고 튈 수 있는 것이다.”

단순송금방식은 빠르고 간편하며 수수료 부담이 적지만, 신용장 거래와 비교하면 대금을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수출 업자 입장에서는 대금을 미리 받고 상품을 만들어 선적하니, 가장 선호하는 결제 방식이다. 신용장 거래는 수입 업자가 자신의 신용을 보증하는 신용장을 수출 업자에게 보내고, 수출 업자는 받은 신용장을 토대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브렉시트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까.
“브렉시트는 경제적 측면도 있지만, 정치적 측면도 있다. 영국이 처음에 기대했던 대로 연간 3500억파운드(약 549조원)에 달하는 EU 분담금을 아껴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EU와 관계가 안정적으로 설정되지 못한다면 영국과 EU 모두에 위기가 될 것이다. EU가 1958년 6개국에서 출발했을 때는 지역 안보 등 정치 이슈로 뭉치게 됐다. EU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미국, 일본에 비해 경제 성장이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유럽 경제의 취약성이 노출되며 정치적으로 유럽 통합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높아졌다. 기술 발달로 전 세계가 평평해진 상황에서 EU의 단일 시장으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브렉시트는 유럽 시장 변화와 정치적 이슈가 맞물린 결과다.”

영국, EU의 산업 경쟁력 변화 전망해달라.
“영국과 EU는 각 산업이 최적화한 결과를 내도록 할 것이다. 영국 자동차 산업은 생산의 약 80%를 수출하는 구조다. 영국 자동차 수출의 50% 이상이 EU로 간다. 결국 영국은 EU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원산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또 이를 위해 경쟁력 있는 공급사슬을 자국 내에 갖춰야 하고 부품 소재 산업을 육성하거나 우수한 외국 기업을 유치해 자국 내 생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 최근 영국과 EU 모두 전기차 생산에 필수적인 대형 배터리 공장(메가팩토리)을 유치하거나 건설하려 하는데, 메가팩토리에서 배터리가 대량 생산되면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되는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다. 이는 영국과 EU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국 기업에 위기가 될 수 있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산업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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