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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곧 부(富)이자 권력인 시대를 맞이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생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쓰러져 가던 회사를 일으킨 여성 CEO가 있는가 하면, 명성을 지키지 못한 채 휘청이다가 CEO를 교체한 전통의 강호도 있다. 한·중 대표 반도체 기업은 각각 총수 구속과 경영진 내분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리사 수 AMD CEO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핫’한 CEO 중 한 명이다. 대만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으로 이민한 리사 수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IBM과 프리스케일을 거쳐 2011년 AMD에 합류했다. 그가 입사할 당시 AMD는 출시 제품의 잇따른 실패로 흔들렸다. 리사 수는 비디오 게임기 시장 공략과 중앙처리장치(CPU) ‘라이젠’ 흥행 등을 주도하며 AMD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렸다.

지난해 말 AMD는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용도에 따라 설계를 바꾸는 반도체) 강자 자일링스를 350억달러(약 40조원)에 인수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읽는 리사 수의 안목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엔비디아의 젠슨 황 창업자 겸 CEO도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선방 중인 경영자 중 한 명이다. 리사 수와 마찬가지로 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은 1993년 직원 3명과 함께 엔비디아를 창업해 30여 년 만에 회사를 GPU 시장의 절대 강자로 만들었다.

엔비디아 GPU는 병렬 처리 기능이 탁월해 동영상과 그래픽 픽셀 구현에 적합하다. 이런 특징은 현재 인공지능(AI) 기기와 자율주행 차량에서도 엔비디아 GPU가 환영받는 동력이 됐다. 젠슨 황은 작년 9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 영국 ARM을 400억달러(약 47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히며 글로벌 경쟁에서 한발 치고 나갔다.


인텔 구출 미션 겔싱어

AMD·엔비디아의 날씨가 화창하다면, 인텔의 하늘에는 아직 구름이 껴 있다. 올해 초 인텔 이사회는 밥 스완 CEO를 자리에서 내리고,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VM웨어의 팻 겔싱어 CEO를 새 리더로 선임했다. 인텔이 삼성전자·TSMC·엔비디아·AMD 등과 경쟁에서 밀리며 반도체 왕국의 자존심을 상실하자 이사회가 부랴부랴 CEO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신임 겔싱어 CEO는 VM웨어로 옮기기 전 인텔에서 약 30년 동안 일하며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맡았던 인물이다. 친정을 살리겠다는 겔싱어의 야심 찬 포부와 달리 인텔은 최근 VLSI 테크놀로지와의 반도체 특허 소송에서 패소해 21억8000만달러(약 2조4896억원)의 배상금을 낼 처지에 놓였다.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SMIC는 연구개발(R&D) 총괄 량멍쑹(梁孟松) CEO가 작년 말 느닷없이 사퇴 의사를 밝혀 한바탕 뒤집어졌다. 량멍쑹은 SMIC가 장상이(蔣尙義) 전 우한훙신반도체(HSMC) CEO를 이사회 부회장으로 선임하자 불만을 품고 사직서를 냈다. 또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 삼성전자는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돼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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