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의 큰 축인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반 주행뿐 아니라 찰나의 순간에도 인지와 판단·제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지형지물이나 사람, 차량 등의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는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레이더(Radar)와 라이다(LiDAR) 기술로 이뤄진다. 놀랍게도 이 분야에서 가장 선전하는 건 우리나라 기업들이다. ‘이코노미조선’은 모빌리티 시대 인프라 영역에서 주도권을 잡아가는 국내 대표 레이더 업체인 비트센싱과 라이다 소프트웨어 회사 서울로보틱스와 인터뷰했다.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 포스텍 전자전기공학대학원 석사,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전 만도레이더 시스템·신호처리 설계 및 개발 실무책임자 / 사진 비트센싱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 포스텍 전자전기공학대학원 석사,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전 만도레이더 시스템·신호처리 설계 및 개발 실무책임자 / 사진 비트센싱

비트센싱은 최근 자율주행 업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2018년 1월 설립된 이 회사는 설립 2년여 만에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로부터 7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자동차 레이더와 소프트웨어까지 망라하는 기술력을 가졌지만, 이 회사의 성장성이 돋보이는 건 스마트시티와 헬스케어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더를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이유는.
“만도에서 국내 최초로 차량용 전방 중거리 77㎓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레이더 개발에 성공했으며, 1000만 대 이상 양산하며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2015년 인천 영종도 106중 추돌 사건을 보고 레이더 기술 선진화의 필요를 뼈저리게 느꼈다. 완전한 자율주행 환경을 위해서는 스마트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레이더가 왜 중요한가.
“레이더 기술은 스마트 모빌리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특히 외부 환경과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장거리 감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카메라, 센서, 인공지능(AI)과 접목하면 더욱 정확한 감지, 인지, 물체 식별 기능을 얻을 수 있다. 스마트 홈, 스마트 빌딩, 로보틱스, 보안, 웰니스(신체·정신·사회적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 레이더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미래 교통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
“자동차에만 레이더 솔루션이 탑재된다고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 스마트시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스마트한 교통 인프라, 차량 외부 환경을 감지하는 ADAS, 차량 내부를 관찰하는 솔루션까지 갖춰져야 한다.”

비트센싱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자율주행 업계가 요구하는 기술력을 충분히 능가하는 수준이다. 비트센싱의 이미징 레이더 기술은 안개, 폭우, 어두운 밤, 심각한 대기오염 지역 등 모든 날씨와 환경 조건에서도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레이더를 자동차나 부품 외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나.
“레이더 기술이 오토모티브 산업 분야에 집중된 기술이란 오해가 많다. 레이더 기술은 스마트시티, 스마트 라이프까지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1에서 비트센싱은 60㎓의 초소형 고해상도 사물인터넷(IoT) 레이더 센서를 선보였다. 이는 안전하고 편리한 헬스케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카메라나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디바이스를 활용하지 않고도 호흡, 심장 박동 수를 감지하면서 사람의 움직임, 재실과 호흡 여부, 낙상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기계공학 / 사진 서울로보틱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기계공학 / 사진 서울로보틱스

서울로보틱스는 라이다와 3D 센서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다. 라이다 업계가 비용을 줄이려고 고민할 때 라이다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에 주목한 이한빈 대표가 2017년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볼보 등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서울로보틱스와 협력하고 있다.


어떻게 라이다 사업을 하게 됐나.
“하드웨어 시장이 성숙하고 제품 성능이 좋아지면 가장 큰 과실을 볼 수 있는 분야가 AI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했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뿐 아니라 배달로봇 같은 무인화 시스템에도 적용된다. 자율주행 업계의 ‘대부’인 제바스티안 트런은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지’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이 서울로보틱스인 이유도 로봇이 사람처럼 이해할 수 있는 3D 센서로 사업하자는 의미다. 첫 구매자를 맞기까지 1년이 걸렸고, 지금은 50개사 정도로 불었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설립 4년 차 신생 기업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손을 내미는 이유는.
“최근 만도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만도는 이미징 레이더와 3D 라이다를 만들고 우리는 알고리즘을 담당한다. 4년 후에 양산 제품이 나올 것이다. 만도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로보틱스와 스마트시티 솔루션도 개발한다. 우리처럼 소프트웨어만 담당하는 회사가 양산 차 프로젝트에 들어간다는 건 엄청난 의미가 있다. 서울로보틱스 기술의 뛰어난 호환성과 정확성 덕분이며 누구보다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 우월한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와 비교하면 약 2년 정도의 기술력 차이가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긴 하지만, 우리가 꾸준히 기술을 개선한다면 경쟁 업체가 따라잡지 못할 수준이다.”

다른 사업으로의 확장 계획은.
“미국 전역 교차로 2000여 개에 라이다 솔루션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카메라와 레이더는 기존에도 많이 탑재됐지만, 레이더가 못 주는 정교한 정보를 라이다는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기차와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사고가 잦은데, 주변을 정교하게 훑는 라이다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마케팅하고 있다. 3D 센서를 접목한 증강현실(AR)과 이미징 레이더도 유심히 보고 있다.”

사람 목숨이 걸려 있는 만큼 예민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다.
“머신러닝(기계학습)과 프로그램 소스코드에 데이터를 직접 입력해 저장하는 하드코딩이 이뤄지며 이를 융합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를 세 번에 걸쳐 검증한다는 뜻이다. 다만 기술이 좋아진다고 안전사고가 감소하는 건 아니다. 레이더가 됐든, 라이다가 됐든 세분화가 잘돼야 한다. 사람처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면 사람보다 현명한 운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기업이 되고 싶나.
“맨땅에 헤딩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기업이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 ‘서울’이라는 이름을 나스닥 시장에 걸고 싶다. 누구나 한국 기업이라는 걸 알 수 있게 말이다. 나라를 빛내라고 해서 내 이름이 한빈(漢彬)이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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