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 하인스부르크 NNIP 최고지속가능책임자, 전 벨기에 ING그룹 지속가능 대표, 전 소스 매거진 부편집장 / 사진 NNIP
아드리 하인스부르크
NNIP 최고지속가능책임자, 전 벨기에 ING그룹 지속가능 대표, 전 소스 매거진 부편집장 / 사진 NNIP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금융시장에 변화를 일으켰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폭락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자, ‘착한 기업도 수익률이 좋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투자자의 관심이 이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ESG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3470억달러(약 395조5800억원)로 전년도(약 1660억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ESG 투자가 대세로 떠오르는 데에는 강화된 규제도 한몫했다. 유럽은 올해 3월부터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투자나 상품 관련 지속 가능성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지속가능금융 공시제도(SFDR)’를 시행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도 2025년부터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ESG 경영이 필수가 된 셈이다.

ESG가 ‘뉴패러다임’으로 떠오른 시대, 국내 기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코노미조선’은 아드리 하인스브루크 NNIP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며 해답을 찾아봤다. NNIP는 운용 자산(3670억달러)의 74%를 ESG 전략을 활용해 운용하는 네덜란드 운용사로, 전 세계 37개국에서 적극적으로 영업 및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

NNIP의 책임 투자 활동을 감독하는 하인스브루크 CSO는 “기업이 ESG 원칙을 이해하고, 이행하는 것은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한국 기업은 ESG 공시를 준비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SG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보인 기업이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도 더 나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ESG 성적표가 좋은 기업은 생존력이 좋다’는 인식이 생겼다. 투자자들은 ESG를 신경 쓰는 기업일수록 장기적 재무·경제적 성과가 좋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들의 투자가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ESG는 투자의 ‘뉴노멀(New Nomal·새로운 표준)’이 됐고,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할 것이다. 각국은 환경, 사회 문제 등을 두고 협력할 것이고, 강화된 ESG 규제는 금융 산업에 더욱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앞으로 사회적 책임을 지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올해 3월 유럽에서 ‘지속가능금융 공시제도(SFDR)’가 시행됐다. 시장 변화를 느끼나. 한국에도 영향이 있을까.
“SFDR은 금융기관이 투자·금융 상품 등을 공시할 때 지속 가능성 정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제다. 금융회사, 발행사가 자본을 어떻게 배분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ESG와 지속 가능 활동에 투자하는 자금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투명하게 공개하게 된다. 이 때문에 유럽 투자자는 앞으로 한국 기업과 발행 기관에 보다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한국 기업은 자신의 사업 활동이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 공시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ESG 공시를 잘 준비한다면, 해외 자금이 한국에 더 많이 유입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선진국과 신흥시장국의 ESG 발달 속도가 다르다. 투자할 때 ESG 반영 비율이 똑같은가.
“ESG 투자 시, 선진국과 신흥시장국에 각기 다른 접근법을 활용하고 있다. 지역별, 국가별로 문화적 차이가 있고, 경제 발전의 로드맵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항상 지역별 특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임한다. 국가나 기업에 따라 E, S, G 비중을 달리 적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환경 이슈에 관심이 많지만, 신흥국에서는 지배구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 채권의 경우 지배구조와 부도율 간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한국 대기업의 재벌 중심 지배구조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에 ESG 투자를 할 때 부정적으로 작용할까.
“일부 재벌 그룹의 불투명한 소유 구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ESG에 집중하는 투자자라고 해서 ‘한국 재벌 그룹에 투자하면 무조건 손해를 볼 것’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는다. 재벌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더 나은 사업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ESG 중 한두 가지 요소가 평균을 밑돈다고 하더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투자를 진행할 것이다. ESG 모멘텀(동력)을 보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 전체로 볼 때 한국 기업의 매력도는.
“한국은 싱가포르, 일본, 중국 등과 함께 정부와 기업이 ESG 정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가 중 하나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의 투자 책임 원칙) 도입,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탄소 제로 목표 등이 바로 이러한 노력 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의 점수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글로벌 기준에 맞게 ESG 표준을 개발하고, 기업의 ESG 추진을 장려하는 데 있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기업은 ESG에 투자한다고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 재벌 그룹의 불투명한 소유 구조, 지배구조 부문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실제로 일부 한국 기업 중 전반적으로 ESG 평가 점수가 높았지만, 지배구조 항목에서는 크게 저조한 경우가 있었다.”

기업이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중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ESG 평가는 수학 공식같이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E, S, G 세 가지 요소 모두 최소한의 기준은 충족하는 것이 좋다. 모든 항목을 고루 신경 써야 한다. 투자자들은 환경 문제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환경 오염 문제가 정책·경제적으로 중요한 의제가 됐기 때문이다. 또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수익률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수치로 빠르고 명확하게 확인할 수도 있어서 좋다. 하지만 사회와 지배구조 요소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은 환경·사회 이슈를 다룰 때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부정적 이슈에 휘말리면 회사 평판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과거보다 소셜미디어(SNS)의 영향력이 커져서 작은 사건이라도 확산하는 속도가 빠르고,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더 크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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