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예일대 역사학, 옥스퍼드대 대학원(철학·정치학·경제학), 퀀텀펀드 설립,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예일대 역사학, 옥스퍼드대 대학원(철학·정치학·경제학), 퀀텀펀드 설립,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올해 2월 IT업계에 입사한 이선민(25)씨는 월급의 일부를 적금 대신 주식에 넣고 있다. 10년간 월급을 꾸준히 모아도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적립식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다. 이씨는 “취직 전 인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720만원을 삼성전자, 카카오 등 우량주에 넣어 1년 만에 400만원(55%)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이제는 사고 싶은 게 생기더라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투자를 먼저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기태(29)씨는 지난 2월 다니던 대기업 금융사에서 퇴사했다. 2019년 4월 2000만원으로 시작했던 암호화폐 투자가 올해 초 50억원으로 불어났기 때문. 그는 “입사 때(2018년 초)부터 목표 중 하나로 ‘5년 내 경제적 자유’를 꼽았는데, 제도권 내 투자 방식으로는 인생을 바꾸기 어렵다고 느꼈다”며 “암호화폐로 250배 수익을 번 뒤 부모님께서 돈 걱정 없이 물건을 구매할 때, 내가 하고 싶었던 취미 생활을 여유 있게 즐길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가 초저금리 시대에 맞서 국내외 증시와 암호화폐는 물론 부동산까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튜브, 틱톡 등으로 공부해 투자처를 발굴하고 단톡방, 블라인드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

MZ 세대는 ‘주식 하면 패가망신’이라는 기성세대의 우려에 괘념치 않는다. 이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휘청했던 주식시장이 살아날 때부터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투자를 시작한 투자자(300만 명) 중 절반(53.5%)이 30대 이하였다. 주식 보유자 중 30대 이하 비중도 2019년 말 25.3%에서 2020년 말에는 34.6%로 올라섰다.

이들은 빚투(빚내서 투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만 30세 미만의 신용융자 금액은 전년 대비 200% 늘었다. 중년층(103%), 장년층(106%), 노년층(123%)에 비해 훨씬 높은 증가율이다. 이들의 신용계좌 수도 전년 대비 247.1% 늘었다. 전체 연령대 평균 증가율(148%)을 약 100%포인트 웃돈 수준이다.

MZ 세대는 해외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 등락 폭이 큰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도 서슴지 않는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 중 10명 중 6명이 2030 세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연령대 비중은 30대가 37.0%로 가장 많고 20대가 27.5%로 뒤를 이었다.


“유일한 계층 사다리 ‘투자’에 공격적”

암호화폐 투자자 현황을 봐도 비슷하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주요 4대 거래소에서 받은 투자자 현황을 분석하면, 올해 1분기 실명계좌를 연동한 신규 가입자는 총 237만3735명이었다. 이 중 20대 34%(81만 명), 30대 32%(76만 명)로 절반이상이었다.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MZ 세대도 많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9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의 31.8%를 30대 이하가 샀으나, 2020년에는 37.3%, 올해 1분기에는 41.9%로 비중이 늘었다. 전국으로 봐도 28.3%→29.1%→31.4%로 계속 증가세였다.

청년들이 자산 증식에 공격적인 이유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MZ 세대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갔지만, 좁은 취업 문을 뚫기 위해 또 다른 경쟁에 시달렸다. 취직 후에도 불안정한 직장과 빠른 집값 상승에 ‘뒤처지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커졌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전국 25∼39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응답)한 결과, 이들 세대가 꼽는 재테크 이유로는 주택 구입 재원 마련(61%)과 은퇴자산 축적(50%)이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투자는 유일한 계층 이동 사다리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에 익숙한 세대로 과거보다 빠르게, 더 많은 투자 성공 스토리를 접하는 것도 원인이다. 아무 데도 투자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다.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일컫는 ‘벼락거지’, 상승랠리에서 나만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뜻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같은 단어도 등장했다. 직장인 김수민(29)씨는 “암호화폐로 성공해 퇴사한 사례가 들리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보니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고민이 된다”며 “지난해 초 50만원으로 시작했던 주식 자금을 1100만원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그림·저작권도 쪼개서 투자

MZ 세대는 대체 투자에도 거침없다. 투자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을 통해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을 사는 게 대표적이다. 1000원부터 투자할 수 있고, 마우스 클릭 한 번에 미술품 일부를 구매할 수 있다. 원금보장은 안 되지만, 평균 수익률이 20%대로 높은 편이다.

MZ 세대는 음악 저작권 투자 방식을 즐기기도 한다. 매월 저작권료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주식처럼 거래해 시세 차익을 낼 수도 있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저작권 1주 가격은 올해 초 2만3000원대였지만 역주행하면서 5월 18일 5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000년 발매된 god의 ‘하늘색 풍선’ 가격도 레트로 열풍에 올해 초 대비 86% 올랐다.


plus point

[Interview]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버블 붕괴 임박… 잘 아는 것에만 투자하라”

정현진 인턴기자

“투자는 원래 지루한 것이다. 재미를 찾으려면 투자하지 말고 술집에 가는 게 낫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5월 14일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MZ 세대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인터넷도, 방송도, 내 말도 듣지 말고 당신이 아는 것에만 투자하라”고 말했다.

MZ 세대가 투자를 늘리고 있다. 어떻게 보나.
“인터넷과 소설미디어(SNS)가 전 세계 곳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고,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돈이 이리 저리 움직이고 전 세계에 버블을 만들고 있다.”

암호화폐도 유망 투자처로 떠올랐다.
“자산 버블이 터지기 직전, 투자자들은 늘 ‘지금이 부자가 될 마지막 기회’라고 말해왔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만들고 있어서 비트코인 같은 비제도권 암호화폐 투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정부가 ‘원하는 화폐를 골라서 아무거나 쓰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수년 내 최악의 약세장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MZ 세대에게 투자 조언을 한다면.
“시장엔 몇 년 주기로 약세장이 온다. 2008년 우리는 정말 심각한 약세장을 경험했으며, 그때부터 전 세계 부채가 엄청나게 늘었다. 이렇게 긴 시간 강세장이 지속된 적이 없어서 곧 버블이 터질 것이라고 본다. 전 세계 부동산, 채권 등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다. 이럴 땐 투자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당신이 진짜로 알고 있는 것에만 투자하라.”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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