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류업체 UPS는 추가 투자 대신 기존 설비 효율성 개선에 주력하는 전략으로 대표적인 장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의 물류업체 UPS는 추가 투자 대신 기존 설비 효율성 개선에 주력하는 전략으로 대표적인 장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섬유 유연제 브랜드 ‘다우니’로 유명한 다국적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는 장수 기업으로 꼽힌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P&G의 순이익은 32억7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29억2000만달러)보다 11.9%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수혜를 입은 필수 소비재 기업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1837년 ‘아이보리’ 브랜드 비누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한 P&G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탈취제 브랜드인 ‘페브리즈’, 면도기 브랜드인 ‘질레트’, 섬유유연제 브랜드인 ‘다우니’ 등을 선보였다. 신사업에 나서면서 다른 이름의 브랜드를 사용해 실패했을 경우 우려되는 부정적 외부 효과를 차단해왔다.

글로벌 마케팅 전략 전문 업체인 리스 앤드 리스의 알 리스 회장은 6월 23일 ‘이코노미조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단일 브랜드만으로 기업이 오래 살아남기는 어렵다”며 “기업이 영역을 확장할 때, 새로운 카테고리에는 반드시 새로운 브랜드 이름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스 회장은 “기업의 가치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음에서 나온다”라며 “하나의 브랜드로 다른 영역까지 확장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해당 브랜드에서 발휘된 리더십이 다른 영역에서는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과도한 브랜드 확장으로 인해 전체 브랜드 이미지만 약해진다”라고 설명했다.

P&G의 다양한 포트폴리오 역시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스이스턴대의 ‘글로벌적응유연성기관(Global Resilience Institute)’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는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전환점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제든 사업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몸집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위기에도 살아남은 주요 100년 기업의 브랜드와 조직 관리 비결을 들여다봤다.


코카콜라컴퍼니의 다양한 독립 브랜드. 왼쪽부터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환타, 파워에이드, 미닛메이드, 코스타 커피, 슈웹스. 사진 코카콜라컴퍼니
코카콜라컴퍼니의 다양한 독립 브랜드. 왼쪽부터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환타, 파워에이드, 미닛메이드, 코스타 커피, 슈웹스. 사진 코카콜라컴퍼니

성공 원인 1│코카콜라⋅켈로그 별개 브랜드로 사업 확장

영역을 확장할 때, 기존 브랜드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 별도 브랜드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성공한 사례는 P&G만이 아니다. 리스 회장은 복합적인 브랜드를 통해 영역을 확장하며 살아남은 대표적인 장수 기업으로 ‘코카콜라컴퍼니’를 꼽았다. 1892년 설립된 코카콜라컴퍼니는 탄산음료 코카콜라에서부터 시작해 탄산·스포츠 음료, 먹는 샘물, 주스, 차, 커피, 우유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이름을 버리고도 개별 정체성을 가진 스프라이트, 환타, 미닛메이드 등을 시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코카콜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 증가한 90억2000만달러(약 10조2000억원)로 전망치(86억3000만달러)를 웃돌았다. 개별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 21개 모두 연간 매출 규모가 각각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웃돌았다.

1906년 세워진 장수 식품 회사 켈로그 역시 사업 확장 때마다 별개의 브랜드로 승부하면서 살아남았다. 콘플레이크 시리얼로 시작했으나, 대체육 브랜드인 모닝스타팜스, 감자칩 브랜드인 프링글스 등 채식주의·건강식 분야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였다. 인기가 많은 시리얼 브랜드 ‘스페셜K’에 매달리지 않은 것이다. 켈로그는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 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5%, 3% 증가세를 보였다. 시리얼뿐 아니라 과자, 냉동식품, 국수 및 기타류의 매출도 한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국적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은 페브리즈, 질레트, 다우니 등 다양한 브랜드를 확보해 장수 기업으로 성공했다. 사진 블룸버그
다국적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은 페브리즈, 질레트, 다우니 등 다양한 브랜드를 확보해 장수 기업으로 성공했다. 사진 블룸버그

성공 원인 2│UPS, 단순 몸집 키우기보다 효율화 추구

장수 조직 연구 전문가인 알렉스 힐 영국 킹스턴대 교수는 “조직이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면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인력을 보충하는 대신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게 장수 기업의 공통된 특징이라는 분석과 맥이 통한다.

1907년 미국 시애틀에서 배달 서비스로 시작한 물류 회사 ‘UPS’는 6월 23일(이하 현지시각) 주가가 204.0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5월 7일(217.50달러)보다 낮지만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인 작년 1월 29일(155달러)보다 31.6% 상승한 수준이다.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온라인 소비 급증에 따른 물류 수혜, 코로나19 백신 운송, 미국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보복 소비 등이 있다. 실제 올 1분기 매출은 27%, 주당 순이익은 141% 급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수혜로만 UPS의 선전을 보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유진투자증권은 “(UPS는) ‘크지 않은 게 낫다(better not bigger)’ 전략의 일환으로 추가 투자보다 기존 설비 효율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며 “자본 집약적이고 저수익 사업인 화물 사업 매각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캐롤 토미 UP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이젠 사이즈를 키우는 것보다 회사가 더 나아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효율 중시 전략에 힘을 실었다. UPS가 아시아 등 지역 물류를 위해 비행기가 더 필요했고 이를 살 기회가 있었음에도 지나친 이유다. 더 많은 비행기를 구매했다면 ‘과잉 설비’로 이어지고, 그 공간을 메우기 위해 합리적이지 않은 가격에 많은 물건을 운반해야 했을 것이라는 게 토미 CEO의 설명이다. 대형 약국 체인인 CVS와 협업해 드론 배송 서비스 등을 시도한 것도 대규모·노동집약적 물류 운송 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해서다. 로이터통신은 “UPS는 수익성이 좋은 상품 배송을 ‘용량(volume)’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며 “모든 소포를 다 배송하는 일은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토미 CEO의 발언을 전했다.

UPS는 팬데믹 이전에도 인건비 등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에는 경로 최적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매년 4억달러에 달하는 인건비와 유류비를 절감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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