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 렌터카 업체 허츠, 콜롬비아 항공그룹 아비앙카홀딩스의 비행기, 미국 백화점 니만마커스와 로드앤드테일러 전경. 사진 블룸버그·각 사
왼쪽부터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 렌터카 업체 허츠, 콜롬비아 항공그룹 아비앙카홀딩스의 비행기, 미국 백화점 니만마커스와 로드앤드테일러 전경. 사진 블룸버그·각 사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글로벌 렌터카 업체 ‘허츠’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파산보호 상태에 놓인 지 1년여 만인 6월 말 정상 기업으로 복귀한다.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6월 1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투자 회사 나이트헤드캐피털·아폴로캐피털 등이 허츠를 인수하는 구조조정안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1918년 미국 최초의 렌터카 회사로 시카고에서 설립된 허츠는 미국·유럽·아시아 등 150개국에서 영업망 3만 개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제너럴모터스(GM)·포드·칼라일 등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에도 여섯 차례 주인이 바뀌는 곡절을 겪었지만 파산보호 상태에 놓인 적은 없었다. 허츠는 지난해 5월 22일 자동차 리스(장기 임대) 대금 상환 기한을 연장하지 못한 탓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주요 외신은 코로나19가 허츠 파산보호 신청의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월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경제 봉쇄 조치가 시행되면서 여행·출장 인구가 급감한 것이 허츠에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허츠는 파산 문턱까지 갔다가 회생하게 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 파고를 넘지 못한 100년 장수 기업이 적지 않다. 미국 백화점 ‘니만마커스(114년 역사)’와 ’JC페니(119년 역사)’도 각각 지난해 5월 7일과 5월 15일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1826년 설립한 럭셔리 백화점 체인 ‘로드앤드테일러’도 지난해 8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는 미국 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설립 100년이 넘은 콜롬비아 항공그룹 아비앙카홀딩스도 지난해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98년 된 체코항공도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S&P 글로벌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파산 붐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이들 기업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팬데믹이다. 일각에서는 1929년 대공황을 비롯해 숱한 역경을 헤쳐온 100년 기업들까지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누적돼온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부채가 많이 늘어난 상태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현금 흐름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것.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기업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것도 장수 기업을 생존의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주요 100년 기업 파산 사례를 중심으로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실패 원인 1│변화와 혁신 외면

우선 변화와 혁신을 외면한 사례들이 있다. 유서 깊은 미국 백화점들은 과거 한때 소비자들이 최신 토스터부터 이브닝드레스, 그에 어울리는 신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는 크고 흥미로운 쇼핑 장소로서 소매업 발전을 이끌었다. 니만마커스와 JC페니가 대표적이다. 백화점 붕괴의 원인으로 인터넷의 발전, 아웃렛형 할인 매장 등 신업태의 등장이 꼽힌다. 미국 방송 CNBC는 “100년이 넘은 백화점도 사람들이 온라인 소매 업체와 패스트 패션(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 유통시키는 의류)으로 쇼핑하는 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중 모든 백화점이 파산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1849년 문을 연 영국의 ‘헤롯백화점’은 온라인에서는 따라 할 수 없는 감각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푸드 홀(foodhall)’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을 붙잡았다. 일본의 니혼바시 미쓰코시백화점에서는 장인들이 도자기를 만들고 직물을 짜고 기타 전통공예를 연습할 수 있는 전시회를 개최해, 극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스토머 그로스 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존슨 대표는 “미국 백화점들에서는 영국과 일본 백화점들이 보여준 열정과 활기를 볼 수 없었다”라며 “미국 백화점들은 진부하고 움직임도 느렸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허츠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와 ‘리프트’ 등의 등장으로 렌터카 산업의 지형 자체가 변화했으나,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일례로 재무적으로 허츠보다 탄탄했던 경쟁사 ‘엔터프라이즈’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대거 도입하는 등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노력했으나 허츠는 이를 외면했다. 본업보다 금융업에 몰두한 결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허츠는 표면상으로는 렌터카 사업과 중고차 판매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회사지만, 사실상 금융업의 일종인 리스 회사였다”라며 허츠를 ‘자동차를 빌려주는 은행’이라고 비꼬았다.


실패 원인 2│무리한 사업 확장

무리한 사업 확장 탓에 위기 대응을 위한 유동성이 부족했던 사례도 있었다. 1919년 설립된 아비앙카홀딩스는 네덜란드 KLM 항공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항공사다. 그러나 지난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아비앙카홀딩스 산하에는 주요 시장과 기능별로 10개의 개별 항공사가 있다. 콜롬비아의 국적기 아비앙카 항공을 비롯해, 화물 전용 항공사 아비앙카 카고, 지역 항공사 아비앙카 에콰도르, 아비앙카 엘살바도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창립 초기부터 이렇게 그룹의 규모가 컸던 것은 아니다. 아비앙카는 2000년대 이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위기와 구제의 연속을 경험했다. 아비앙카의 모태인 아비앙카 항공(당시 SCADTA)은 2002년 에이스 콜롬비아를 인수했지만, 이듬해 파산 위기에 빠졌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전 세계 항공 산업이 얼어붙으면서 오랜 기간 실적이 저조했던 탓이었다. 당시 아비앙카 항공은 미국 뉴욕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당시 브라질 대기업 시너지그룹의 창업자 게르만 에프로모비치가 해결사로 등장했다. 에프로모비치는 2002년 브라질 항공사 오세안에어(현 아비앙카 브라질)를 출범하면서 항공 사업에 욕심을 냈다. 마침내 시너지그룹이 2004년 아비앙카 항공을 인수하면서, 에프로모비치는 중남미 항공 산업의 대부(代父)로 발돋움했다.

문제는 에프로모비치가 중남미에서 아비앙카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했다는 점이다. 2005년 화물 전용 항공사 탐파 카고(현 아비앙카 카고)를 인수했고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엘살바도르 항공사 타카그룹을 합병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타카그룹에 소속된 타카 엘살바도르(현 아비앙카 엘살바도르), 타카 페루(현 아비앙카 페루), 락사(현 아비앙카 코스타리카) 등 7개 지역 항공사가 모두 최대 주주 에프로모비치의 소유가 됐다.

하지만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2020년을 기점으로 직전 5년 동안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콜롬비아 페소화는 33%, 브라질 헤알화는 46% 하락했다. 아비앙카는 영업 비용(연료, 공항 이용료, 항공기 대여·구입)의 65%를 달러화로 지출하는데, 화폐 가치가 낮은 중남미 화폐로 지급하기엔 환전 비용이 막대했다. 지난해 유가도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 결국 무리한 사업 확장이 코로나19 위기에서 파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허츠도 마찬가지다. 허츠는 2012년 미국 내 경쟁 렌터카 업체 ‘달러 스리프티(Dollar Thrifty)’를 23억달러(약 2조6450억원)에 인수했는데, 시장 가치보다 지나치게 비싸게 사 내리막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경쟁사 에이비스의 경우 달러 스리프티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인수 계획을 바로 접었지만, 허츠는 인수를 강행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수년간 경영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plus point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美 100년 기업 파산 행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코로나19 이전에 100년 기업의 운명을 바꾼 최근 사건이다. 2009년 미국에서 4만5000개 기업이 문을 닫았는데 이 가운데 1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기업은 6개가 있었다. ‘홀콤에듀케이션리소스’ ‘어빙캔디’ ‘델라웨어마켓하우스’ ‘립시츠백화점’ ‘콘키스북스토어’ ‘리치스푸드’ 등이 그곳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1884년 설립된 어빙캔디는 버지니아 북부 지역에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편의점이었으나 온라인 유통 혁신에 대응하지 못했다. 1909년 창립된 식음료 소매 업체인 리치스푸드도 마찬가지였다. 1896년 설립된 콘키스북스토어는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른 전자책(e북) 열풍에 대응하지 못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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