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지몬 지몬-쿠허앤드파트너스 명예회장 독일 본대 경영학 박사, 전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 ‘히든 챔피언(1996)’ 저자 사진 지몬-쿠허앤드파트너스
헤르만 지몬 지몬-쿠허앤드파트너스 명예회장 독일 본대 경영학 박사, 전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 ‘히든 챔피언(1996)’ 저자 사진 지몬-쿠허앤드파트너스

“장수 기업이 되려면 유연한 비즈니스 전략, 장기 계획, 객관적인 경영 승계 모델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등 위기가 닥친 뒤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경영을 지속할 수 없다.”

‘이코노미조선’은 6월 22일 경영학의 고전 ‘히든챔피언(1996)’의 저자 헤르만 지몬 지몬-쿠허앤드파트너스 명예회장과 장수 기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모르텐 벤네드센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를 서면으로 인터뷰해 장수 기업이 갖춰야 할 핵심 요건에 대해 들었다. 지몬 명예회장은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경영 구루 중 한 명이다. 벤네드센 교수는 전 세계 가족 기업 및 장수 기업을 연구한 관련 분야 석학이다. 그는 설립 200년이 넘은 장수 기업들의 모임인 에노키안협회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100년 기업을 꿈꾸는 리더는 항상 불안감을 느끼고 미래 성장을 위해 유연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업이 100년 이상 존속하기 위한 요건은.

지몬 “기업 경영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은 단 하루라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기업이 한 세기 동안 생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해준다. 100년이라는 시간은 전쟁과 자연 재해, 팬데믹 등 다양한 사건을 포함한다. 장수 기업이 되려면 우선 후계 구도가 중요하다. 이는 가족 비즈니스의 가장 큰 과제다. 다음 세대로 성공적으로 이끌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가족 이외 가까운 관리자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도 중요하다. 두 번째 요소는 유연성이다. 많은 장수 기업은 현재 설립 당시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좋은 사례는 설립 265년이 된 독일 기업 ‘하니엘’이다. 이 회사는 설립 당시 동명의 지역에서 광산 채굴을 했다. 이후 철강 회사로 변신했다. 현재는 환경, 위생, 보안 기술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을 한다. 이 회사의 포트폴리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변화했다. 가능성이 없는 비즈니스는 즉각 중단하고 환경 등 미래 지향적인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분야는 실패 가능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균형과 리스크를 고려한 변신은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 된다.”

벤네드센 “장수 기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민첩한 비즈니스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장기 계획이 있다. 그리고 객관적인 경영 승계 모델도 가지고 있다. 흔히 가족 기업이라고 하면 전통을 굳게 지키는 모습만 떠올린다. 그러나 10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속해서 변화한다. 의외로 혁신 의지도 강하다. 이는 장수 기업의 리더들은 과거의 성공이 현재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이미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르텐 벤네드센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 덴마크 코펜하겐대 경제학 학사, 영국 런던정경대 경제학 석사,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전 덴마크 코펜하겐대 경제학 교수 사진 인시아드
모르텐 벤네드센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 덴마크 코펜하겐대 경제학 학사, 영국 런던정경대 경제학 석사,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전 덴마크 코펜하겐대 경제학 교수 사진 인시아드

한국은 장수 기업이 매우 적다.

지몬 “굳이 한국뿐만이 아니다. 장수 기업 수는 국가 간 큰 차이가 있다. 다만 에노키안협회의 회원사들을 보면 유사점이 있다. 가족 간 화합은 강력한 역할을 한다. 토지 소유 여부 또한 매우 중요하다. 많은 오래된 회사는 부동산 소유와 연관돼 있다. 한국은 좀 다르다. 자동차, 전자, 화학과 같은 현대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들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음식, 음료, 와인, 섬유 또는 패션과 같은 전통 산업에서는 약하다. 또 다른 관점은 국제적인 성향이다. 한국의 1인당 수출액은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보다 훨씬 많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 때까지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됐었다. 이러한 내부 지향성이 이어지고 있어 경제를 덜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일부 자국 기업들이 더 오래 살아남았다. 이는 엄청난 성장 기회를 놓치게 한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높은 상속세율 문제가 거론된다.

지몬 “승계 과정에서 세금은 중대한 문제다. 소득세, 재산세, 특히 상속세에 대한 높은 세율은 기업의 재무력과 자본 기반을 잠식해 원활한 기업 승계를 방해한다.”


팬데믹 속 생존한 기업과 사라진 장수 기업의 차이점은.

지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특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파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위기를 초래했다. 실물과 금융에 동시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 호텔, 레스토랑, 렌터카, 소매 등과 같은 접촉 집약적인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건설, 식품, 온라인 상거래, 보건 분야는 일부 호황을 누렸다. 위기 이전부터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았던 기업들은 파산했다. 중요한 점은 위기가 기업들에 ‘이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가르쳐줬다는 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와도 그간 누적된 부채를 갚기 위해 충분한 이익이 필요하다. 이른바 ‘생존 비용’으로 모든 기업이 대비해야 한다.”

벤네드센 “지금까지 만나본 장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마치 바통을 쥐고 있는 육상 릴레이 선수처럼 본인들의 역할을 잘 이해했다. 이는 다음 세대에 좀 더 나은 회사를 물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일 것이다. 그들의 DNA 속에는 이미 기업의 성장을 위한 장기 계획이 있더라. 그리고 이런 책임감이 팬데믹 위기도 견디게 하고 있을 것이다.”


소비자와의 접점이 중요할 것 같다. 비대면 추세는 이를 어렵게 했는데.

지몬 “팬데믹은 기업을 ‘진실의 순간’과 마주하게 했다. 위기가 고객의 충성도를 확인할 기회가 됐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식품 할인점 중 하나인 독일의 ‘알디’가 좋은 사례다. 이 회사는 엄격한 품질 검사와 까다로운 가격 협상으로 소비자와 납품업체에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믿음이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이 역시 위기가 닥쳤을 때 갑자기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급박한 위기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려면.

지몬 “중요한 사실은 위기 시 생존 여부는 위기 전에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기업 리더는 항상 본인의 조직이 민첩하고 빠른지, 올바른 조기 경고 시스템이 장착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계 최대 화학 기업 ‘BASF’가 좋은 예다. 이 회사는 ‘거대한 유조선’ 같은 곳이었지만, 당시 CEO는 문제 발발 즉시 23개 공장의 폐쇄를 강행했다. 신속한 조치를 통해 고정 및 가변 비용을 모두 절감해 살아남았다. 또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자격을 갖춘 직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수 기업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최고의 재능’을 잃지 않도록 유의한다는 점이다.”


100년 기업을 꿈꾸는 리더를 위한 조언은.

지몬 “형평성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피해 항상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 전 노바티스 CEO는 나에게 ‘현명한 리더는 좋은 시절에 자발적으로 일하고, 어리석은 리더는 나쁜 시절에 비자발적으로 일한다’고 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항공기 엔진 부문의 전 CEO는 책상 앞에 ‘항상 불안함을 느껴라’라는 문구를 적어뒀었다. 좋은 위기관리는 위기가 닥치기 훨씬 전, 평상시에 이미 진행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벤네드센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장수 기업은 앞으로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일부는 살아남고 오히려 번창할 것이다. 관건은 시장의 변화를 얼마나 빨리 알아채고 적응하느냐다. 기존의 강점을 바탕으로 계속 미래로 전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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