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포기자’ ‘사회부적응자’ ‘백수’

니트족(NEET, 교육·직업훈련을 안받는 무직 청년)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방구석에 드러누워 리모컨만 돌리는 게으른 청년이라는 고정관념이 이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하지만 니트족 개개인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사회적 인식처럼 삶을 포기한 백수와는 사뭇 다르다. ‘이코노미조선’이 ‘코로나발 니트족’ 커버 스토리를 쓰면서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자 한 이유다.

‘이코노미조선’은 두 명의 니트족과 한 명의 프리터족(정규직 이외의 취업 형태로 생활하는 사람)을 만났다. 김재현(27·가명)씨는 2020년 7월까지 마케팅 대행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취업 준비를 했으나 얼어붙은 구직시장에 마음을 닫았다. 1년간 운동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하반기 대학원 진학을 고려 중이다. 이수진(26·가명)씨는 인턴, 토익 등 스펙은 모두 준비됐지만, 1년 반 동안 정규직 자기소개서를 하나도 쓰지 않았다.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화상 과외로 돈을 벌다가, 현재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박현수(26·가명)씨는 난도 높은 어학 시험을 본 후 번아웃을 겪었다. 해외 대학원 진학 또는 해외 취업을 꿈꿨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업 문이 닫히자 원서조차 쓰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이들과 일문일답.


니트족 혹은 프리터족이 된 이유는

김재현 “마케팅 대행사에서 인턴을 할 때 정규직 전환 기회가 있었는데, 직무가 맞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원하는 기업, 직무로 지원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채용이 줄어든 데다 문과생을 뽑는 곳이 거의 없었다. 석사만 지원 가능하거나 개발자만 뽑더라. 신입 공채가 폐지돼 중고 신입, 경력직과 겨뤄야 되다 보니 원서를 넣는 족족 다 떨어졌다. 계속 탈락 연락만 받다 보니 ‘코로나 시대에 취업할 수 있을까’, ‘상황이 나아지겠지’ 하면서 운동만 하면서 버텼다.”

이수진 “평소 같으면 친구들이랑 모여서 미래에 대한 얘기를 했을 텐데, 코로나19로 사람들을 안 만나다 보니 ‘내 나이대에 맞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줄었다. 부모님 세대는 ‘20대 후반에 취직하면 안 늦냐’라고 하시지만, 별로 그런 생각은 안 든다. 언제 일을 시작하든 평생 할건데 굳이 빨리 시작해야 하나 싶다. 기업에서 인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는데, 경직적인 문화와 상하 관계가 상당히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취업을 빨리해야겠다는 생각도 싹 사라졌다. 흔히 말하는 인턴, 토익, 토스 등 스펙이 다 준비됐지만 자기소개서를 쓰지 않았다.”

박현수 “지난해 말 대학교 학점을 다 채웠고, 올해 초부터 수료생 신분이다. 난도 높은 어학시험 준비를 하다가 떨어진 뒤 번아웃이 왔다. 코로나19 확산 직전 교환 학생을 다녀온 뒤 해외 취업을 하겠다는 꿈을 키웠는데 코로나19로 모든 길이 막혀 교착상태로 이어졌다. 주변에서 ‘한평생 모아도 집 한 채 사기 어렵다’ ‘암호화폐로 퇴사했다’ 등의 얘기를 계속 듣다 보니 노동 소득에 대한 절실함이 조금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취업이 어려운 게 가장 큰 원인일까

김재현 “처음에는 채용 공고가 뜨는 족족 자기소개서를 썼고, 나중에는 원하는 직무만 썼다. 뭘 하든 다 떨어지다 보니, 어느새 니트족이 돼버렸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눈을 낮췄을 텐데 그런 상황은 아니다. 부모님 집에서 살고, 부모님이 용돈을 지원해주시다 보니 생활에 어려움이 없다. 부모님도 압박을 주시지 않는다. 차라리 공부를 더 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자는 생각에 대학원 진학을 알아보고 있다.”

이수진 “당장 돈이 급하지 않다는 게 크다. 지난해 과외와 외주 업무를 하면서 월에 180만원 정도는 벌 수 있었다. 200만원 넘는 정부 지원금(코로나19 긴급 고용 안정 지원금)도 나왔다. 언젠가 취업을 해야 하니까 기업 문화라도 익히자는 생각에 대기업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 문화도 그리 좋지 않고 하는 일이 재미가 없으니까 입사 의지가 더욱 사그라든다. 걱정하시는 부모님에게는 내가 알아서 살겠다고 대답한다.”

박현수 “취업길이 막힌 게 크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수시 채용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신입 공채를 하는데 그마저 코로나19 시기라서 서류 합격자가 줄었다. ‘연세대 졸업생이고 학점 4점대, 토플 110점인데 서류에서 떨어졌다더라’ ‘서울대, 포스텍도 다 서류 탈락이더라’ 하는 소리를 들으면 더 위축된다. 기성세대는 눈을 낮추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내가 왜 눈을 낮춰야 하나 반항심이 든다. 이미 우리는 불필요할 정도로 상향평준화된 스펙을 쌓았다. 중고등학교 때 피 터지게 공부해서 좋은 4년제 대학 졸업하고, 해외 경험과 스펙까지 다 갖췄는데 눈을 낮추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직장·직업이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김재현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동기부여를 할 수 있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직업이면 좋겠다.”

이수진 “예전에는 좋은 대학을 나와서 당당히 명함 내밀 수 있는 직장을 다니는 게 최고의 성취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다르다. 일이 재미 없으면 하루의 3분의 2를 버리면서 앉아있는 것 아닌가. 모든 게 만족스러울 수는 없지만 재미는 있었으면 좋겠다.”

박현수 “직업은 자아실현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고 성과를 낼 때와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을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돈보다는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시키는 일만 기계적으로 해야 한다든지, 기업 문화가 고지식하다면 지원하고 싶지 않다.”


니트족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지원책이 뭘까

김재현 “어딜 가나 직장인인지, 학생인지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무기력해진다. 내가 사회에서 하고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학 졸업생들을 위한 채용 교육, 설명회 등이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 학생도 아니고 사회초년생도 아닌 이들이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수진 “취업 의지가 없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은 많이 없을 것 같다. 일정 기간 이상 근속하면 국가에서 지원금을 주겠다는 정책이 그나마 동력이 될 것 같다.”

박현수 “수시 채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학 졸업생들은 신입 공채가 줄어든 것을 너무나도 두려워하고 있다. 학교와 기업이 함께 기업 직무 경험을 늘려준다든지, 현직자 멘토링, 면접 대비 등을 해주면 단비 같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마디한다면

김재현 “니트족이라고 하면 ‘사회 실패자’ ‘학교에도, 사회에도 적응 못 한 사람’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교우관계와 사회생활을 다 잘한 청년들이다. 기성세대가 너무 안 좋게만 보지 말고 왜 니트족이 생겼는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수진 “취직을 해야 진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의 틀을 깼으면 좋겠다. 어디서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정해진 길만 옳다고 보시지 말았으면 좋겠다.”

박현수 “기성세대 눈에는 2030세대가 끈기 없고 노력 안 하는 세대로 비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것 없이 불평만 하는 건 아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우리의 행동을 비판하기보다는 스펙 상향평준화, 신규 채용 감소, 경력직 선호 등 사회적 요인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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