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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루카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1993년 한국의 경제 발전을 ‘기적 만들기(Making a Miracle)’라고 칭했다. 어떤 경제이론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기적 같은 성장이라는 뜻이다. 그는 한국이 최빈국에서 시작해 선진국으로 빠르게 올라설 수 있었던 비결로 ‘인적 자본의 축적’을 꼽았다.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쏟아진 우수한 인력들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생산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18년이 지난 2021년 우리나라의 많은 우수 인력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인적 자본 손실이 나타나고, 또다시 미래 성장률을 낮추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셈이다. 많은 이가 취업 문 앞에서 좌절하면서 니트족(NEET, 교육·직업훈련을 안 받는 무직 청년) 문제도 계속해서 불거졌다. 니트족은 201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계기로 크게 늘었다. 국내 니트족이 전체 청년층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8%에서 2020년 4.9%로, 청년층 비경제활동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에서 9.1%로 상승한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추정했다.

그렇다면 국내 니트족이 늘어난 이유와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은 국내 전문가 세 명에게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화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이사, 조대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가나다순)가 참여했다. 이병훈 교수는 노동 양극화와 청년층 구직활동 등을 연구해왔고, 이부형 이사는 ‘한국도 니트족이 늘고 있다’ ‘국내 니트족 현황과 시사점’ 등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조대연 교수는 우리나라 고학력 청년 니트족을 유형화하고 니트 탈출 방안을 연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니트족이 늘어난 이유는

이부형 “고학력자는 많은데,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하다. 전문직, 제조업, 공기업, 공무원 등이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편인데, 경제가 성장하면서 일자리 창출 능력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구직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노동시장이 따라가지를 못하는 ‘미스매치’ 현상이 벌어졌다. 중소기업은 임금상승률이 높지도 않고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대기업과 공기업에 수요가 집중돼 있다. 지방에 일자리가 부족하고 일자리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라서 일자리를 찾으러 수도권에 몰려들면서 경쟁이 더 심화된다. 기업들의 고용 관행이 변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규 채용보다는 경력직 채용을 해서 신규 고용이 잠식되는 효과도 발생했다.”

조대연 “높은 대학 진학률과 노동시장에서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기업 간 양극화가 극심한데 노동시장에서 이동이 쉽지 않아서 청년들이 첫 직장 취업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됐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안정적으로 지원을 해준다는 점도 니트족을 양산케 한다. 우리나라의 부모 세대는 안정적으로 부를 축적했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국민 중 가장 고령(평균 73세)까지 일한다. 청년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수준보다 조건이 나쁜 직장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코로나19 영향은

이부형 “코로나19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더욱 줄였다. 코로나19 여파가 단기로 끝났으면 다행인데 길어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이 1~2년을 아무것도 못 하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들이 이 기간 교육을 받거나, 사회활동을 했으면 괜찮은데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길어지면 실업 상태가 계속되거나 단기임시직으로 흘러가게 된다. 코로나19 세대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IMF(국제통화기금) 세대와 비슷하다. IMF는 단기 충격으로 끝났지만, 후유증이 굉장히 심했고 지금도 극복하기 어렵지 않나.”


팬데믹이 끝나면 니트족은 사라질까

이병훈 “구직 의사가 있는 청년이라면, 시장 상황이 호조되면 니트족에서 벗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의욕을 잃은 청년의 경우 사회로 끌어내려는 시도가 없다면 힘들 수 있다.”

이부형 “코로나19 여파가 극심할 때, 정부가 공공 부문에서 단기 일자리를 많이 양산해 당장 고용지표는 나쁘지 않게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가 더 문제다. 팬데믹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국가 재정을 활용한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과연 청년들이 원하는 고품질 일자리가 얼마나 생길지 미지수다.”


팬데믹 이후 미취업자 지원이 늘어 니트족을 양산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조대연 “현금 보조는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오히려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경제적 원조보다 끊임없는 취업 장려가 더 이상적인 청년 실업 해결 방식으로 보인다. 또한 단순한 경제적 원조는 원래 목적을 달성하는 대신에 역으로 구직 의욕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니트족이 왜 문제인가

이병훈 “청년 세대가 자립하지 못하면 부모들이 노후 생활에 투자할 자금을 자식들에게 쏟아부어야 하니 가족 전체의 문제로 번진다. 노동시장에서 부를 창출해야 하는 청년이 복지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부담이다. 일본 같은 경우 1990년대 초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청년무업자’가 등장하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했다. 서구에서는 니트족들이 실업자 운동 등을 펼치는 등 사회 불안,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부형 “니트족의 장기화는 사회 경제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에서 한 번 이탈되면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이상 니트족을 벗어나기 힘들다. 프리랜서, 아르바이트생이라도 충분한 수입이 보장되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장기 니트족이 되면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현 니트족 관련 정책의 문제점은

이병훈 “구직 의사가 있는 니트족에 대한 정책은 충분하지만, 이미 좌절해 사회에서 숨어버린 니트족에 대한 정책이 많지 않다. 그들을 집 밖으로 이끌어 내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도록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감을 느끼게 하고 일자리 교육과 직업 알선을 하는 등 꼼꼼한 정책이 필요하다. 니트족이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됐지만, 실태 파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성별, 학력, 전공, 지역 등에 따라 겪고 있는 문제가 다른데 뭉뚱그려 지원책을 세우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 내 어떤 청년들이 있는지 세세하게 조사하고 지원해줘야 한다.”

이부형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재진입하기 위해서는 고용 가능성을 키워줘야 하는데, 그러한 도움이 충분치 않다. 지금은 실업급여 지급, 교육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굉장히 형식적이다. 2~3개월 교육을 해서 IT 기술자를 만들어내겠다는 식인데 어렵지 않겠나.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면 장기적이고 충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데 지금은 개인이 이 자금을 모두 감당하고 있는 형태다.”

조대연 “현재 정부의 고용정책은 직업 기초능력이 부족하거나 자존감이 결여된 경우, 질병·부상을 겪은 청년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기존 정책만으로는 이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기가 어렵다. 니트족은 사회안전망과도 결부된 문제다. 정부는 지원책을 만들고 기업은 투자를 늘리며 구직 청년들도 눈높이는 낮추는 식으로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청년 체감실업률이 27%로 역대 최고인 만큼 기존 청년 고용 정책의 틀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고학력 니트족을 위한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그것도 별로 많지 않다. 멕시코, 터키, 스페인 같은 나라에서는 많은 니트족이 고등학교 교육조차 이수하지 않아 교육에서 해법을 모색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69.6%, OECD 2위(2019년 기준)로 상황이 다르다. 니트족 중 대졸자 비율이 40%를 넘지만, 고학력자를 위한 직업훈련이 마땅치 않다. 직업훈련은 대부분 제조업 같은 기능직에 집중돼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조대연 “니트족 예방 및 추적 강화가 필수적이다. 니트화될 가능성이 큰 청년을 파악하고, 학교·직업훈련기관, 지역 사회의 전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추적·상담하는 니트족 추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충분한 상담과 체계적인 진로교육 등을 통해 니트족으로의 이탈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지역 기반 민관협력 청년 니트족 지원 전담기관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 내 교육·고용·복지기관 등과 연계해 학교교육, 직업교육, 심리상담 등을 종합 지원하고 지원기관 내에 청년 전용 공간을 두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질 나쁜 일자리’를 경험하면서 구직을 포기하거나 취업에 관심을 끊는 경우도 있다. 청년들이 도전정신마저 잃게 되면서 사회 진입이 지연되는 현상을 야기한다. 청년들의 취업의사를 고취시키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인 직업교육기관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니트족 문제를 잘 해결한 국가가 있나

이병훈 “니트족을 해결한 국가가 많지 않다. 다만 유럽의 구직 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제도 ‘유스개런티’와 일본의 비영리 민간단체(NPO)를 참고할 만 하다. 일본의 경우, 지역 시민단체가 니트족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부모와 함께 니트족을 상담 치유해 사회성을 되찾아주고 재교육하는 것이다.”

이부형 “무엇보다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커뮤니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산업화 과정에서 커뮤니티가 붕괴되면서, 니트족은 일개 가정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됐다. 이제는 지역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니트족이 된 이유는 각기 다른데 지금은 아무 구분이 없다. 유형별로 파악하고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과 교육과정을 거쳐 하루빨리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후 약방문은 효과가 크지 않다.”

조대연 “영국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16세 이상 청소년이 학교나 훈련기관에서 중도 탈락하면 통합적 서비스를 받도록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면서 니트족을 꾸준히 줄였다. 불가리아에선 대학을 졸업한 청년 실업자가공공기관에 연결되면서 니트족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경제적인 원조보다는 끊임없는 고용 활성화가 이상적이다.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탈무드’의 지혜를 적용해야 한다. 취업 관련 교육비 지원 등, 청년의 취업 장려를 위한 기회의 문을 마련하는 것이 청년들을 위한 더욱더 긍정적인 정책으로 보인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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