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축된 구찌 빌라 내 아바타. 구찌 의상을 입은 모바일 게임 테니스 클래시 캐릭터. 사진 제페토·구찌
왼쪽부터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축된 구찌 빌라 내 아바타. 구찌 의상을 입은 모바일 게임 테니스 클래시 캐릭터. 사진 제페토·구찌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집콕’ 중인 사회 초년생 김인영(가명)씨는 현실에서 약 200만원에 판매되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마틀라세 숄더백’을 3000원에 구매했다. 마스크를 벗고 새 옷을 입은 그는 가방을 메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새로 산 가방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김씨가 즐겨 접속하는 네이버 가상현실 아바타 앱 ‘제페토’와 구찌가 올 2월부터 협업해, 가상현실 공간 속 아바타가 착용할 수 있는 60여 종의 구찌 의상, 신발, 가방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일한 지 2년도 안 돼 비싼 명품은 수년 후에나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거리감을 느끼던 고가의 브랜드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라며 “나중엔 실물도 구매하고 싶다”라고 했다.

100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진 명품 브랜드가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경제가 뜨면서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 마케팅에 명품 브랜드들이 뛰어들고 있다.

올해로 창립 100년을 맞이한 구찌는 제페토를 통해 ‘구찌 빌라’를 선보였다. 구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실제 본사 건물과 유사한 공간을 가상공간에 만든 것이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구찌 제품을 착용한 아바타의 모습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구찌는 지난 6월 아바타 기반의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디지털 에디션 핸드백을 현실 세계에서 판매되는 진짜 가방보다 약 800달러 더 비싼 4115달러(약 492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구찌는 올해 5월 인기 모바일 게임 ‘테니스 클래시’에 캐릭터 의상과 신발을 디자인해 판매한 뒤, 해당 의상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루이비통은 8월 4일 창립자 루이 비통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관련 비디오 게임을 출시했다. 젊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루이: 더 게임’은 창립자의 이야기로 구성된 모험을 배경으로 하는 스마트폰 게임이다. 이용자가 게임에서 촛불을 수집해 브랜드의 역사를 담은 엽서 잠금을 해제한다. 엔터테인먼트 요소의 마케팅을 통해 자사 브랜드의 역사를 알리고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소비자 경험을 고도화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165년 된 버버리가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SNS) 기업인 텐센트와 협력해 중국 광둥성의 선전에 처음으로 지난해 7월 선보인 ‘소셜 리테일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는 실제 제품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해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받는다. 실제 매장과 소셜 공간을 오가는 인터랙티브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버버리는 구글과도 협력해 소비자들이 증강현실(AR) 환경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돌체앤가바나는 웹캐스트를 통해 고객과 판매 직원 간의 소통을 재창조하고 있다. 돌체앤가바나는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불가능토큰(NFT) 명품 마켓플레이스인 UNXD에 NFT 독점 컬렉션을 선보인다.


왼쪽부터 루이비통이 창립자 탄생 200주년을 기념으로 선보인 비디오 게임 ‘루이: 더 게임’.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입점한 샤넬의 향수 제품. 사진 루이비통. 카카오커머스
왼쪽부터 루이비통이 창립자 탄생 200주년을 기념으로 선보인 비디오 게임 ‘루이: 더 게임’.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입점한 샤넬의 향수 제품. 사진 루이비통. 카카오커머스

백화점 고집하지 않는 판매채널

명품 브랜드는 마케팅뿐 아니라 실제 판매채널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가성비 제품을 사는 채널로 인식되던 온라인 쇼핑몰에 고가 명품들이 속속 입점하고 있는 것이다. 111년 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7월 8일 카카오커머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했다. 샤넬은 서비스 내 브랜드 전문관을 열고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향수 등 20여 가지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샤넬이 국내 온라인몰에 정식 입점한 것은 백화점 온라인몰을 제외하곤 처음이다. 이어 184년 역사의 에르메스도 7월 19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해 뷰티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백화점의 ‘급’을 결정짓는 명품 3대장이라 불리며 백화점 간 입점 경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중 두 브랜드가 1만원대 저가 상품까지 망라해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공식 입점하게 됐다. 현재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는 보테가베네타, 티파니앤코 등 130여 개의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티몰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중국 관문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 게 2019년이다.

명품 브랜드가 온라인 마케팅 및 판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다. ‘포브스’는 설문조사 업체 노스탯의 영국 소비자 설문조사를 인용해 “명품 소비자 3명 중 2명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온라인 소비가 편리하다고 답했으며, 영국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 3명 중 1명이 팬데믹 기간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포브스’는 “소비자의 90%는 명품 브랜드 관련 온라인 경험의 질이 일반 브랜드 대비 좋지 않다고 답했다”며 “명품 브랜드가 변화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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