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빈 아그니호트리 에버라이프 디지털 수석 고문(렌도 공동창업자 겸 전 최고기술책임자). 사진 에버라이프 아시아 홈페이지
나빈 아그니호트리 에버라이프 디지털 수석 고문(렌도 공동창업자 겸 전 최고기술책임자). 사진 에버라이프 아시아 홈페이지

미국 렌도(Lenddo)는 소셜미디어(SNS) 기반의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디지털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렌도도 성장에 탄력을 받고 있다. 렌도는 SNS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는 개인 평판 정보를 활용해 개인 신용평가를 하고 소액 대출을 제공한다. 대안 신용평가(구매 실적, 통신 기록 등 비금융 관련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를 통해 금융 소외계층에 대출해주는 것이다. 미국에서 2011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렌도는 콜롬비아, 필리핀, 멕시코, 인도, 코스타리카, 페루, 나이지리아 등 15개국으로 사업을 넓혔다.


대출 거절 경험에서 시작된 개발 스토리

렌도의 대안 신용평가 알고리즘을 개발한 나빈 아그니호트리 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신흥국인 인도 출신의 중산층 신 파일러(thin filer·금융 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였다. 그는 1994년 대학원 진학을 위해 22세의 나이로 미국행을 택했다. 시중 은행을 찾아 신용카드를 만들고 대출도 받으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미국과 인도에서 금융 거래 이력이 거의 없었고, 소득조차 없는 학생 신분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당시 은행의 책임자였던 관리자가 우연히 아그니호트리의 수표장(수표 용지를 철한 장부)을 본 뒤 대출을 승인해줬다. 수표장에 빼곡히 적힌 글씨를 보고 관리자의 마음이 바뀐 것이다. 순간 아그니호트리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개인의 인성이나 성실성을 보여주는 비금융 데이터만 있다면 대출이 가능하겠구나.” 그는 “수표장 작성 내역이 매우 꼼꼼하게 정리가 잘 돼 있고, 글씨체도 깔끔했기 때문에 해당 은행 대출 승인이 났었다”며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세워진 회사가 렌도다. 아그니호트리 전 CTO는 제프 스테워츠 전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2011년 1월 렌도를 공동 창업, 세계 최초의 SNS 기반 대안 신용평가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신흥국 금융 소외계층 타깃

렌도의 주 고객은 대출 상환 능력은 있지만 금융 거래 정보가 없어 전통적인 금융 회사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신흥국 중산층이다. 인구 6억 명이 넘는 동남아시아의 경우, 인구의 약 절반인 3억 명 정도만 은행 계좌가 있을 정도로 은행 거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금융 소외 계층이 두껍다는 말이다. 렌도는 SNS 계정 수, 계정 사용 기간, 팔로어 수나 친구 수, 콘텐츠 게재 횟수 같은 비금융 데이터를 접목, 회원들이 SNS 활동을 통해 자신의 신용도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SNS 데이터만 활용하는 건 아니다. 위치 정보, 통신사 사용 내역, 소액 결제 데이터 등을 개인 동의를 얻은 뒤 함께 활용한다. 신용 평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렌도는 한 달 월급 정도로 대출액을 한정, 소액 대출을 실행해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썼다. 렌도는 신흥국 금융 고객을 대상으로 1인당 500~800달러(약 59만~94만원) 상당의 대출을 허용했다. 대출 액수 자체가 크지 않아 상환율도 대체로 높았다. 대출 상환율은 약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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