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국내 기업이 대안 신용평가(구매 실적, 통신 기록 등 비금융 관련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부문 진출을 선언할 때마다 ‘롤모델’이라고 언급하는 기업이 있다. 중국의 ‘즈마신용(芝麻信用)’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큰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이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 계열의 신용평가사다. 앤트그룹은 모바일 결제 ‘알리페이’를 필두로 마이뱅크(대출), 위어바오(자산 관리), 앤트보험(보험) 등의 계열사를 운영하며 중국 서민금융 분야를 휩쓴 기업이다. 특히 앤트그룹의 핵심 사업인 대출 부문은 대안 정보를 활용해 신용을 평가하는 즈마신용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즈마신용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및 중소기업의 신용 점수(350~950점)를 채점하는 대안 신용평가사로, 금융업에 진출한 정보기술(IT) 기업, 인터넷은행의 협업 파트너이자 벤치마킹 대상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공인된 신용평가 척도가 널리 활용되지 못하는 중국에서는 즈마신용이 준정부적 수준 지위의 신용평가 기반으로 취급됐다. 전통 신용평가사와 달리 비재무적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은행 대출 기록이 없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금융 소외계층의 신용점수를 평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제도의 취약이 새로운 혁신 신용평가 시스템이 성장할 토양을 마련한 것이다. 중국은 직장인도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즈마신용의 신용평가 비결은 알리바바의 B2B(기업 간), B2C(기업과 소비자 간)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10억 명 넘는 고객과 수천만 곳의 기업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다. 기저귀를 사는 사람은 유흥비로 돈을 쓰는 사람보다 더 책임감 있는 소비를 하는 것으로 인식해 더 높은 점수를 평가하는 식이다. 거지도 구걸할 때 사용한다는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에서 나온 데이터가 기반이 됐다. 즈마신용은 여기에 더해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인맥 정보, 학력, 경력, 공과금 납부, 벌금 이력, 대중교통 이용 행태 등까지 모아 신용평가에 활용했다.

즈마신용의 신용평가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활용되기도 했다. 즈마신용 점수가 700점 이상인 고신용자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고, 미국, 태국 등에서 렌터카를 빌릴 때 보증금을 면제받을 수도 있다. 싱가포르, 룩셈부르크 등 해외를 방문할 때도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집주인은 세입자의, 고용주는 구직자의 즈마신용 점수를 확인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도 “딸이 결혼할 때, 예비사위의 즈마신용을 보고 신용도를 평가하면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중국 최대 SNS 업체 텐센트도 신용평가사를 세우는 등 빅테크의 데이터 강점을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업 진출이 잇따랐다.

하지만 앤트그룹의 승승장구 신화는 한풀 꺾인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핀테크, 비금융 회사에 ‘선 시행 후 규제’라는 포용적인 정책을 펼쳐왔지만, 알리바바가 중국인의 생활을 장악하고 데이터 권력을 쥐게 되자 규제 대상에 올렸다. 앤트그룹이 쏟아낸 개인 소비 대출이 2조위안(약 376조원)에 육박해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마윈은 신용평가할 때 담보를 보는 전통적인 금융이 아닌 데이터를 중시하는 혁신 금융이라고 맞섰지만, 고개를 숙여야 했다. 앤트그룹은 지난해 11월 홍콩과 상하이 증권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할 예정이었으나 상장 이틀 전 급작스럽게 상장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앤트그룹 창업자 마윈에게 “알리페이의 사용자 금융 정보를 중국 국영기업들과 공유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윈은 애초 “고객의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정부의 요구를 거절해왔으나, 노골적인 규제 강화에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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