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리(Peter Lee) 엑스피리언 한국 총괄 사장 전 오라클 아시아·태평양 본사 신용 리스크 담당, 전 SAS 한국지사 및 아시아·태평양 본사, 전 IBM 한국지사 근무 / 사진 심민관 기자
피터 리(Peter Lee) 엑스피리언 한국 총괄 사장
전 오라클 아시아·태평양 본사 신용 리스크 담당, 전 SAS 한국지사 및 아시아·태평양 본사, 전 IBM 한국지사 근무 / 사진 심민관 기자

“오랜 세월 축적해 방대해진 데이터를 관리하고, 유의미한 의미를 신속하게 도출하기 위해서는 변해야만 했다.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미리 대비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 생각했다.”

영국 신용평가사 엑스피리언(Experian)의 피터 리(Peter Lee) 한국 총괄 사장은 8월 30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 세계 44개국에 약 1만8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엑스피리언은 1897년 영국에서 출발한 신용 정보 평가회사다. 이 회사는 트랜스유니온(TransUnion), 에퀴팩스(Equifax)와 함께 세계 3대 개인 신용평가 회사로 꼽힌다.

특히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통적 방식의 신용평가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데이터 관리에 정보기술(IT)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데이터 보관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부터 데이터 분석 툴(Tool) 제공까지 나서며, 글로벌 테크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인 파워스코어(PowerScore)는 이러한 회사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 파워스코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통신 데이터, 고객 데이터, 전자상거래 데이터 등 여러 가지 데이터 소스를 결합, 고객의 포괄적인 신용 프로필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 회사의 강점은 광범위한 데이터 자산이다. 지난 124년간 축적된 엑스피리언만의 데이터 처리 노하우까지 접목, 정교한 신용평가를 가능하게 했다. 피터 리 사장은 “데이터는 우리 비즈니스의 생명줄”이라며 “전 세계 13억 명, 1억6600만 기업의 신용 기록과 대출 상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식으로 오래 사업하면서 자리를 잡았는데, 변신에 무슨 계기가 있었나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금융 데이터를 대체할 방대한 비금융 데이터들이 생겨났다. 이러한 데이터의 유의미성을 찾아내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했다. 전통적인 신용평가사에서 종합적인 데이터 관리⋅분석 솔루션 회사로 변신을 시도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넘쳐나는 데이터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해 내는 능력의 중요성을 직감하고,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강화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했다. 이를 통해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도 금융 혜택을 줄 수 있게 됐다. 데이터를 사용해 사람들이 재정적인 웰빙(well-being) 상태를 이루도록 지원하겠다는 우리 회사의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이다.”

국내로 치면 ‘토스’와 비슷한 업체가 된 건가
“엑스피리언은 한국의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Toss)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긴 하다. 엑스피리언은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객의 신용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보유한 각종 비금융 데이터들도 엑스피리언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인다. 금융 거래가 적어 대출이 불가능한 사람들도 엑스피리언으로부터 받은 신용평점이 높으면 금융권 대출이나 카드 발급이 가능해진다. 금융사들 역시 대출이나 카드 발급 시 엑스피리언의 데이터 알고리즘을 적용, 신용을 평가한다. 국내에서도 많은 신용평가사들이 각 사가 보유한 개인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엑스피리언의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는 아니다. 우리 사업 영역이 신용평가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금융사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의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신용평가할 때 주로 어떤 걸 보나
“개인 신용평가에는 소비자의 대출 의향과 상환 능력이 포함되고, 기업 신용평가의 경우 재무 리스크와 운영 리스크 평가가 포함된다. 개인의 경우 비금융 데이터를 적극 포함한다. 예를 들면, 의료 데이터도 신용평가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심근경색이 여러 번 와서 치료를 받은 사람의 경우 아무리 통장 잔고에 현금이 많아도,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죽을 가능성이 있어 대출금 상환 능력 평가에서 마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전통적 방식으로 금융정보만을 평가할 경우에는 이런 심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반대로 통장에 돈이 적어도 건강하다는 의료 데이터가 있으면 신용점수가 올라갈 수 있다. 기업의 영업 정보나 기업에 대한 대외 평판 정보, 기업의 소셜미디어(SNS) 활동 등을 반영해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고 심사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

팬데믹이 신용평가 사업에 미친 영향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비대면 활동이 늘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생활 전반에 디지털 데이터들이 많아졌다. 개인 신용평가에 사용 가능한 디지털 행적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덕분에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구매 실적, 통신 기록 등 비금융 관련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알고리즘 발전도 빨라지고 있다. 팬데믹 위기가 데이터를 더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미 팬데믹 발생 이전부터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알고리즘인 파워스코어를 구축, 데이터 분석 고도화 작업을 해왔다.”

팬데믹이 기회란 얘기인가
“팬데믹으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개인이나 기업의 대출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대출 기관은 연체를 피하기 위해 보수적인 신용평가 방식을 원하게 됐다. 신용 기록이 좋은 기업과 고소득층 고객 중심으로 대출 비중을 늘리는 등 위험 회피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런 상황은 우리처럼 데이터 강점이 큰 신용평가사에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출 상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정밀하고 고도화된 신용평가 필요성이 과거보다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대공황이나 오일쇼크 같은 경제 위기 때는 어땠나
“우리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도약 시점들이다. 팬데믹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제 위기 때에는 금융기관들의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진다. 보다 정확하고 안정적인 신용평가 정보를 원하게 된다는 말이다. 기존 금융 데이터뿐 아니라, 방대한 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채무 상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해 낼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우리 회사의 강점은 오랜 세월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와 데이터 처리 및 분석력이다. 세계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우리 회사를 찾는 고객은 늘었고, 정밀한 신용평가를 통해 좋은 평판이 누적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비금융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가 왜 필요한가
“세계은행은 전 세계 17억 명의 사람이 은행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분포돼 있다. 인구 6억 명이 넘는 동남아시아의 경우, 인구의 약 절반인 3억 명의 인구만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은행 계좌가 없는 이들은 신용평가가 불가능하고,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금융 소외 계층인 것이다. 우리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금융 포용(금융 소외 계층에게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것) 문제 해결을 위해 전통적인 금융 데이터 대신 비금융의 대체 데이터를 활용, 개인 신용을 평가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금융 서비스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 방침이다. 우리는 비금융 대체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시스템을 활용, 인도네시아와 인도에서 금융 포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향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빅테크의 신용평가업 진출을 어떻게 보나
“글로벌 전자상거래⋅IT 대기업들은 풍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좋은 신용평가 모델과 신용평가 엔진까지 개발했다. 이들은 신용평가 사업 진출이 아니라, 기존 데이터의 수익화 방법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수익을 위해 소비자 데이터 거래를 하는 부분은 통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빅테크들은 기존 금융 기관들과 협력해 데이터를 수익화할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기존 신용평가사 등 금융 기관들과 경쟁도 할 것이다. 경쟁 효과 때문에 소비자 관점에서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은 좋게 평가한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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