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도어의 지역 기반 거주민 커뮤니티 화면(왼쪽)과 지역 비즈니스 서비스 화면. 사진 넥스트도어
넥스트도어의 지역 기반 거주민 커뮤니티 화면(왼쪽)과 지역 비즈니스 서비스 화면. 사진 넥스트도어

“우리 집 강아지 딕시를 공원에서 잃어버렸어요. 동네에서 어슬렁거리는 강아지를 발견하면 알려주세요.” “우리 동네에서 가장 빠르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디 있나요?” “사정이 있어 사흘간 집을 비울 텐데, 집 정원 꽃 관리하는 아르바이트 해주실 주민분 구합니다.” “코로나19 걱정 없이 떨어져서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맛집 추천해주세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지역 밀착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인 ‘넥스트도어(Nextdoor)’ 이용자들이 올리는 하루 수십만 건의 글 중 일부다.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독일 등 11개국 거주 지역을 기반으로 약 27만 개 커뮤니티를 활성화한 넥스트도어의 매출은 2018년 5100만달러(약 607억원)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1억2300만달러(약 1466억원)로 불어났다. 지난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66% 급증한 4580만달러(약 545억원)에 달했다. 6월 말 기준 전 세계에서 지역주민으로 인증된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17% 늘어난 6300만 명에 달했다. 미국에선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넥스트도어를 이용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좁아진 사람들의 생활 반경에 맞춘 ‘하이퍼 로컬(hyperlocal·지역 밀착)’ 서비스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원격근무가 늘고, 장거리 외출이 줄면서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가까운 지역주민과의 비대면 연결을 돕고, 지역 기반의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로컬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동네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웃을 위한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넥스트도어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하이퍼 로컬’ 기업을 대표한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부상 등은 우리가 사는 동네와 동네 경제를 새로운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했다”며 “지역만의 특색 있는 로컬 자원과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한 콘텐츠가 만들어졌을 때 사람과 돈이 모인다”고 했다. 연내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넥스트도어의 기업 가치가 50억달러(약 5조9600억원)로 추정되고, 한국의 대표 하이퍼 로컬 기업인 당근마켓이 8월 1789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3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게 이를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2019년 9730억달러(약 1159조원)를 기록한 하이퍼 로컬 서비스 시장은 2027년까지 약 273% 성장해 3조6343억달러(약 433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개화한 하이퍼 로컬 온라인 시장은 오프라인에 머물렀던 지역 상권을 온라인화함으로써 온라인 플랫폼의 추가 기회를 창출했다”며 “기존 대형 플랫폼도 하이퍼 로컬로 확대 중”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넥스트도어 등 플랫폼이 하이퍼 로컬 버전의 페이스북, 혹은 크레이그리스트(해외 유명 구인·구직·매매 웹사이트)에 불과했다면, 코로나19 이후엔 고립된 사람들이 신체 접촉의 위험 없이 서로 연결되고, 조직화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넥스트도어가 팬데믹 이후 급부상한 것을 포함해 지난 1월과 6월 각각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판 당근마켓 ‘포시마크(Poshmark)’와 중국판 당근마켓 ‘아이후이서우(爱回收)’, 동네 이웃끼리 남은 식료품을 무료 나눔할 수 있게 한 영국의 ‘올리오(Olio)’, 아파트 거주자 중심의 소셜 플랫폼인 미국의 ‘벤 시티(Venn City)’ 등이 하이퍼 로컬 트렌드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주역들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처음엔 아파트 주민끼리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등에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소식을 주고받고 대용량 식료품을 함께 구매하는 트렌드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기업이 플랫폼에서 조직적으로 이들 주민을 묶어 식료품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확장됐다. 중국 배달·생활 서비스 업체 ‘메이퇀뎬핑(美團點評)’이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온라인 쇼핑몰 ‘핀둬둬(拼多多)’ 역시 친구나 이웃 등이 모여 공동구매를 할 때 상품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최대 SNS(소셜미디어) 업체인 텐센트가 투자한 지역 커뮤니티 공동 구매 플랫폼인 메이르유셴(每日優鮮)은 전국 단위의 대규모 물류 센터를 만드는 대신, 동네마다 소규모 물류 센터를 두고 동네 주민의 신선식품 수요를 파악해 물량을 확보한다.


국내 플랫폼도 ‘슬세권’ 선점 경쟁

특히 한국은 도시 밀도가 높고, IT 인프라가 잘 구축돼 스마트폰을 통한 고객 위치 정보 파악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하이퍼 로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슬세권(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이르는 신조어)’을 선점하기 위해 스타트업은 물론 대형 플랫폼까지 경쟁적으로 동네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당근마켓’은 위치 기반의 로컬 C2C(소비자 간)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시작했다가 이웃 간의 모임, 맛집 추천, 구인·구직 등을 망라하는 지역 종합 커뮤니티로 확장했다. 국내 최대 포털 플랫폼 네이버는 네이버 카페에 이웃과 소통하고, 위치를 기반으로 맛집과 카페를 추천받고 이웃과 중고 거래 할 수 있는 ‘이웃톡’ 기능을 추가했다. 지역보다도 더 좁은 하이퍼 로컬 단위인 아파트를 기반으로 입주민 간의 소통을 돕는 플랫폼인 ‘아파트너’와 ‘모빌’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4만여 대 렌터카를 중개해주는 플랫폼 ‘카모아’도 울릉도 등 지방 현지에서 렌터카를 손쉽게 예약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머물지 않고, 현지 맛집과 숙박시설 등과 공동 마케팅을 하는 지역 밀착 서비스를 제공한다. GS25 등 편의점은 공공요금 수납, 택배, 지역 세탁소 연계 지역 밀착 생활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팬데믹 이후 빨라지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기업과 소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보기 위해 하이퍼 로컬을 탐구하는 ‘동네의 재발견’을 기획했다. 국내 주요 하이퍼 로컬 플랫폼을 분석하고, 당근마켓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라스트오더’의 대표, 영국의 동네 기반 식재료 나눔 및 지역 커뮤니티 앱 ‘올리오’의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했다. 국내에 하이퍼 로컬 개념을 알린 책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를 지난 3월 출간한 모종린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하이퍼 로컬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정리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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