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도너번 UBS 글로벌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영국 옥스퍼드대 세인트 앤드 컬리지 철학·정치학·경제학, 영국 런던대 금융경제학 석사, ‘이익과 편견(Profit and Prejudice)’ 저자 / 사진 UBS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폴 도너번 UBS 글로벌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영국 옥스퍼드대 세인트 앤드 컬리지 철학·정치학·경제학, 영국 런던대 금융경제학 석사, ‘이익과 편견(Profit and Prejudice)’ 저자 / 사진 UBS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글로벌 경기 흐름을 부지런히 쫓고 향후 전개 방향을 파악하는 건 세계적인 투자 대가의 포트폴리오를 엿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워런 버핏과 레이 달리오가 바구니에 담을 투자 자산을 고르는 기준도 결국은 경기 동향 분석과 전망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바구니 속 황금알만 쳐다보는 건 풀이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정답만 갈구하는 셈이다. 더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장이 불안정한 요즘 같은 시기에는 매크로 환경 파악이 필수다.

‘이코노미조선’은 매크로 분석과 전망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인 폴 도너번 UBS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UBS는 글로벌 부호들의 자산 보고서를 매년 낼 만큼 부자들의 투자 동향에 정통하다는 평을 듣는다. 도너번 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경제를 잠시 이례적인 상황으로 내몰았지만, 정상 궤도를 되찾아 가고 있으니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또 그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앞당겼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앞으로 세계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은 과거와 전혀 다를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채권 금리와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 등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하는 시그널이 많다. 당신은 2021년 10월 현재 글로벌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나.
“세계 경제사에서 지난 18개월은 매우 이례적인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사실 경제 지표로만 본다면 2020년은 경기 침체 구간이 아니었다. 팬데믹에 따른 갑작스러운 경제 활동 중단과 또 갑작스러운 재개로 정상적인 경제 사이클에서 잠시 이탈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본다. 매우 이례적인 수요, 성장 그리고 인플레이션 패턴을 경험했다. 채권 금리는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생산량은 최고치를 기록했고, 교역량도 호황기 수준이다. 더구나 선진국 경제의 수요는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람들이 일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혁명적으로 변했다. 이 모든 상황이 전례를 찾기 힘든 경우이다 보니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온 시장 참여자로서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최근 테이퍼링 움직임도 당연한 수순으로 봐야 할까.
“그렇다. 미국 연준뿐 아니라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앞으로 몇 달간 채권 매입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절실했던 유동성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채권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채권 수익률 상승에 대한 압력이 다소 커질 수는 있다. 하지만 완만한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기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소비 패턴이 재화에서 서비스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소비가 경기 회복을 견인하면서 기업의 이익 성장은 계속 될 전망이다.”

최근의 물가 상승 분위기를 1970년대 인플레이션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던데.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 환경은 현재 상황과 완전히 다르다. 1970년대 초 미국 경제는 임금과 물가가 정부의 통제 아래 있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햄버거 패티의 가격을 정했을 정도였다. 노조가 임금 결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석유 같은 원자재 가격이 오늘날보다 몇 곱절 더 경제에 중요했던 시절이었기에 일반 물가가 덩달아 오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하지만 오늘날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선진국 시장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 일어났다. 일시적으로 재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팬데믹 당시 억눌렸던 소비 수요가 분출했고, 서비스보다는 재화에 소비가 집중됐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압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오늘날 세계 제조업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재화를 생산하고는 있지만, 억눌렸던 소비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부 물품의 경우 배송이 지연되는 사태에 이르렀고, 다른 물품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팬데믹에 따른 이례적인 수요가 잦아든다면 이러한 물가 상승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은 이례적인 수요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대한 의견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주 작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노동 시장이 매우 경직됐을 때 발생한다. 다시 말해 경제 성장은 제한시키면서 임금만 인상될 때 나타난다. 오늘날 경제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임금은 인플레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경제 활동이 정상화함에 따라 2022년에는 성장이 둔화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2021년과 같은 성장은 매우 드물고 지속할 수 없는 것이기에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예측이다. 경기 침체의 위험이 느껴질 수 있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분석해보면 기우(杞憂)에 가깝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투자자가 주목해야 하는 글로벌 경기의 가장 큰 위협 요소는 무엇일까.
“코로나19 팬데믹이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앞당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경제와 사회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쇠퇴하는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실업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들이 성장하는 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재교육을 받는 일도 녹록지 않다. 투자자는 그동안 가져 왔던 가정이나 가설을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미래의 세계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은 과거의 세계 경제가 움직여온 방식과 다를 것이다. 만약 투자자가 구조적인 변화를 순환적인 변화로 혼동하거나 앞으로의 세계가 과거처럼 작동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금융시장의 흐름을 곡해할 위험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2021년 이후 글로벌 경제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나.
“2022년 세계 경제의 성장은 점점 둔화할 것이다. 팬데믹 후유증에서 벗어나 경제가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왜곡도 여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교역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선진국에서는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차츰 완화할 것으로 본다. 각국 중앙은행은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나가겠지만, 채권 매입을 줄이는 정책은 유지할 것이다. 팬데믹에 따른 즉각적인 경제적 영향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구조적 변화와 안정성 추구라는 시장의 두 가지 동인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가 정책 입안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큰 관심사가 될 것이다.”

끝으로 투자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구조적 변화를 살펴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말하고 싶다. 이는 기술에 관한 것이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당신의 스마트폰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해 기회와 위험을 만들면서 경제와 사회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에 관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 250여 년 동안 세계가 경험했던 것보다 더욱 드라마틱한 경제·사회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과거처럼 세상이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익숙함에서 빠져나와라.”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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