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마리나 지역에 건설 중인 초대형 쇼핑몰 공사 현장. 사진 두바이=송기영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마리나 지역에 건설 중인 초대형 쇼핑몰 공사 현장. 사진 두바이=송기영 기자

지난 9월 말 초고층 빌딩과 고급 빌라가 밀집해 있는 두바이 마리나 지역 곳곳에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오랜 기간 중단됐던 대규모 개발 공사가 재개된 곳도 있다. 두바이 국영 부동산 개발회사 나힐(Nakheel)은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2009년 중단했던 초대형 인공섬 개발 프로젝트인 ‘팜 제벨 알리’ 조성 사업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하면서 경기 회복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바닥을 쳤던 건설·부동산 경기 회복과 코로나19 사태 이전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회복한 국제 유가 덕에 UAE 경기가 빠르게 원상복구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2020 두바이엑스포’가 10월 1일 6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가면서 관광지가 다시 북적이는 등 UAE 경제 회복의 새로운 돌파구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두바이엑스포는 중동에서 열리는 첫 엑스포다.

두바이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게 된 일등공신은 높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인구 1000만 명가량인 UAE는 최소 한 차례 백신을 접종받은 주민이 92.95%(이하 현지시각·9월 29일 기준)로 전 세계에서 1차 접종률이 가장 높다. 접종 완료율도 82.46%에 이른다. 외국인 임시 거주자까지 포함할 경우 백신 접종률은 120%까지 올라간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덮쳤을 때 UAE 정부는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에게 800달러(약 96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코로나19 이후 첫 대규모 엑스포 행사 개최는 사실상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경제 부활 꿈꾸는 두바이

두바이 경기를 떠받드는 산업의 한 축은 건설·부동산이다. 두바이는 일찍이 석유 산업보다는 호텔 및 관광 산업으로 국부를 창출해왔다. 당연히 관광지 개발을 위한 대규모 토목 사업 발주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들이 일부 중단되거나 잠정 보류됐으나 올해부터는 다시 두바이 곳곳에서 랜드마크급 빌딩 건설이 이어지고 있다.

두바이 정부는 최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경제 성장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 조성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UAE 총리 겸 두바이 국왕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은 10월 7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6000억디르함(약 1630억달러·약 19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두바이는 단일 부지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 단지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MBRM)’ 솔라파크의 용량을 2030년까지 총 5000㎿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벨바젬(Belbazem) 해상 유전개발(7억4000만달러·약 8917억원), 아부다비 최대 국영 석유회사의 가스관 설치 공사(15억달러·1조8075억원), 알다비야(Al Dabbiya) 육상 플랜트(2조2000억달러·2651조원) 등 대규모 플랜트 발주도 이어지고 있다.


‘2020 두바이 엑스포’ 한국관 앞에서 외국인 관람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엑스포 개최 첫날인 10월 1일(현지시각)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엑스포를 찾은 전체 관람객은 5만3000여 명, 한국관에는 3200여 명이 다녀갔다. 사진 코트라
‘2020 두바이 엑스포’ 한국관 앞에서 외국인 관람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엑스포 개최 첫날인 10월 1일(현지시각)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엑스포를 찾은 전체 관람객은 5만3000여 명, 한국관에는 3200여 명이 다녀갔다. 사진 코트라

외국인 큰손⋅자금도 다시 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두바이를 떠났던 외국인 큰손들도 돌아오고 있다. 두바이 인구는 310만 명에 달하지만, 이 중 90%가 외국인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외국인 거주자의 상당수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일반 외국인 근로자는 물론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던 큰손들도 두바이를 떠났다고 한다.

두바이 토지부(DLD)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외국인이 두바이에서 사들인 부동산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37% 급증했다. 특히 고급 빌라촌인 두바이힐즈그로브에서 124% 증가했다. 고가 주택 거래가 연간 54건에 그쳤던 작년 상황에서 벗어난 것이다. 두바이가 세계 최고 방역 국가로 떠오르면서 세계 부호들이 두바이로 거주지를 옮기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세계 부호들이 두바이로 몰리면서 관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도 활기를 띠고 있다. 나힐은 두바이 제벨 알리 지역에 새로운 고급 빌라단지(418개) 조성사업을 추진했는데, 5월 20일 사업 계획 발표 이후 4시간 만에 선(先)분양 물량인 빌라 217채가 모두 팔렸다. 금액으로는 2억달러(약 2410억원)에 달한다.


발 빠른 백신 접종 ‘신의 한 수’

두바이 정부는 빠른 백신 접종을 진행하면서 올해부터 도시 봉쇄를 풀고 방역 조치도 단계적으로 완화했다. 현지 한 교민은 “지금은 마스크만 쓸 뿐 코로나19 이전과 똑같이 일상으로 복귀했다”며 “외국인 투자자와 관광객이 다시 몰려들면서 중단됐던 국제 비즈니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유가 역시 UAE의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4월 22일 배럴당 13.52달러(약 1만6000원)까지 빠졌다. 지난해 UAE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 부분 성장률은 -6.2%에 머물렀다.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늘면서 유가도 급등했다. 두바이유는 10월 18일 기준 배럴당 83.89달러(약 10만1000원)를 기록했다. 1년 전(41.77달러·약 5만원)보다 두 배 이상 뛴 가격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두바이유 평균가(배럴당 63.2달러)도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UAE의 GDP는 지난해 -5.9% 역성장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가 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두바이 쇼크’ 때도 GDP 성장률은 -4.8%였다. 코로나19 사태가 국가 부도 위기보다 파괴력이 컸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 UAE의 GDP 성장률은 3.1%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비 9.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악의 경기 침체를 1년 만에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 관광객 줄이어

코로나19 사태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관광 강국으로서 위상도 되찾아가는 분위기다. 두바이몰 등 두바이의 주요 상업시설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높이 828m, 163층으로 세계 최고 높이의 건축물인 부르즈 칼리파에도 전망대에 오르려는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았다. 대체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지만, 관광객이 마스크를 내리거나 코를 내놓고 입만 가리고 있어도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 식당은 10명까지 식사를 할 수 있다. 한국처럼 체온을 측정하거나 QR 코드 본인 인증을 요구하는 식당은 없다.

하반기에는 두바이엑스포 개막 특수로 관광, 숙박, 항공 등 서비스 부문 실적 개선이 경기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바이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이번 행사가 가져다줄 경제 투자 효과를 335억달러(약 40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전시장 건립, 호텔과 관광 인프라 확충 등 엑스포 개최에 따른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도 9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조직위는 엑스포 개최 기간인 6개월 동안 관람객이 2500만 명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두바이 중심지의 주요 호텔에는 빈방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두바이는 엑스포 기간 중 경제, 문화,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국 정재계 인사들과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각 회담에는 분야별 글로벌 전문가들도 참여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처음 열리는 대규모 경제·문화 행사이기 때문에 이번 엑스포가 세계 주요국이 ‘포스트 코로나’를 논의할 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바이=송기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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