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겪으면서 기업 내 분권화가 진행됐고, 유연성을 높인 기업 문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하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김동훈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와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10월 16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위드 코로나 이후 기업 조직 내 구성원 간 수평 문화가 자리 잡고 유연한 의사 결정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연세대 부총장인 김동훈 교수는 한국경영학회와 한국마케팅학회에서 부회장을 지냈다. 김기찬 교수는 경제 정책 관련 대통령 자문 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의장으로 활동한 경영학 전문가다.


김동훈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연세대 경영학 학사,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 및 박사, 현 연세대 부총장, 전 연세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전 뉴욕주립대 경영학과 교수 / 사진 김동훈
김동훈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연세대 경영학 학사,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 및 박사, 현 연세대 부총장, 전 연세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전 뉴욕주립대 경영학과 교수 / 사진 김동훈

위드 코로나 전환 시 근무 형태는.

김동훈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고 해도 근무 형태가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과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로 가게 될 것이다. 일부는 출근하더라도, 온라인 기술을 활용한 재택근무제가 병행될 것이다. 온라인을 이용한 비대면 방식 근무는 효율성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팬데믹 때문에 여행길이 막히고 글로벌 사업 파트너를 만나는 게 어려워졌지만, 온라인 화상 회의 방식이 세계적으로 일반화하면서 오히려 과거보다 더 많은 해외 사업 파트너를 온라인상에서 쉽게 만나게 됐다. 교수인 나 역시 코로나19 이전에는 해외 학회를 방문한 횟수가 1년에 한두 번 정도에 불과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온라인상에서 주최되는 해외 학회에 수십 번 참석할 수 있었다. 온라인 기술에 기반한 재택근무제 정착 역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근무 형태 정착을 통해 사람들을 한곳에 모이게 해서 생기는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고, 필요 없는 회의로 인한 시간 낭비도 굉장히 많이 줄어들 것이다.”

김기찬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도,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재택근무제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재택근무를 해보니까 편리하고 생산성도 높아졌다는 점을 모두가 알게 됐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강화되면 강화가 됐지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근무 형태 변화가 기업 경영에 미친 영향은.

김동훈 “기업 유연성 확대에 큰 기여를 한 측면이 있다. 팬데믹 이후 모든 것이 빠르게 변했다. 국내 기업 사이에서 재택근무는 도입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전면 시행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의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이는 코로나19 쇼크로 외부 환경이 급격히 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람들의 생각과 소비 트렌드도 빠르게 변했다.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전략적 유연성을 갖춘 조직 운영이 필수가 됐다. 기업 내 의사 결정이 어떻게 진행돼야 효과적인지 고민을 하게 됐고, 조직 문화도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출근을 해서 직장 상사와 대면하는 업무 방식 대신 집에서 혼자 일하는 재택근무로 전환되면서 기업 내 조직 문화가 유연해지고 업무 진행도 빨라졌다. 직원 스스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직원 개인이 책임감을 가지고 뚜렷한 업무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근무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 과거에는 수직적인 관계를 토대로 순차적으로 의사 결정해야 했다면, 지금은 여러 의사 결정이 각각의 섹터에서 직원 개인 단위에서 일어난다. 이는 각 섹터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재량권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서장 권한이 일반 직원들에게로 분산된 것이다.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동시다발적으로 업무가 진행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 내 조직 운영 방식이 변한다는 말이다. 유연성을 갖춘 기업만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생존이 가능하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찬 “팬데믹 이후 기존 관료주의 성격의 수직적 조직 문화가 사람 중심의 수평적 조직 문화로 바뀌고 있다. 관료주의는 변동성이 적은 외부 환경에서는 굉장히 효율적인 의사 결정 체제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빠르게 변한 기업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집에서 근무하는 새로운 근무 시스템은 위계적 조직을 수평적 조직으로 바꾸고 있다. 앞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면 관료주의에서 필수적이었던 중간(허리) 조직이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필요 없는 인력을 줄일 수도 있다. 재택근무제가 성공하려면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 기존에 수직적 조직 문화에서는 ‘지시’를 통해 업무가 진행됐다면, 새로운 근무 체제에서는 더 이상 직원들이 ‘지시’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재택근무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자발적인 참여를 만드는 건 조직 내 ‘공감’이라는 키워드다. 위드 코로나 시대 기업 경영에서는 ‘전략’이 아니라 ‘문화’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기업 문화는 ‘공감’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SM포럼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 연구원 / 사진 김기찬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SM포럼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 연구원 / 사진 김기찬

마케팅이나 영업 전략 변화는.

김동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마케팅과 영업 활동이 모두 온라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기존에 온라인을 생각하지 않았던 업체들도 온라인을 이용하게 됐다. 소비자들도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만을 찾지 않게 됐고,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반드시 눈으로 보고 구매했던 명품 소비도 온라인으로 하게 됐다. 전혀 배달을 생각하지 않던 고급 레스토랑들도 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마케팅 측면에서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게 있는데, 팬데믹 이후 소비자가 변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으로 살고 죽는 문제가 현실이 되면서 사람들이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삶의 질을 더욱 따지게 되면서 기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했던 소비 형태도 ‘건강’이나 ‘안전’ 같은 키워드를 선호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건강에 좋고 안전한 제품을 소비하게 된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온라인 쇼핑을 하면서 기업과 제품 정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게 된 점도 변화를 야기했다.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이 친환경적인지, 고객친화적인 업체의 것인지를 살펴보게 된 것이다. 제품을 생산한 기업의 철학이나 존재 목적까지 살펴보게 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준수하는 기업이 만든 제품을 더 선호하게 된 것도 팬데믹 이후 나타난 소비 형태 변화 중 하나다. ”

김기찬 “위드 코로나로 전환 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마케팅 방식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대신, 온라인상에서 AI가 고객에게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이 확대됐다. 쿠팡의 경쟁력은 AI 엔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학계에서는 이런 변화를 ‘마테크(마케팅+테크) 혁명’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이러한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다. 영업 방식도 변한다. 감염병 확산 우려 때문에 대면 영업 방식은 줄고, 온라인과 전화, 문자메시지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비대면 영업 활동이 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김동훈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정보기술(IT)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평등하게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한다. 기존 대기업의 경우 백화점이라는 물리적 플랫폼이 큰 장점이었지만, 코로나19 시대에는 단점이 됐다. 과거 시장 환경에 잘 맞춰진 경영 전략에 익숙한 대기업은 팬데믹 이후 빠른 환경 변화에 중소기업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소기업 제품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진열되겠지만, 온라인상에서는 평등하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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