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씨감자보다 크기가 작은 이그린글로벌의 마이크로튜버. 사진 이그린글로벌
기존의 씨감자보다 크기가 작은 이그린글로벌의 마이크로튜버. 사진 이그린글로벌

“할아버지 때부터 하던 식용유 사업에 이어 식품 사업을 하고 있다. 다만 각국의 식량 자급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푸드테크(Food Tech·첨단기술 이용한 식품 제조 및 유통 고도화) 기업으로 진화시켰다.”

감자칩부터 주식(主食)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 세계인이 소비하는 감자의 생산·유통 과정을 기술로 혁신하는 이그린글로벌 창업자 신기준 최고경영자(CEO)는 11월 2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중국·아랍·미국 등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병(無病) 씨감자를 배양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이그린글로벌은 감자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마이크로튜버(MCT·Microtuber)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기후 변화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위기로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드는 데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식량안보를 중시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중국 최대 국영 곡물 기업인 베이다황그룹, 맥도널드에 감자를 납품하는 북미 냉동감자 업체 램 웨스턴 등이 주요 고객이다. 미국의 농업펀드 자이츠 앤드 선즈, 싱가포르 사모펀드 ACA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으며, 벤처캐피털(VC) 인비저닝 파트너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SKSPE,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으로부터 약 180억원을 투자 받았다.

신기준 CEO는 식용유 ‘해표’ 브랜드로 유명했던 신동방그룹 3세다. 그룹 2세인 고(故) 신명수 회장의 차남인 신 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다 이그린글로벌을 2009년 창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기준 이그린글로벌 대표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전 마크로젠 전략기획팀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신기준 이그린글로벌 대표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전 마크로젠 전략기획팀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푸드테크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미국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왔더니, 할아버지가 세우시고 아버지가 열심히 일군 회사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매각된 상태였다. 경제학을 배웠고, 원래 이 분야 전공자도 아니다. 처음엔 컨설팅 사업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결국 고민 후 ‘레거시(유산)’를 이어 가고자 가업인 식품업을 조금 더 혁신하는 푸드테크 기업을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

왜 감자였나.
“식품 업계, 특히 농식품에 대해 잘 알고 계셨던 부친이 길을 보여줬다. 부친은 식용유를 만들면서 콩과 옥수수를 많이 수입했는데, 감자 전분이 옥수수 전분과 비교했을 때 질은 좋은데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쓰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첨단기술로 감자 전분 단가를 낮춘다면 옥수수 전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고, 큰 시장이 열리리라 판단했다. 감자는 세계 4대 식량이고 세계 기아 문제와도 직결될 정도로 중요하지만 수출입이 매우 어렵다. 다른 작물과 달리 씨를 심는 게 아니고, 감자는 감자를 다시 땅에 심는 ‘종서’ 형태라 부피가 매우 커서 운송비가 많이 든다. 감자의 80%가 물일 정도로 수분 함유량도 많아서 장기간 저장도 어렵다. 게다가 흙에서 자라서 흙이 그대로 묻어서 오니까 검역도 까다로워 수출입을 막은 국가도 많다. 미국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모든 주요 곡물이 거래되지만, 감자만 없다. 카길, 몬산토 같은 메이저 업체가 감자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나는 역으로 감자를 택했다. 게다가 감자는 날씨에 따라 재배량의 차이가 커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식량이라 환경 문제가 중요한 오늘날 더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봤다.”

감자 생산에 어떤 기술을 도입했나.
“감자는 바이러스나 곰팡이 등 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한 번 병에 걸린 감자를 심으면 병이 유전되어 감자 생산성이 계속 떨어진다. 병이 있는 감자와 없는 감자는 생산성이 세 배 이상 차이 난다. 무병 씨감자에 대한 수요가 많은 이유다. 하지만 기존 무병 씨감자는 앞서 말했듯이 부피가 크고 흙이 묻어 있어 교역이 어렵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 온실에서 무병 씨감자를 기르는 방식은 깨끗한 온실 관리에 미숙한 개발도상국에 적용이 어렵다. 이그린글로벌은 온실 대신 어두운 실험실에서 감자를 기르는 ‘암배양’ 방식을 통해 보급종 씨감자 생산까지 통상 6년 걸리던 것을 2년까지 줄이고, 약 5~30g에 달하던 씨감자 크기도 약 1g까지 줄였다. 덕분에 감자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고, 온실을 다수 지을 만한 땅이 없어도 실험실만 하나 지으면 어디서든 손쉽게 감자를 재배할 수 있게 식품 생산 프로세스에 혁신을 만들었다. 크기가 작은 이러한 무병 씨감자를 ‘마이크로튜버’라고 부르는데, 마이크로튜버를 만드는 기술은 원래 있었다. 그러나 이를 판매할 수 있는 형태까지 키우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리고 저장 시 손실률이 높아 사실상 사장된 기술이었다. 그러나 이그린글로벌이 이를 더 첨단화해 처음으로 상용화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사업에 미친 영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여러 국가에서 식량 자급에 비상등이 켜지자 감자 생산량을 늘리고 자급자족해야겠다며 이그린글로벌을 많이 찾았다. 많은 국가에서 감자는 수입 비용이 많이 듦에도 불구하고 무병 씨감자 생산 기술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입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배가 안 뜨고 다른 국가에서는 자신들이 먹어야 한다며 감자를 주지 않다 보니 비상이 걸린 것이다. 특히 중동 민간 기업에서 문의를 많이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기업과는 아직 구체적인 상황을 밝히기가 어려우나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들 국가가 식량안보 차원에서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무병 씨감자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자, 해당 국가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빠른 감자 생산을 가능하게 할 랩 등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줄 우리 회사를 다급하게 찾고 있다.”

중국 진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중국은 세계 1위 감자 소비국이다. 세계 최대 감자 생산국이기도 하지만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선진국 대비 절반도 안 된다. 감자의 생산성에 무병 씨감자가 중요한 부분임을 인지하였으나, 기존의 방식으로 무병 씨감자를 생산, 공급을 하다 보니 수요 대비 공급량이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감자를 식량안보 작물로 보고, 감자의 생산·유통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 갈등을 겪을 때 중국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무엇인가. 바로 콩과 옥수수 수입을 막는 것이었다. 중국은 콩·옥수수·밀 등 많은 곡물을 수입하고 있지만, 감자는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중국 입장에선 감자 생산량을 늘려버리면 해외 수입에 의존하지 않아도 자급자족이 되고, 식량안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이그린글로벌이 중국 베이다황그룹과 2014년부터 협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베이다황이 중국 땅을 내주고, 이그린글로벌이 다양한 실험을 하는 식으로 상업용 씨감자를 공동 생산해 현지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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