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제러미 베일렌슨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미국 미시간대 인지과학, 노스웨스턴대 인지심리학 석·박사, 현 스탠퍼드대 가상인간 상호작용 연구소 창립자 겸 소장, 전 스탠퍼드 우즈 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 스트리VR(STRIVR) 공동 창립자 사진 베일렌슨 / 월터 그린리프 스탠퍼드대 가상 인간 상호작용 연구소 객원교수 미국 햄프셔칼리지 인간생물학, 스탠퍼드 의과대 신경과학 및 생물행동학 박사, 현 스탠퍼드대 미디어엑스 객원교수, 현 미국 콜로라도대 국립 정신건강혁신센터 이사, 현 국제 가상 현실 의료 협회 자문위원회 의장 / 사진 그린리프
(왼쪽부터)
제러미 베일렌슨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미국 미시간대 인지과학, 노스웨스턴대 인지심리학 석·박사, 현 스탠퍼드대 가상인간 상호작용 연구소 창립자 겸 소장, 전 스탠퍼드 우즈 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 스트리VR(STRIVR) 공동 창립자 사진 베일렌슨
월터 그린리프 스탠퍼드대 가상 인간 상호작용 연구소 객원교수 미국 햄프셔칼리지 인간생물학, 스탠퍼드 의과대 신경과학 및 생물행동학 박사, 현 스탠퍼드대 미디어엑스 객원교수, 현 미국 콜로라도대 국립 정신건강혁신센터 이사, 현 국제 가상 현실 의료 협회 자문위원회 의장 사진 그린리프

“가상인간을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활용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제러미 베일렌슨(Jeremy Bailenson) 미국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상인간은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SNS에서 영향력이 있는 개인)에서 유명 기업의 광고, 패션모델 나아가 은행원, 기상캐스터, 쇼호스트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최근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한 인공지능(AI) 은행원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AI 은행원을 신규 직원 채용 일정에 맞춰 인사 발령을 내고 일반 행원처럼 직무도 부여하기로 했다. 초기에는 사내 홍보모델로서 SNS를 통한 고객과 소통을 담당하게 되며, 추후 영업점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설명서를 읽어주는 등 업무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앞으로 가상인간의 활동 영역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무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일렌슨 교수는 “AI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가상인간의 소통 및 대응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활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탠퍼드대 ‘가상인간 상호작용 연구소’ 설립자 겸 소장으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가상공간 내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신경학·행동과학 분야 전문가인 월터 그린리프(Walter Greenleaf) 박사는 “기술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가상인간에게 활용하는 AI 기술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린리프 박사는 스탠퍼드대 가상인간 상호작용 연구소에 객원교수로 참여하며 특히 헬스케어 부문에서 활용하는 VR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헬스케어를 비롯한 매우 복잡한 분야에서 가상인간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가상인간은 곧 친구, 조언자, 동료 등 인간 세계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가상인간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나.

베일렌슨 “‘AI 기술로 생명을 얻은 인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만 실존하는 인간이 제어하는 ‘아바타’ 역시 가상인간의 한 종류다.”

그린리프 “가상인간은 인간의 모습을 디지털화(化)한 존재로,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우선 컴퓨터에서 생성된 인간으로, 디지털 데이터와 알고리즘 등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물리적 존재로 볼 수 없다. 가상인간은 인간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고, 다양하고 현실적인 감정 표현과 몸짓이 가능하다. ‘아바타(분신)’ 또는 ‘NPC(이용자가 조종하지 않는 게임 속 캐릭터)’도 가상인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상인간이 뜨고 있다. 이유가 뭘까.

베일렌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일상화하면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함께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가상공간을 통해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AI 같은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더 잘 소통하고 대응하는 가상인간 개발 속도도 빨라졌다.”

그린리프 “한국은 기술 발전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가상인간을 비롯해) 기술을 적용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방면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가상인간 영역에서도 그렇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인간은 일하고 놀고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비대면으로 접할 수 있는) 가상인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현재 유명 가상인간은 주로 광고모델로 활동하는데, 이유가 뭘까.

그린리프 “사실 가상인간은 이미 기초적인 의료나 교육, 고객 지원 등 다른 분야에도 활용된다. 그러나 광고 분야에 활용하는 가상인간을 개발하는 것이 비교적 비용이 적고 난도도 낮다. 예를 들어 이미지 소비를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가상인간을 만드는 것이 의학과 관련한 질문에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답해야 하는 가상인간을 만들기보다 훨씬 쉽다는 얘기다.”


이 밖에 가상인간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베일렌슨 “AI 알고리즘 등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인간의 의사소통 및 대응 능력은 더 향상되고, 이는 (가상인간과) 더 의미 있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 가상인간은 현재 활동하는 영역을 넘어 의료, 훈련 그리고 다양한 교육 분야 등 전문 능력이 필요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

그린리프 “가상인간은 이미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가령 의대생들이 환자를 상담하는 훈련을 할 때 가상인간 환자를 활용한다. AI 기술이 적용된 가상인간은 의대생들이 환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유용하다. 일례로 환자에게 시한부 판정을 내릴 때 사용해야 할 올바른 단어나 문장 구성, 적절한 표정과 몸짓 등을 학습할 수 있다. 이 밖에 다양한 의료 장비 사용법이나 수술 연습을 할 때도 가상인간 환자를 활용한다. 다음 세대에 가상인간은 인간과 컴퓨터 간 상호작용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가이드, (운동) 코치, 도서관 사서, 의료, 교육, 고객 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넘어 우리의 친구, 동료 역할을 하며 많은 영역에서 인간 세계의 중요한 일부가 될 것이다.”


가상인간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베일렌슨 “실제 가상인간 얼굴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딥페이크(deepfake·AI를 활용한 조작)’ 기술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합의 없이 실제 인간의 얼굴을 합성해 만든 가상인간을 포르노그래피에 사용하거나 그들이 하지 않은 말을 퍼뜨리는 등의 행위다. 이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갈취하거나 그들을 모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우리는 비디오 게임의 중독성 등 과거 기술의 부정적인 영향을 이미 경험했다. 여기서 우리는 기술을 활용할 때 적정 수준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알았다. 가상인간 역시 적당한 수준에서 활용돼야 한다. (아직 산업 초기인 현재 시점에서) 미리 그 적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린리프 “가상인간에게 적용하는 AI 기술은 곧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이다. 어쩌면 이미 넘어섰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가상인간은 엄청난 양의 ‘기억 장치’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실제 인간이 평생 배울 수 있는 언어보다 더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도 있다. 이런 가상인간의 ‘진화’가 인간 사회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술 발전 자체보다는 이들의 (활용)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데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과 기술의 결합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컴퓨터와 (인간의) 신경 인터페이스를 조정해 사지 마비, 또는 하반신 마비 환자의 움직임을 회복시키는 기술이 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이런 시스템은 인간의 신체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가상인간을 비롯한 관련 기술의 발전은 또 다른 영역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상인간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베일렌슨 “정부는 가상인간을 사회 시스템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그런 방향으로 산업이 안착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그린리프 “현시점에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가상인간의 이미지나 몸짓, 목소리 등을 포함해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과 협업하는 것이다. 그들의 기술 소유권을 유지하고 보호할 수 있는 정책과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선목 기자, 김혜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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