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녹엽 인테이크 대표 서울대 식품공학과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 서울대 식품공학과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많은 학생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첫 창업을 한다. 학생들에게 익숙하기도 하고, 초기 자본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하지 않아서다. 교육 분야에도 많은 학생 창업자가 뛰어든다. 학생 입장에선 대학 이름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어 선호하기도 한다.

식품 스타트업 인테이크의 한녹엽 대표는 그런 면에서 분명 ‘아웃사이더’였다. 그는 서울대 식품공학과 4학년이던 2013년 겨울, 대학 창업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 3명과 함께 식품업계 창업에 발을 들였다. 27세 젊은이들이 신뢰가 핵심인 가장 전통적인 산업이자 대기업이 자리 잡은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냐는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밀어붙였다. “간편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직접 식품 제조 공장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 창업했다.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인테이크의 간편식은 시장에서 호응을 받았다. 인테이크는 1인 가구에 알맞게 1일 권장섭취량에 맞는 양으로 구성된 견과류 포장 제품 ‘닥터넛츠’, 물에 타 먹는 분말형 간편식 ‘밀스’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엔 동물성 대신 식물성 고기로 만든 ‘이노센트 비건만두’ 등 건강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간편식) 제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11월 말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테이크가 내놓은 식물 단백질로 만든 대체 고기를 사용한 이노센트 비건만두. 사진 인테이크
인테이크가 내놓은 식물 단백질로 만든 대체 고기를 사용한 이노센트 비건만두. 사진 인테이크

학생 때 여러 사업을 시도했다고 들었다. 왜 식품 사업으로 창업했나.
“처음엔 다른 학생들도 다 하던 영어교육 사업을 해봤다. 초등학교 미만 아동의 영어 조기 교육을 위해 온라인으로 원어민을 매칭해주는 사업이었다. 원예 사업도 해봤다. 랜덤으로 씨앗 키우는 키트를 소비자에게 보내 식물을 키워보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커뮤니티 사업이었다. 둘 다 초기 소비자로부터의 반응이 충분히 뜨겁지 못했는데 이유는 결국 지금 당장 비용이 덜 들고 학생이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라도, 시장의 확장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이 접근하기 어려운 기존 산업군이더라도, 거기서 새로운 유입이 부족해 혁신이 필요했던 부분을 무너뜨려서 만든 빈틈을 공략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좋은 전략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가장 시장이 크고 확장 가능성도 큰 식품 사업을 선택했다.”

학생 창업이 어렵지 않았나.
“공장 등 인프라에 접근하기가 어려워 맨땅에 헤딩하면서 시작했다. 마구 전화를 돌리고 찾아다니고, 인맥을 총동원해 알음알음 찾아본 결과, 한 제조 공장을 찾아냈다. 이 제조사를 대학생의 패기로 ‘만들어주시면 잘 팔 자신 있다. 판매한 비용만큼 이후에 정산해주겠다’라고 잘 설득한 끝에 제조사에서 초기 비용을 일정 부분 함께 부담해줬다. 좋은 거래 정산 조건을 맞춘 덕분에 거금 없이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득했나.
“이미 큰 기업들이 자리 잡은 거대한 시장에서 정체된 부분을 우리가 ‘푸드 해킹’하겠다고 했다. 견과류를 대용량으로만 팔아, 먹기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는 사실을 듣고 해결책을 내놓은 게 사례다. 1일 권장섭취량에 맞춰 아주 소량만 소분한 포장 제품 ‘닥터넛츠’는 큰 인기를 끌었다. 기존에는 컵 형태로 먹던 죽도 아침 식사로 학교에서 빠르고 편리하게 먹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음을 깨닫고 파우치에 멸균 처리해서 음료처럼 마실 수 있게 했다. 큰 기업들은 관성처럼 계속 무한정 찍어내던 기성 제품에 우리의 아이디어를 더했으니 잘 팔릴 수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최근 내놓은 HMR 제품은 초기 제품과 무엇이 다른가.
“당시에는 식품 섭취 습관을 바꾸려는 아이디어성 제품이었으나, 이제는 기존 식품의 소재나 원료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노센트 비건만두’의 경우 기존 HMR 냉동 고기 식품은 건강하지 않다는 소비자의 인식을 ‘해킹’하기 위해 동물 단백질(고기) 맛에 준하는 식물 단백질로 만든 대체 고기를 사용했다. 병아리콩, 양파, 케일, 감자전분 등으로 기성 만두 제품 등에 있던 지방과 콜레스테롤 등의 함량을 최소화했다.”

HMR 제품의 주요 타깃은.
“HMR 제품을 먹고 싶지만, 건강도 챙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을 조사한 결과, 채식주의자라서 구매했다는 사람은 20%에 불과했다. ‘그래도 이 제품은 HMR치곤 더 건강하겠지’라거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관, 식단관리 측면에서 선택한 이들이 더 많았다.”

HMR 제품 차별화를 위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나.
“서울대 식품공학과 랩실과 산학 협력을 지속하면서 기존 HMR 제품의 질을 100% 구현할 수 있는 건강한 HMR 제품을 만들고자 연구하고 있다.”

독자적인 기술이 있나.
“올해 특허 등록한 기술이 세 가지 있다. 먼저 고기가 찢어지는 질감을 식물성 원료인 고구마순으로부터 추출해 석유조직감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두 번째로 건식 TVP(식물성 고기 질감 단백질)를 습식 TVP화해 기존 대체육에 비해 더 단단한 질감이 오래갈 수 있도록 고기 조직 구조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식물성 HMR 대체단백질 제품도 기성품처럼 느끼며 먹을 수 있도록, 고기의 갈변반응(褐變反應·효소작용으로 갈색으로 변색되는 현상)이 나타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저온에서는 붉은빛을 띠지만 온도가 올라가면 색이 사라지면서 본연의 색을 드러낼 수 있게 한 색소 소재를 만들었다. 식품업계에서 특허는 공개된 원료의 배합 비율만 조금 바꾸면 ‘카피’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현재는 단순 배합비가 아닌 원천기술 관련 특허 확보를 위해 연구하고 있다. 단순 아이디어성 제품을 넘어서 기존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을 만들기 위해선 연구개발이 필수다.”

HMR 시장 전망은.
“HMR은 이제 하나의 문화다. HMR이 식사 그 자체다. 이런 흐름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가속화됐다. 전통적인 식단이 잘게 잘게 다양한 HMR 제품으로 나뉜 것이라고 본다. 식사를 건강하게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계속 늘 것이다. 이는 건강한 HMR 제품에 대한 수요를 계속 증가시킬 것이라고 본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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