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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간편식) 식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나날이 늘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4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6년보다 89% 가까이 커진 수치다. 시장의 수요에 발맞춰 대기업부터 강소기업까지 다양한 식품 회사가 HMR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업계에서 주요 HMR 제품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세 기업의 CEO와 담당자들을 인터뷰했다.

오예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쌀·곡물 가공식품팀 수석연구원은 국내 대표 HMR 제품인 ‘햇반’만 20년 동안 연구해온 상온 밥 HMR 전문가다. CJ제일제당은 햇반, 비비고 등 HMR 제품 매출이 실적을 견인한 덕분에 올 3분기 6조854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8.1% 증가한 수치다. 박경리 신세계푸드 식품유통개발팀 팀장은 다양한 HMR 제품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HMR 브랜드 올반 매출이 전년 대비 34% 신장하는 등 HMR 제품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잦은 해외 출장을 다니던 중 일본 등지의 해외 면 요릿집에 매료돼 1993년 직접 국수 건면 공장을 만드는 등 20년 넘게 식품 사업을 해왔다. 면사랑은 호텔을 비롯한 각종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와 레스토랑에 면류를 제공해왔으며, 최근 냉동팩면 제품 9종을 내놓는 등 면류 HMR 제품으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자사 HMR 제품의 차별점은.

오예진 “CJ제일제당이 즉석 영양 솥밥 시장에 새롭게 진출해 ‘햇반솥반’ 제품을 2021년 출시했다. 햇반솥반은 가정에서 맛을 내기 어렵거나 준비가 까다로운 메뉴(버섯이나 뿌리채소)를 일일이 다듬지 않아도 쉽게 영양밥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박경리 “신세계푸드 연구개발(R&D)센터에서 전문 셰프가 자체 개발한 레시피와 식품공학 기술을 접목해 제품별 특성에 맞는 HMR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에어프라이어 보급이 느는 것에 주목해 2018년 11월 국내 식품 업계 최초로 에어프라이어 전용 HMR 브랜드 ‘올반 에어쿡’을 출시했다.”

정세장 “깨끗한 단일 제조 환경이 보장되는 자체 공장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면과 소스의 맛이 어우러지고 품질의 일관성 역시 유지된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면과 소스 등이 따로 만들어진다면 맛과 위생이 제각각이 될 위험이 있다.”


독자적인 제품 개발 방법이 있다면.

오예진 “햇반솥반은 개발 초기부터 CJ제일제당 내부의 셰프, 전문가 집단과 협업을 통해 발굴된 사례다. 이를 통해 전문점 같은 메뉴와 원물 구성, 맛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또 원료 구성에 따른 영양성분 이론치를 미리 점검했다.”

박경리 “식품 제조 및 유통, 외식, 위탁 급식, 베이커리 사업을 바탕으로 쌓아온 운영 노하우가 우리 HMR의 비법이다. 소비자에게 선호도가 높은 ‘올반 옛날통닭’은 양념이 닭고기 속살까지 스며들도록 텀블링 염지 공법을 적용해 부드럽고도 바삭한 식감을 구현했다. ‘올반 소불고기어묵볼’은 밀가루 대신 찹쌀가루를 써 쫀득한 식감을 강조했다. ‘중화만두 샤오롱바오’는 동물 소재가 아닌 식물성 신소재를 적용했다.”

정세장 “면사랑 HMR 냉동면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면 요리 맛을 내기 위해 20여 명의 연구원들이 면, 소스, 고명 등 여러 분야에서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만든 제품이다. 이들이 개발한 대표 제품인 ‘새우튀김우동’은 직접 우린 가쓰오부시 장국의 깊고 진한 국물과 직접 튀긴 고명을 사용하여 정통 우동의 맛을 구현했다.”


자사가 보유한 HMR 제품 주요 기술과 투자 현황은.

오예진 “최근 3년간 해마다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평균 1500억원(전사 기준)에 달한다. 햇반솥반 제품에는 큰 원물을 살균할 수 있는 ‘진공가압살균기술’과 다양한 밥물을 살균할 수 있는 ‘액상살균시스템’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통곡물이나 버섯, 뿌리채소 등을 외관이나 맛·품질 손상 없이 살균하고, 진한 농도의 밥물도 과도한 열처리에 의한 손상 없이 무균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박경리 “매출의 약 0.7% 정도(약 90억원)를 HMR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식품 제조 및 포장 관련 특허 약 40여 건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셰프의 조리 기술을 적용한 상품이 많다. 가령 ‘올반 시원한 육개장’은 실제 전문점처럼 혼합 양념을 볶은 후 냉장 숙성하여 깊은 맛을 구현해내는데 이 과정에서 고추분과 유지 등을 혼합해 투입하는 기술을 특허 등록했다. 또 신세계푸드는 많은 샐러드 컷 과일 상품을 운영하고 있어 독보적인 신선 처리 기술과 저온 살균 기술이 있다. 이를 HMR에도 적용해 우리의 레토르트 제품은 이상한 냄새가 덜 난다.”

정세장 “‘연타면발 기술’은 암반수를 많이 넣어 숙성시키는 ‘다가수숙성 방식’과 손으로 반죽 후 늘리고 두드리는 ‘수연·수타 제면 방식’을 활용해 뛰어난 면 식감을 구현했다.”


코로나19가 HMR 업계 전반에 준 영향은.

오예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밥 수요가 크게 증가했지만 삼시 세끼 직접 만들기 어렵다 보니, 우리도 영향을 받았다. 프리미엄 HMR 제품이 더 빠르게 시장에 나오고, 밀키트 시장도 급성장했다. 이처럼 코로나19나 1인 가구의 증가 등 외부 환경은 상품 밥을 비롯한 HMR 제품이 성장하도록 하는 요인이다. 이런 환경 요인뿐만 아니라 업계의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한 품질 향상, 다양성 제공 등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가는 이런 내부 요인으로도 HMR 시장은 충분히 성장할 것이다.”

박경리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HMR 시장이 성장하면서 신세계푸드 제품의 온라인 판매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지속적인 사업 확대를 위해 최근 온라인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기도 했다. 최근 밀키트 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전체 간편식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중에서도 RMR(레스토랑 간편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이를 반영해 우리도 프리미엄 HMR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정세장 “전문가들은 2020년 4조원 규모였던 HMR 시장이 2022년에는 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특히 HMR 시장의 트렌드인 ‘프리미엄화’에 발맞춰 전보다 더 건강하고 맛있는 HMR 제품이 계속 출시된다면, 시장은 앞으로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HMR은 ‘건강을 해친다’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있다면.

오예진 “햇반은 소비자가 여전히 상품 밥에 대해 갖고 있는 환경호르몬이나 보존료 등에 대한 불안감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안심캠페인’을 진행했다.”

박경리 “최근에는 냉동과 가공 포장 기술 발전, 배송 시간 단축 등으로 갓 만든 제품 질을 유지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즐겨도 된다. 특히 HMR에 들어간 모든 원재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생산공장 튀김라인의 경우 매일 1회씩 산가, 과산화물가 수치를 측정해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한다. 앞으로 안전한 식품 원재료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정세장 “냉동면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시각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바꾸기 위해 HMR 냉동팩면을 출시했다. 기성 HMR 냉동면 제품은 서서히 면을 냉각하는 과정에서 영양소 파괴가 극심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영하 40℃에서 면을 급속 냉동시키고 있는데, 이는 국내에서 가장 낮은 온도다. 앞으로도 성장하는 시장 안에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대한민국 면 식문화 대표기업의 입지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다비·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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