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언론학과 교수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커뮤니케이션 박사,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방문교수, 전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 부교수, ‘신한류: 소셜미디어 시대의 초국가적 문화 권력’ ‘한류신화에 관한 10가지 논쟁’ 등 저자 / 사진 진달용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언론학과 교수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커뮤니케이션 박사,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방문교수, 전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 부교수, ‘신한류: 소셜미디어 시대의 초국가적 문화 권력’ ‘한류신화에 관한 10가지 논쟁’ 등 저자 / 사진 진달용

“같은 권역의 문화적 동질성이 아닌,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핵심이다.”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언론학과 교수는 1월 10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음악(K팝), 드라마, 웹툰 등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K콘텐츠)의 글로벌화 핵심 요인으로 역사, 언어 등 배경이 달라도 공유할 수 있는 정서, 즉 ‘초국가적 근접성’을 꼽았다. 진 교수는 또 1980~90년대 인기를 끌었다 쇠퇴기에 있는 J팝 등 일본 대중문화를 K콘텐츠와 비교하며 “한국은 소셜미디어(SNS), 유튜브 등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에 대응했지만, 일본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등 미국의 ‘문화 기반의 플랫폼 제국주의’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한류(韓流) 전문가로, 사이먼프레이저대에서 아시아 미디어를 비교 연구하고 한류와 미디어 정치·경제 등을 강의하고 있다. ‘신한류: 소셜미디어 시대의 초국가적 문화 권력’ ‘한류 신화에 관한 10가지 논쟁’ 등을 저술했다. 올해는 연구년으로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방문교수를 겸임 중이다. 서울 연세대에서 진 교수를 만나 K콘텐츠의 글로벌화에 대해 물었다.


K콘텐츠가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음악, 영화, 드라마, 웹툰 등 K콘텐츠의 글로벌화는 단기간에 이뤄진 게 아니다. 한류 역사를 볼 필요가 있다. 한류는 1990년대 중반 대만, 중국, 일본에서 시작됐다. ‘대장금’ ‘겨울연가’ 등 드라마와 ‘쉬리’ 등 영화가 인기가 많았다. 여기에는 아시아권의 문화적 동질성이 작용했다. 문화 산업은 문화적 동질성이 강한 지역일수록 수용도가 높아 전파가 비교적 쉽다. 이후 2010년대 초반 북미, 유럽에 한류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불을 지폈다. 이때부터 한류가 탈(脫)아시아로,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아시아권의 문화적 동질성이 아닌, 이제는 ‘초국가적 근접성’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류, K콘텐츠에는 역사, 언어 등 배경이 달라도 공유할 수 있는 정서가 담겨있다.”

세계인이 K콘텐츠를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정서란.
“미국 등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잘 드러난다. ‘오징어 게임’에는 현대 사회 및 자본주의의 폐해 속에도 여전히 희망과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위기와 좌절에 빠진 사람이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런 메시지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도 K콘텐츠의 글로벌화에 기여하지 않았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 한국의 콘텐츠가 담기면서 K콘텐츠의 세계화에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글로벌 플랫폼을 만드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후 제작사가 ‘오징어 게임’ 흥행에 따른 이익을 가져갈 수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지원하고 이후 이윤을 가져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플랫폼과 균등하게 이익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K콘텐츠의 또 다른 인기 요인은.
“K콘텐츠는 음악, 드라마, 영화, 웹툰, 게임 등 장르가 다양하다. 다양한 콘텐츠가 한 국가에 순차적으로 또는 한 번에 복합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인도를 보면 ‘발리우드’로 불리는 영화 산업이 강하고,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에선 TV 드라마인 ‘텔레노벨라’가 주로 제작된다.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적이다. 반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해외 팬은 음악, 웹툰 등 한국의 다른 문화도 즐길 수 있다.”

정부도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지원했다.
“정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1990년대 중반 대중문화의 산업화와 수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배경은 당시 과학기술에 대한 대통령 자문위원회가 올린 한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에는 1993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공원’이 현대자동차가 해외에 150만 대의 자동차를 팔았을 때 얻는 경제적 이익과 비슷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후 정부는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 방송 등과 관련된 인프라를 지원했다. K콘텐츠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지만, 예산을 더 늘리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문화·예술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창의성을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다만 정부 정책이 한류 성공의 주요 요인이라고 평가하기보다는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인 수용자들이 함께 한류 신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일본 J팝 등이 인기가 많았는데 현재는 한류에 밀리는 분위기다.
“일본은 J팝 등 대중문화가 1980~90년대 인기를 끌었지만, 2000년대 들어 디지털 등 기술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고 SNS가 인기를 끌었을 때 한국은 이런 기술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대표적인 사례다. BTS는 SNS를 하며 팬과 소통하고,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전 세계에 알렸다. 반면 일본은 새 변화에 소극적이었다. 한국 웹툰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일본이 기존 종이 만화책을 고집할 때 한국은 스마트폰 등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모바일 웹툰 플랫폼을 만들었다. 대중문화와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이 일본을 압도한 것이다.”

K콘텐츠가 한국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 강화에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은 이제 경제력, 군사력 등 국가의 물리적 힘을 뜻하는 하드 파워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등에 기반한 소프트 파워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국제 무대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K팝, 영화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현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소프트 파워는 한 국가의 문화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쳐, 그 나라 정부, 기업, 사람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무의식적으로 이끌 수 있다. 미국 월트디즈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디즈니 만화, 테마파크 등을 통해 사람들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 등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바꾸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음악, 드라마, 영화를 직접 만들어 수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문화에 기반한 플랫폼 제국주의라고 할 수 있다.”

K콘텐츠가 해외에서 계속 인기를 끌 것으로 보나.
“그렇다. K콘텐츠의 글로벌화는 초창기, 도약기를 지나 현재 발전기에 접어들었다. 당분간 K콘텐츠의 후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 세계인이 보다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K팝을 보자. 현재 K팝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뚜렷한 팬층이 있는 상황에서 보다 대중화되고 있는 단계다. BTS가 미국 시장 진출 초기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다면, 현재는 영어 노래도 만들어 부른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노래를 쉽게 이해하고, 자신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웹툰 등 한류 장르의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고, 기존의 온라인 게임보다 모바일 게임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인공지능(AI) 활용도를 높이는 등 변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한류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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