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 마크스 오티스 엘리베이터 최고경영자(CEO) 미국 리하이대 전기공학 전 미국 지멘스 CEO 전 드레서랜드 CEO 사진 오티스 엘리베이터
주디 마크스 오티스 엘리베이터 최고경영자(CEO) 미국 리하이대 전기공학 전 미국 지멘스 CEO 전 드레서랜드 CEO 사진 오티스 엘리베이터

그녀는 어릴 적부터 가만히 있는 법을 몰랐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는 물론 운동회나 학생회 활동까지 온 힘을 다해 몰두했고, 주말에는 아버지를 도와 백화점 카운터를 보고 고객과 미팅에도 따라나섰다. 넘치는 열정 덕분일까. 그녀는 3년 만에 공대를 조기 졸업하고, 23세에 관리직에 올랐다. “매일 나의 100%를 하려고 한다”는 그녀는 이제 포천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세계 1위 엘리베이터 기업의 사장이자 이사회 의장이 됐다. 오티스 엘리베이터의 리더 주디 마크스(Judy Marks) 이야기다.

그녀는 1984년 엔지니어로 취직했던 첫 직장 IBM FSD가 로랄, 록히드마틴에 인수될 때까지 27년간 일했다. 이후 미국 지멘스와 드레서랜드의 CEO를 역임한 뒤, 2017년부터 오티스에서 사장을 맡게 됐다. 오티스가 설립된 지 164년 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사장이었다. 그녀는 2020년 4월 오티스를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로부터 분사시키고, 뉴욕 증시에 재상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분사 당시 45달러(약 5만4000원)에 머물렀던 주가는 80달러(약 9만7000원)대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오티스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데엔 그녀의 뜨거운 열정도 한몫한다. 그녀는 일한 지 40년 가까이 돼 가지만 갓 입사한 신입 엔지니어처럼 일에 힘을 쏟는다. 그녀는 전 세계 오티스 직원과 고객을 만나고 현장을 뛰어다니는 것은 물론, 모든 직원들의 메일에 하나하나 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디 마크스는 1월 23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팀원들의 사명감과 목표의식을 키워주는 걸 가장 중요시한다”며 “좋은 리더는 주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오티스는 현장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멘토링과 견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FORWARD를 운영한다. 오티스는 이외에도 히스패닉, 성소수자, 아시아·태평양 직원들을 위한 단체도 지원한다. 사진 오티스
오티스는 현장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멘토링과 견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FORWARD를 운영한다. 오티스는 이외에도 히스패닉, 성소수자, 아시아·태평양 직원들을 위한 단체도 지원한다. 사진 오티스

1980년대부터 남성 중심 산업에서 일해 왔다.
“공학도였던 시절부터 여성이 나 혼자였던 적이 많았다. 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는 법을 배웠다. 기회를 주고 믿어준 사람들 덕분에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때도 힘든 직무를 맡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고, 응원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할 때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임해 왔나.
“나는 ‘열렬한 기술 신봉자’로 기술의 놀라운 힘과 가치를 믿는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삶이든 업무든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오티스는 전 세계 6만9000명 동료로 구성된 ‘팀(team)’이며 나는 모든 오티스 직원이 우리 팀이라고 생각하고 대한다. 혼자 일하는 것보다 팀원들과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에, 팀워크를 갖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팀원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직원들이 더 많이 참여하게 하고 공통의 비전을 공유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기술 분야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나는 40년 가까이 ‘일반인에게 닿는 기술’에 초점을 맞춰 왔고, 기술 혁명을 볼 수 있는 특권을 누려 왔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동료들과 함께하고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낀다. 변화는 본질적으로 긍정적이고, 붕괴는 불가피하다. 변화를 예상하고 항상 도전하며, 산업의 진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속도와 협업을 중시하는 문화를 육성하고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편이다.”

2017년 오티스 CEO를 맡았다. 생소한 업종이었을 텐데 어떻게 자리 잡았나.
“취임 첫 100일간은 직원들을 만나 오티스의 강점과 약점, 투자 영역, 더 나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썼다.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비전을 공유하며 ‘기업의 방향성을 아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려고 했다. 엘리베이터 설치 현장과 유지·보수 현장을 방문하고, 고객들을 만났다. 단순한 설문 조사용이 아니라, ‘우리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충족시키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했다. 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어떻게 정보를 종합하고 발 빠르게 행동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는 직원들에게 회의 전날 브리핑 자료를 받아, 정보를 소화하고 요약·종합했고 직원들이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있게 도왔다. 제대로 공부하고 질문하면, 더욱 질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평소 영업사원들이 받는 자료도 공유받았다. 나 혼자만 외부인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배우기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수많은 질문을 했다. 그게 내 강점이 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리더의 역할은.
“변화의 속도가 여느 때보다 빠르기 때문에 리더들은 변화를 선제적으로 예측해야 한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고, 빠르게 적응해야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공감과 포용력, 감성 지능, 유연성의 필요성을 높였다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는 ‘목표의식을 고취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이다. 나도 이를 위해 노력한다. 오티스의 목표는 우리의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지구와 사회, 이웃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다. 탄소를 줄이고 에너지를 재사용하고 직원들의 자원봉사를 독려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식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우선시하고 비즈니스 전략에 포함시켜 우리는 물론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오티스는 2030년까지 양성평등 달성을 선언했다. 이유는.
“훌륭한 아이디어는 모두에게서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많은 연구가 ‘다양성이 높은 조직이 그렇지 못한 조직을 뛰어넘는다’고 말하고 있다. 성별 및 인종 다양성이 높을수록, 재무 성과가 좋다는 거다. 오티스의 성공은 ‘직원들에게 영감을 고취시키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상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달려 있다. 우리의 고객들은 각계각층에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관점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들이 필요하다. 오티스는 멘토링, 견습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현장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 정비사와 기술자를 키우고 있다. 또, 여성 관리자와 리더도 늘리려고 한다. 현재 30%인 여성 임원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늘릴 계획이다.”

리더십을 두고 고민하는 여성이 많다.
“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모두가 자신만의 배경,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당신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즐기는지를 생각하라. 당신의 가치관에 충실하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열심히 일하고 비즈니스를 배우고 ‘협업 근육’을 키워라. 당신의 노력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없다. 나는 매일 100%를 다해 일하려 하고, 그러지 않은 날에는 만족하지 않는다. 비즈니스에 대해 대략적으로 아는 데 안주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더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한다. 여러분도 더 많이 질문하고, 조직의 어휘와 비즈니스 리듬을 배워라.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 협업이 성공의 열쇠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맞은 편 동료가 협력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아라. 의견을 경청해 합의에 도달하라.”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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