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서울대 언론정보학, 전 이음소시어스 대표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 연세대 불어불문학,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업개발팀장, 전 카카오 O2O 홈서비스 사업부장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왼쪽부터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서울대 언론정보학, 전 이음소시어스 대표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 연세대 불어불문학,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업개발팀장, 전 카카오 O2O 홈서비스 사업부장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한국계 벤처캐피털인 알토스벤처스가 한국 사무소를 설립했던 2015년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 전체 심사역 중 여성은 단 7%에 불과했다.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는 당시 한국사무소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 자리를 맡으면서 주목받았고, 이후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등의 투자를 이끌며 ‘남초 업계’에서 두각을 보인 30대 젊은 여성 투자자로 거듭났다. ‘소개팅 앱’의 원조 격인 소셜데이팅 앱 ‘이음’을 운영하는 이음소시어스를 25세였던 2010년 창업한 그는, 자신의 회사에 투자했던 알토스벤처스에 2014년 합류한 후 유리천장을 깨고 있다.

박 파트너가 투자한 가사 도우미 중개 플랫폼 청소연구소의 연현주 대표는 여성 창업자가 10% 안팎에 불과한 스타트업 세계에서 ‘아들만 셋’인 워킹맘이다. 쌍둥이가 11세, 막내가 7세였던 2017년, 연 대표가 O2O(온·오프라인 연계) 홈서비스 사업부장으로 카카오에서 준비하던 청소 중개 서비스 프로젝트는 카카오가 전략을 수정하면서 중단됐다. 가사노동 시장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는 함께하던 팀원들과 회사를 나와 청소연구소를 차렸다.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35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코노미조선’은 1월 18일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투자로 연을 맺은 두 여성 리더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성 리더가 늘어나는 걸 체감하나.

박희은 “벤처캐피털에서도 여성이 점점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IT에서 금융으로 넘어왔던 나는 7년 전 처음에 상대적으로 여성차별도 만연하고 유리천장도 공고했던 금융계의 벽을 느꼈다. 당시에 일부 벤처캐피털 업체 관계자들은 대놓고 ‘우리는 여성분들은 채용하지 않습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도 했다. 투자든 창업이든 모두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는 남성이 많다 보니 이들과 일대일로 협상할 대상으로 젊은 여성을 뽑는 것을 기업이 꺼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등 여성 리더가 창업 생태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여성 인력을 벤처캐피털에서도 적극적으로 뽑고 있다. 알토스벤처스의 경우엔 전혀 의도하지 않았으나, 최근 2년간 뽑은 투자심사역 등 5명의 인원이 모두 여성이다.”

연현주 “IT 업계는 제조업이나 금융 대비 여성 인력 비중이 높은 편이었는데 창업하러 나와보니 여성이 확실히 적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성 창업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특히 대학교 창업 동아리에 심사하러 갔는데 리더의 80%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젊은 여성 창업자가 더 많아질 거라고 믿는다.”


여성 리더가 필요한 이유는.

박희은 “투자에는 단순 리서치를 통해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을 뛰어넘는 직관적인 ‘감’도 필요하다. 예컨대 턱수염을 밀지 않는 여성이 면도기 회사에 대한 투자를 검토할 때,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막막하지 않겠나. 성실하게 시장을 조사해서 면도기 시장에 대해 공부하고,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들어볼 수도 있겠으나 결국 자신의 경험으로 바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 그렇다면 단일 성별로 구성된 투자팀의 경우, 자신이 잘 모르는 시장에 대해 막막한 상태에서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시장을 공부하기보단, 그냥 투자를 안 하겠다고 결정할 수도 있다. ‘애매한데, 잘 모르겠고, 다른 거 할 거 많으니까 그냥 하지 말자’라고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 어떤 조직이나 사업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소수가 30% 이상이 될 때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밸런싱을 위해서도 여성 의사결정권자가 필요하다.”

연현주 “가사 도우미 서비스 사업의 투자심사를 받으러 다니면서, 투자자가 전원 남성일 땐 ‘집 가서 와이프에게 물어볼게요’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특히 나이가 많은 남성분들일수록 가사노동이 비용을 지불하고 받을 수 있는 노동이고 관련 시장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종종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하기도 해서, 더 많은 설득이 필요했다. 물론 여성이 창업자라고 해서 반드시 여성과 관련된 사업만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청소연구소 고객 역시 남성도 많다. 핵심은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업계에 다채롭게 섞여 있어야 하고, 대표적인 요소인 성별 역시 다양해야 창업 생태계에 더 많은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여성으로서 현재 리더 위치까지 갈 수 있었던 동인은.

박희은 “남녀를 떠나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실력을 갖추는 것도 기본이지만, 나의 경우엔 투자 심사를 하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남성인데 이들이 나를 이성으로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야 했다. 일부러 더 세고 털털해 보이려고 노력도 하고,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히 여자라서 내뺀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술도 더 마셨다. 아직도 사회에서 여성이 리더급까지 가기 위해서 요구되는 역량은 통상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는 점이 아쉽다. 미래 후배 세대에선 굳이 나의 여성성을 숨기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성공할 수 있길 바란다.”

연현주 “아이돌보미의 도움도 받았지만, 퇴근 후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는 세 아이 숙제도 도와주고 새벽까지 가사도 하느라 고생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사노동의 중요성과 여러 애로사항을 직접 느꼈고, 비록 마지막에 프로젝트가 종료됐지만, 카카오에서 유사한 서비스까지 준비해봤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창업을 하고 회사를 경영할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커리어에서 두려움을 갖게 되는데, 난 항상 나의 경험에 근거해 확신이 서는 경우엔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의견을 개진하고 리더 자리에 섰다. 종종 기업에선 ‘아이 키우기 힘드니까 편한 팀에 가보면 어떠냐’며 여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렇듯 서로 신호를 제대로 주고받지 못한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여성 후배들도 ‘아닙니다. 새로운 거 하고 싶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을 해야 조직에서 서로 오해도 없고 기회도 잡을 것이다.”


여성 종사자가 적으니 리더급이 적다는 의견도 있는데.

박희은 “그렇다면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은 화장품, 언론 등의 업계라고 해서 여성 경영진 등 리더급이 훨씬 많나. 실은 그렇지 않다.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여성 비율이 높다고 해서 그 비율이 의사결정권자급으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단순히 여성 종사자 수가 적다는 이유를 넘어서는 장애물이 있다는 얘기다. 여성은 아주 월등하게 잘해야만 리더가 될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와 기업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연현주 “작위적으로, 기계적으로 정부나 기업이 여성 쿼터(할당)제를 도입한다거나 하는 방향보다는 기업 문화를 평등하게 개선하고, 더 많은 여성 경영진을 확보하는 게,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핵심은 기업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리더를 확보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좋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예컨대 여성 리더가 있는 회사가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경우, 여성 창업자나 임직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여성 펀드를 통해 다시 빛을 볼 수도 있다. 경영진이나 이사회에 여성 비중이 높아지면 사내 문화가 평등하게 개선되고, 보다 다양한 의견이 회사 내부에 공유되면서 더 다양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주변의 기업 대표들에게 더 많은 여성을 경영진으로 확보하라고 하는데, 실제로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제안하는 것이다. 여성 거버넌스 확보가 이젠 기업의 경쟁력이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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