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 교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인적자원개발 석사·박사, 현 서울대 평생교육원장, 전 LG전자 서비스 미국법인 인사부 HRD팀 리더
이찬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 교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인적자원개발 석사·박사, 현 서울대 평생교육원장, 전 LG전자 서비스 미국법인 인사부 HRD팀 리더 사진 이찬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여파로 현실에서의 기술 변화 속도는 너무 빨라졌는데, 대학 교육은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

이찬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 교수는 2월 3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산업인력 육성 전문가인 이 교수는 2019년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직을 수행하면서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진로 설계와 경력개발을 돕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에는 한국산업교육학회 회장으로 취임, 산업교육학계를 이끌고 있다. 특히 이 교수는 기업이 주도하는 현장형 실무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인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의 자문교수로 활동하며 실무형 소프트웨어 개발자 육성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교수는 “대학 교육을 받고 졸업한 인재의 기술 활용 유통 기한이 과거에 비해 매우 짧아지면서 기업 등에서 재교육이 필수가 됐다”며 “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 수요의 빠른 변화에 맞춰 교육과정 개편이 신속하게 업데이트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자 부족 현상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팬데믹 이후 산업 전 분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확산되면서 기술 업계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 예를 들면, 비대면 중심의 재택근무제 도입도 10년 이상 걸릴 미래의 일이었는데, 단기간에 이뤄졌다. 제조 업체 등 기존 비(非)정보기술(IT)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에 돌입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부족 문제가 산업 전반에서 불거졌다. 이는 팬데믹이 우리가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이끌었고, 충분한 개발자가 육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현상이다. 한편으로는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졌는데, 수준 높은 숙련된 개발자는 더욱 희소해졌다. 기업에 조기 전력화될 수 있는 중급 이상의 신입개발자를 대학에서 배출해야 하나,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은 변화된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교수들 평가가 연구 논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 개편에 교수들이 집중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 대책은 없나.
“예측 불가하게 급격한 변화로 발생한 인력 부족 문제라 당장 해결은 불가능하다. 다만, 전체 개발자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들도 신규 채용으로만 해결하려들기보다는 재직자 교육과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기업이 나서야 하나.
“기업에서는 조기에 전력화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기를 원하는데, 대학 커리큘럼 한계상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개발자 양성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기업도 개발자 양성에 한 축이 돼야 한다. 예를 들면,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와 같은 과정에서는 어지간한 대학의 컴퓨터학과 졸업생의 역량을 상회하는 인력들을 6개월 안에 양성하고 있다. 나도 이 아카데미의 자문교수단으로 참여 중인데 현장 실무자들이 직접 강의를 하고, 12명의 분야별 대학 교수들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자문을 통해 산학협력을 이뤄오고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자 부족이 문제가 됐지만, 이러한 현상은 학력시대에서 능력 중심의 역량시대로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기업들의 개발자 영입 경쟁을 어떻게 보나.
“빅테크들은 고급 수준의 개발자가 많고 자체 육성 역량도 뛰어나다. 초⋅중급 정도의 디지털 역량은 사내 육성을 통해서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고급 수준의 개발자는 자체 육성이 어렵고 외부에서 영입할 수 밖에 없다. 스카우트 경쟁이 고급 개발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유다. 그런데 뒤늦게 디지털 전환에 나선 비IT 업체들의 경우엔 이 분야 경험이 없기 때문에 초⋅중급 개발자 확보도 외부 영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영입 경쟁으로 생긴 개발직군의 연봉 거품도 문제다. 성과 수준에 비해서 과도한 연봉을 받는 개발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전 직장에서 수행한 프로젝트 결과물이나 경험치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개발자가 부족하다 보니 많은 기업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높은 연봉을 주고 개발자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 입사 후 일정 기간이 지나서 성과를 검증한 뒤 기본 연봉 외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으로 연봉 책정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삼성은 최근 전무 직급을 없애고, 상무 다음 바로 부사장으로 승진하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파격적인 승진제도가 개발자 영입에 도움이 될까.
“제도 개편은 상징적인 의미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조직 내 핵심 인력들을 육성하는데 전무 직급이 걸림돌이었나라는 의문이 들긴 한다. 특히 개발자들이 부사장이나 최고경영자(CEO) 직책이 아쉬워서 이직을 할지는 의문이다. 개발자 대부분은 이직에 있어서 직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직 임원은 재직 기간이 길지 않을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해외에서 모셔온 개발자들도 회사를 나갈 때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재직 기간을 더 선호할 수 있다. 차장이나 부장급으로 뽑아도 상무나 전무급 연봉을 주는 걸 더 선호할 수 있다.”

기업 내 개발자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회사 내 개발자들의 이직률이 높다고 나쁘다고만 볼 순 없다. 개발 직군이 장기 근속해도 회사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는 새로운 피가 들어와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선순환이 돼야 하는데 개발자가 한 회사에 입사해서 정년을 채우는 게 개인의 기술 역량 개발이나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직률을 낮추기 위한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핵심 인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회사는 사내 개발자 인력의 질적인 면을 잘 분석해서 핵심 인재의 이직률을 관리해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개발자 영입이 쉽지 않다.
“그렇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조직의 규모가 작아서 개발자 영입이 어렵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 인력을 고용하는 게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동남아시아의 태국이나 필리핀 등에서 개발자를 저렴하게 고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개발자를 한국에 데려오면 비용이 증가하므로 현지에서 일을 시키고, 겸직도 허용해 주면 적은 비용으로도 양질의 개발자를 확보할 수 있다. 국내 개발자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스타트업이 기존 대기업에 비해 처우조건이 낮고 미래가 불확실해 보이지만, 성공하면 큰 보상이 약속된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을 개발자들이 깨닫는다면 스타트업행이 증가할 수도 있다.”

개발자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이 잘되려면.
“산학협력을 활성화시키려면 우선 대학 내 보수적인 인사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학계에서도 산학협력 시대라고 외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수들의 외부 겸직은 금지돼 있다. 기업 입장에선 대학에 사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요청해도 교수들이 기업에서 일정 역할을 담당하면서 사업에 참여하는 게 불가능하다. 기업이 기술연구소를 지으면서 대학 교수를 연구소에 겸직시키려고 해도 학칙 때문에 무산되기 일쑤다.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처럼, 기업이 만든 교육기관에서도 각 대학 전문 분야의 교수들이 강의를 개설하려고 해도 겸직 규정 때문에 불가능하다. 산학협력에 적극적인 교수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교수들이 산학협력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도록 성과관리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국은 개발자가 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고 육성에도 관심이 많다. 전공을 불문하고 과감히 도전하시라고 조언하고 싶다. 회사는 돈을 받고 배우는 곳이라는 마인드로 첫 입사한 회사가 마음에 안 들어도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속에서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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