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왼쪽)와 제2 사옥(오른쪽). 사진 네이버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왼쪽)와 제2 사옥(오른쪽). 사진 네이버

“야후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화원(花園)’을 목표로 기존 포털(portal·다른 세계로 통하는 관문) 사이트의 경유지(pass through) 이미지에서 벗어나 종착역으로서의 모습으로 탈바꿈을 추구하고 있다. 야후의 새로운 전략은 포털의 성장 경로에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네이버는 코스닥시장 상장 한 달 후인 2002년 11월 공시한 첫 분기보고서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화원’은 오늘날의 정보기술(IT) 플랫폼을 뜻한다. 인터넷 이용자가 단순히 정보 검색을 위해 포털을 거쳐 가도록 하는 게 아니라 쇼핑·콘텐츠를 포함한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포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그래서 사용자들이 머무는 종착지가 되겠다는 야후의 플랫폼 전략을 당시 검색 스타트업(초기 기업)이었던 네이버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22년 1월 27일. 네이버는 2021년 매출이 사상 최대 수준인 6조817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 이상인 3조5272억원(51.7%)은 서치플랫폼(검색)을 제외한 커머스(쇼핑)·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콘텐츠·클라우드 등 신사업 4종에서 나왔다. 신사업 매출이 검색을 뛰어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사업 4종의 연간 성장률이 41%로 검색(17.4%)보다 가파른 것을 고려하면, 올해 이들 사업의 존재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1999년 삼성SDS 사내벤처에서 독립해 출발했던 네이버가 그해 매출 18억원을 올리고, 이 중 17억원(94%)은 검색을 통한 마케팅 사업으로 벌었던 것과 비교해본다면 큰 반전을 꾀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는 야후, 구글 등 글로벌 포털이 득세하던 시절, 한국어 데이터 기반의 ‘통합검색(2000년)’, 사용자끼리 지식을 교류하는 ‘지식iN(지식인·2002년)’, 다른 사용자들의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2005년)’ 등으로 확실하게 국내 최대 포털로 자리매김한 것이 핵심 비결로 꼽힌다. 이렇게 네이버에 모인 사용자들을 통해 광고 사업뿐 아니라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었다. 일본 국민 메신저로 네이버 같은 플랫폼화된 라인이나 10대를 맞춤 공략하고 있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 스노우, 넷플릭스 영상화 등을 통해 한류(韓流) 열풍에 이바지하고 있는 웹툰처럼 글로벌 시장을 종횡무진하는 사업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 초기였던 2002년 10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던 네이버는 2022년 2월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SK하이닉스 같은 굴지의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가 총액 53조원으로 4위(우선주 제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02년 상장 첫 거래일 2000원대였던 주가는 2월 15일 현재 약 32만원까지 뛰어올라 있다. 투자자들이 ‘플랫폼으로서 네이버’의 현재·미래를 그만큼 밝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는 것도 네이버의 순항을 기대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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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號 네이버, 글로벌 항해 가속

신사업 매출이 검색을 처음으로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한 날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마지막 콘퍼런스콜에서 “새로운 경영진은 기술과 비즈니스 노하우로 본격적인 글로벌 도전을 할 것”이라면서 “네이버의 글로벌 성장 스토리에 주주 여러분의 끊임없는 응원과 격려를 부탁한다”라고 했다. 새로운 경영진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도와 글로벌 사업을 이끌던 40대 여성 리더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뜻한다. 그는 오는 3월부터 네이버호(號)의 새로운 선장을 맡아 항해를 계속하게 된다. 한 대표의 마지막 콘퍼런스콜 메시지처럼 최 신임 대표 내정자의 핵심 키워드는 네이버의 미래 성장을 책임질 ‘글로벌’이 될 전망이다.

올해 네이버는 일본 라인, 야후재팬과 손잡고 커머스 서비스인 ‘스마트스토어’의 현지 버전 ‘마이스마트스토어’를 키운다. 콘텐츠에선 웹툰 원작 드라마의 넷플릭스 공급을 늘리고, 북미 왓패드, 일본 이북재팬 인수에 이어 웹소설 규모 키우기에 나선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현지 도시를 가상세계에 복제하는 디지털트윈(현실의 사물·건물·공간을 복제한 디지털 가상세계) 기술과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초거대 인공지능(AI)의 자체 개발 모델 ‘하이퍼클로바’ 상용화도 추진한다. 연내 문을 열 제2 사옥은 신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거대한 실험실이 될 예정이다. 


plus point

신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건물, 상반기 완공
로봇 100대 누비는 거대한 실험실…제2 사옥 시대 개막

네이버 제2 사옥에 상주할 자율주행 로봇. 사진 네이버
네이버 제2 사옥에 상주할 자율주행 로봇. 사진 네이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본사 건물) 옆, 회백색의 신축 건물이 있다. 네이버의 신기술이 집약된 ‘로봇 친화형 스마트 건물’ 제2 사옥으로, 상반기 중 완공된다. 네이버는 스마트 건물 시스템을 다른 기업에 공급하는 기업용(B2B)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한 거대한 실험실을 지은 셈이다.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네이버 측의 설명을 바탕으로 건물 내부 모습을 미리 그려봤다. 얼굴인식 잠금을 풀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린이만 한 키의 로봇이 다가와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해준다. 이런 로봇이 100대가 넘는다(개소 시점 기준). 로봇들은 총 34개 층(지상 27층과 지하 7층), 층당 약 1만㎡(약 3000평)의 실내를 분주하게 오가며 입주하는 약 7000명의 업무를 지원한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로봇은 필요한 서류와 비품을 가져다주고 참석자 신원과 인원을 얼굴인식으로 확인한다. 회의실 자체도 인공지능 녹음으로 회의록을 자동 작성해주는 하나의 거대한 로봇 시스템이다. 커피를 주문하면 로봇이 직원 자리까지 배달한다. 커피는 장애인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건물 1층 카페에서 만드는데, 여기서도 서빙, 설거지, 청소 등은 로봇의 몫이다.

로봇은 두뇌를 본체가 아닌 클라우드 서버에 두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대신 서로 떨어진 두뇌와 본체가 한 몸처럼 움직이려면 초저지연 통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2021년 12월 업계 최초로 ‘이음5G(5G특화망·통신 사업자가 아닌 기업도 5G망을 구축해 서비스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당하는 주파수 대역폭)’를 신청해 할당받았다.

로봇들은 제2 사옥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다. 네이버 스스로 ‘아크버스’라 부르는 디지털트윈 기술 덕분이다. 로봇들은 실제 제2 사옥의 살아있는 디지털 복제본을 두뇌에 두고, 업무 지원이 필요한 근무자의 위치, 건축 설비의 상태 등을 파악한다.

김윤수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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