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글로벌 첫 번째 성공작 모바일 메신저 ‘라인’ 앱. 일본,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2억 명에 가까운 월 이용자 수를 모았다. 블룸버그
네이버의 글로벌 첫 번째 성공작 모바일 메신저 ‘라인’ 앱. 일본,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2억 명에 가까운 월 이용자 수를 모았다. 사진 블룸버그

“글로벌에서 통하는 사업이 아니면 전면 재검토하라.”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사내에서 고위 임원들에게 했던 말이다. 네이버는 일찍부터 해외 시장을 두드린 것으로 유명하다. 첫 번째 성공 모델이 일본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이다. 국내로 치면 카카오톡과 비슷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세상에 나온 라인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네이버 창업 이듬해였던 2000년부터 이해진 GIO가 일본 검색 시장에도 동시에 뛰어들며 수백 번의 시도, 실패를 반복했던 것이 10여 년 만에 성과를 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이 GIO와 직원들이 가족을 귀국시킨 뒤 약 3개월간 꼬박 회사에 상주하며 만들어낸 것이 라인이다(2011년 6월 출시). 이 GIO는 언론 인터뷰에서 “두려움 속에 밤을 새우며 만든 것이 라인이다”라면서 “라인에서 직원들의 마지막 절박감, 혼이 담긴 느낌을 받는다”라고 당시를 회상한 바 있다. 현재 라인은 일본, 태국·대만·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월간 사용자 1억90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의 네이버처럼 라인이 일본에서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현재는 라인페이(결제), 라인망가(웹툰) 등의 부가 사업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의 커머스(쇼핑)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를 ‘마이 스마트스토어’라는 이름으로 라인에서 선보이기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라인의 대성공이 커머스 사업 진출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마이 스마트스토어는 올해 상반기 일본 시장에서 첫선을 보인다. 

라인은 지난해 3월 일본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과 경영통합도 마친 상태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국내 시장에서 입증한 기술·노하우를 제공하면, 라인이나 야후재팬 등은 그 기술을 활용해 일본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현재 관계사로 분류돼 있는 라인의 매출을 네이버에 포함할 경우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은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 1981~ 2010년생)를 위한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하는 ‘스노우’도 월간 이용자 2억8000만 명을 모으며 ‘제2의 라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노우는 ‘스노우’ ‘B612’ ‘푸디’ ‘소다’ 같은 카메라 앱 라인업을 갖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현 메타) 창업자가 인수 의향을 밝혔는데, 이해진 GIO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노우가 내놓은 한정판 운동화 거래 플랫폼 ‘크림’. 사진 네이버
스노우가 내놓은 한정판 운동화 거래 플랫폼 ‘크림’. 사진 네이버

최근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열풍과 맞물려 전 세계 플랫폼 경쟁 선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제페토 역시 스노우에서 탄생한 것이다. 2018년 첫선을 보인 제페토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 등 전 세계 MZ 세대의 관심을 끌어모으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가입자 2억6000만 명을 확보했다. 이 중 해외 사용자 비중은 90%, 10대 사용자 비중은 80%에 달한다. 제페토가 성장하면서 2020년 스노우에서 관련 자회사인 네이버제트가 분사했다. 같은 해 스노우는 한정판 운동화(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KREAM(크림)’ 출시도 발표했다. 유명 브랜드에서 한정판으로 내놓는 스니커즈를 수집하고 되파는(리셀) 고객층을 이어주는 온라인 장터인데, 타깃은 역시 MZ 세대다. 

네이버 관계자는 “작은 카메라 앱에서 시작했던 스노우는 이제 글로벌 MZ 세대의 트렌드를 캐치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라면서 “잘나가는 해외 사업체를 인수하기보다 이처럼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해외시장을 두드리며 시도하는 것이 네이버의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몰이한 웹툰은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웹툰의 미국 내 월간 사용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었다. 국내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유례없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는 글로벌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네이버웹툰과 왓패드를 합치면 글로벌 사용자 수는 1억7000만 명에 달한다. 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는 약 600만, 등록된 창작물은 약 10억 개 이상인 만큼 향후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에서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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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의 25% 기술 투자가 세계화 밑천

네이버의 글로벌 성과는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의 결과다. 네이버는 매년 연간 매출의 약 25%를 R&D에 투자해왔다. 특히, 네이버는 검색, 커머스, 광고, 콘텐츠, 인프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체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이를 들고 글로벌에 직접 진출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9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인 ‘CES’를 통해 5세대(5G) 이동통신 브레인리스 로봇(Brainless Robot) 기술을 공개했다.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은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고성능 컴퓨터를 로봇 본체 밖의 클라우드로 옮기고 5G를 통해 클라우드에 있는 두뇌와 로봇 본체를 연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로봇의 제작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본체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어 로봇의 활용 분야가 획기적으로 확장될 수 있게 됐다고 업계는 평한다.

지난해 5월에는 국내 최초로 초대규모 AI(인공지능)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는 초거대 AI의 성능 지표인 파라미터(매개 변수)가 2040억 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한국어 초거대 언어 모델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이를 검색,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 중이며,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글로벌 기술 연구 네트워크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2017년 프랑스에 있는 제록스리서치센터를 인수해 네이버랩스유럽으로 재편했다. 지난해 3월에는 베트남 최고 명문 공과대학 하노이과학기술대학(HUST)과 함께 AI 분야에서 다양한 산학협력을 진행할 전용 연구 공간 ‘HUST-네이버 AI 센터’를 오픈했다. ‘2021 네이버 검색 콜로키움’에서는 미국에 R&D 조직을 구축한다고도 밝혔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유럽(프랑스)~아시아(한국, 일본, 베트남)~미국을 잇는 글로벌 AI R&D 벨트를 확보하게 됐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글로벌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AI 기반 검색·추천 기술이나 커머스 플랫폼 기술, 광고 인프라 기술 등은 웹툰이나 라인, 스노우, 제페토처럼 네이버가 직접 구축한 플랫폼은 물론,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나 스페인 1위 리셀 플랫폼 왈라팝 등 네이버가 인수하거나 투자한 플랫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거래되는 상품의 종류가 많은 반면 상품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중고 상거래 플랫폼의 경우 네이버의 AI 추천 기술이나 검색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장우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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