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네이버 창업주,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카이스트 대학원 전산학 석사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네이버 창업주,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카이스트 대학원 전산학 석사 사진 네이버

최근 5년 동안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공식 행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제외하면 1년간 한 차례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해도 있다. 언론과 재계에서 그를 ‘은둔의 경영자’로 표현하는 배경이다.

정작 이 GIO는 자신을 은둔의 경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몇 차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은 “은둔의 경영자가 아니다”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내성적인 성향을 인정하면서도 일반 임직원처럼 매일 회사에 출근하고 직원과 엘리베이터도 함께 타는 등 소통을 이어 가고 있다고 했다.

실제 그는 외부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지만, 내부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내 게시판이나 간담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2019년 노동조합 면담 제안과 지난해 성과급 논란의 소방수 역할을 자처한 게 대표적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리더십에는 정답이 없다. (오너가) 전면에 나서야 좋은 거고, 나서지 않으면 좋지 않은 게 아니다”라며 “정보기술(IT) 업계 특성상 사람이 자원이기 때문에 창조력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구성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2019년 대중 앞에 나선 이 GIO는 “CEO 스타일은 정해진 게 아니다. 야구 타자들이 각자 스타일이 다르듯이 외부 활동을 안 해도 내부에서 활동한다. 나는 절대 은둔형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나서 네이버 창립 20주년을 맞아 성장 경험을 공유했다. 대중에게 모습을 내비친 것은 2014년 6월 중소기업중앙회 주최 리더스포럼 이후 5년 만으로, 이후 현재까지 공식 석상에 나선 적이 없다.

사내벤처를 국내 시총 4위 기업으로 키운 그의 리더십은 외부보다 내부를 향해 있다. 노조의 응답에 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8년 네이버에는 국내 IT 업계 처음으로 ‘공동성명’이라는 노조가 들어섰다. 2019년 본격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선 노조는 사측과 단체교섭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이 GIO가 응답하라’라며 면담을 여러 차례 요구하며 첫 단체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 GIO는 그해 6월 1월 직접 사내 온라인 게시판 댓글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가면 만남 날짜를 빠르게 잡아보자”라며 정면 대응했다. 또 “토론회도 건강하게, 투명하게, 네이버답게 생중계로 해보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기업 총수가 노조와 면담을 받아들인 것도 이례적인데, 역으로 생중계로 토론회를 진행해보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IT 업계 안팎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외부 활동이 뜸한 것으로 알려진 이 GIO여서 더 주목받았다.

이후 상황이 급반전됐다. 13개월간 끌어왔던 노사 협상은 이 GIO가 메시지를 던진 뒤 나흘 만에 열린 첫 교섭에서 16시간 넘게 진행된 마라톤 논의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 간 13개월 교섭보다 이 GIO 발언의 영향이 더 컸던 셈이다.

지난해에는 IT 업계 전반으로 확산한 성과급 논란 진화에 직접 나섰다. 2021년 2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컴패니언 데이’에 참석해 “올해 진심으로 가장 기쁜 일 중 하나는 직원들이 과거에 만들었던 성과에 대해 처음으로 그 밸류(가치)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통해 주주뿐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나누게 된 점이다”라고 했다. 앞서 네이버는 2019년부터 매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10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상장 대기업이 전 직원에게 해당 규모의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2019년 지급한 스톡옵션은 지난해부터 행사할 수 있었는데, 당시 기준 1인당 차익은 1900만원에 달했다.

갈등이 쉽사리 진화되지 않자, 한 차례 더 나섰다. 3월 초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조원과 마주 앉았고, 같은 달 직원들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나도 해진이 형이 쐈다는 칭찬을 듣고 싶다. 사업이 더 커지고 더 잘돼야 타사와 보상 싸움에서 최종 승자가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직원들 독려에 나섰다. 이후 4월 네이버는 의무 보유 기간 등 제약이 있는 스톡옵션과 달리, 받는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스톡그랜트’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네이버의 주식 보상 프로그램은 스톡옵션, 스톡그랜트, 주식 매입 리워드(직원이 자사주를 살 때 매입 금액의 10% 현금 지원, 연 200만원 한도) 등 3종이 됐다.


경영과는 거리 두기…해외 사업 확장 총력

이 GIO는 임직원에게 “네이버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네이버가 낳은 자회사들이 네이버보다 더 큰 회사가 되는 게 네이버의 성공 사례라는 생각에서다. 창업주인 그는 회사와 ‘거리 두기’ 중이다. 표면적으로도 네이버 경영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다. 1999년 창립 이후 맡아왔던 이사회 의장직을 2017년 3월 내려놓은 데 이어 2018년 3월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났다.

본인 보유 회사 주식도 꾸준히 줄여왔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사들이거나, 우호지분을 늘리는 다른 대기업 총수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 GIO가 보유한 네이버 지분은 3.73%(612만9725주)에 불과하다. 개인 투자자 측면에서는 클 수 있지만, 경영권을 보장받기는 힘든 규모다.

이 GIO는 “사업하는 사람은 후배들에게 ‘모든 의사 결정이 최선을 다한 것이었고 외부 압력에 의해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경영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두 명의 자녀를 둔 이 GIO는 자녀에게 승계 의지가 없다는 점도 사석에서 꾸준히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다. 네이버가 2017년 준(準)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총수로 지정된 이후에도 “순환출자 및 친족의 지분 참여가 없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라며 자녀 승계 가능성을 일축했다. 실제 그의 아들은 경영과 전혀 무관한 뮤지션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이 GIO의 시선은 해외로 향해 있다. 이사회 의장직과 사내이사를 내려놓으며 글로벌투자책임자라는 직함을 부여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는 초창기부터 한국이 아닌 세계를 바라봤다. 인구 5000만 명인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10년이 넘는 시간 공을 들여 성과를 낸 이 GIO의 다음 항해지는 북미와 유럽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GIO는 평소에도 “북미와 유럽 등 꿈의 시장에서 라인과 같은 사례를 만들고 싶다”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네이버는 올해 3월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경력을 갖춘 40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전면에 내세워 세계 무대 진출을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plus point

이해진 지원해 불모지 공략할 적임자
친정 복귀한 40대 여성 CEO…해외 영토 확대 가속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내정자. 사진 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내정자. 사진 네이버

최수연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조력해 불모지인 북미와 유럽 시장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81년생’ ‘40대’ ‘하버드 출신 워킹맘’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최 내정자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한 후 2005년 네이버 전신인 NHN에 입사해 2009년 2월까지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근무했다. 이후 연세대 로스쿨에 진학해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며 법조인으로서 길을 걸었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재직하던 중 하버드대 로스쿨(LLM)을 거쳐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과 자본 시장, 기업 지배구조 등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법무법인 율촌에 따르면, 2012년부터 그가 관여한 업무만 수십 건에 달한다. 여기에는 KT의 KT렌탈(현 롯데렌터카) 매각 자문 등 ‘조(兆) 단위’ 거래도 포함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변호사 경력을 쌓은 이후 최 내정자는 2019년 다시 친정인 네이버로 돌아왔다. 기존에 맡았던 커뮤니케이션 업무 대신 글로벌 사업 지원 업무를 맡았다. 이는 이 GIO 직속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차기 CEO로 낙점된 것은 이 GIO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사업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네이버 이사회도 최 내정자를 글로벌 사업 전략 및 해외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점을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사업 지원 총괄을 맡으며, 전사 해외 사업을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김양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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