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대로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사진 제페토
원하는 대로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사진 제페토
제페토 아바타로 재탄생한 걸그룹 ‘블랙핑크’. 사진 제페토
제페토 아바타로 재탄생한 걸그룹 ‘블랙핑크’. 사진 제페토

전 세계 10대가 푹 빠져 있다는 네이버의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플랫폼 ‘제페토’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았다. 공개하지 않는다는 생년월일을 입력하니 현실과 동떨어진 아바타(분신)를 만들 차례다. 긴 머리에 요즘 유행한다는 크롭 톱(짧은 상의), 호피 무늬 치마를 입히자 가상세계에 수많은 ‘월드’가 펼쳐진다. 한강공원에서 커피를 마시고, 해 질 무렵의 바닷가 산책까지 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돌아다니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구경거리가 넘쳐난다. 현실이라면 스쳐 지나갈 인연이겠지만, 지나가는 아바타에게 인사도 건네본다. 셀피(셀프 카메라)도 찍었다.

메타(옛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의 격전지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에서 네이버가 제페토로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약 2억6000만 명의 글로벌 가입자를 모은 제페토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류(韓流) 콘텐츠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가상공간인 월드에 있는 한강공원이 누적 방문자가 2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많고, 현대차(드라이빙 존)나 삼성전자(갤럭시하우스) 같은 유명 기업의 공식 월드도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 기능도 하는 만큼 제페토에서 아바타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유명인)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제페토가 10대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직접 아바타를 꾸미고 월드를 누비며 퀘스트(임무)를 수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란 점이 첫손에 꼽힌다. 네이버는 나만의 독창적인 아바타를 만드는 것을 넘어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크리에이터 플랫폼 ‘제페토 스튜디오’를 지난해 4월부터 오픈해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70만 명이 약 200만 개의 아이템을 만들었으며, 실제 판매 개수는 2500만 건에 달한다. 

주 타깃인 10대 후반 여성들이 역할 놀이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충분히 녹여낸 점도 인기 요인이다. 제페토는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여러 상황극을 위한 재료(아이템, 월드)를 제공해서 개개인이 이를 마음대로 조합해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콘셉트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2차 창작물을 만들고 이를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영화를 함께 찍기도 한다. 이들을 미래 소비자로 공략하기 위해 구찌나 디올 같은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나이키, 푸마, MLB 같은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제페토와의 컬래버(협업)를 추진한 배경이기도 하다. 제페토는 여기에서 안주하지 않고 아바타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한 딥러닝(심층학습) 기술과 가상세계를 뛰어넘어 오프라인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나갈 수 있는 영역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 


명품 컬래버 넘어 다음 먹거리는 ‘게임’

제페토는 최근 2000억원을 유치, 서비스 고도화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글로벌 게임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처럼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게임 관련 투자다. 그간 제페토가 패션, 유통, 자동차, 금융, 컨벤션, 방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던 만큼 마지막 남은 퍼즐이 게임 생태계 조성이라는 판단에서다.

제페토는 지난해 11월 슈퍼캣과 만든 메타버스 합작회사 ‘젭’의 지분 40%를 4억원에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또 다른 캐주얼 게임 개발사(루노소프트)와의 합작회사 설립도 공시했다. 제페토는 점프게임 등 아주 간단한 조작만 할 수 있는 게임 맵만 제공하다가 최근 수집형 게임인 ‘슬라임파티’, 수집 요소가 가미된 점프게임 ‘동물탐험대’ 등을 내놓고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슬라임파티는 최근 누적 사용자 220만 명을 확보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제페토에서 게임 콘텐츠를 즐기려는 잠재적 수요가 있다는 방증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페토는 사용자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툴(도구)과 도화지를 제공하고자 한다”라면서 “아바타를 통해서 실현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 또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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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point

Interview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플랫폼그룹 부문장)
“현실과 똑같은 ‘아크버스’도 있다 도시계획, 관리에 활용할 수 있어”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 사진 네이버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 사진 네이버

제페토가 아바타·월드를 내세운 현실 도피처라면, 네이버랩스가 지난해 말 선보인 ‘아크버스(ARC-VERSE)’는 현실과 거울처럼 똑같은 디지털 세계다. 인공지능(AI), 로봇, 클라우드 같은 기술이 아크버스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미 사업적 궤도에 오른 제페토와 막 세상에 이름을 알린 아크버스가 어떻게 다른지, 아크버스가 정확히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사업을 총괄하는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와 2월 9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아크버스와 제페토가 어떻게 다른가.
“제페토가 가상공간에 기반한 서비스라면, 아크버스는 현실 공간과 디지털 세계, 그 연결에 집중하고 있다. 특정 서비스가 아닌 생태계를 아우른다.”

현실을 어떻게 그대로 옮길 수 있나.
“직관적인 예로 ‘지도’를 떠올릴 수 있다. 지도는 현실의 모습·장소명 등 다양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일종의 디지털 트윈(현실의 사물·장소를 복제한 가상세계)이다. 증강현실(AR), 로봇, 자율주행차 같은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려면 고정밀 측위가 가능한 지도인 디지털 트윈 데이터가 필수다. 네이버랩스는 이를 위해 공간을 스캔하는 장비, 스캔된 데이터에서 원하는 디지털 트윈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기술, 이를 현실 공간의 서비스와 연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달라.
“‘어라이크(ALIKE)’라는 자체 기술이다. 이를 통해 도시 단위의 3차원(3D) 모델 형태 디지털 트윈을 제작할 수 있다. 현실과 동일한 조건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도시계획,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서울시와 3D 지도 구축 프로젝트를, 강남지역 자율주행을 위한 고화질 맵 구축 프로젝트를 각각 진행했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와 함께 도시 단위의 고정밀 지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건축,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 등 아크버스 적용이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네이버랩스는 각 분야의 다양한 니즈와 결합할 수 있는 핵심 기술 개발·실증에 매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5세대(5G) 이동통신 특화망(이음5G) 국내 1호 사업자다. 아크버스에 5G도 활용되나.
“대표적인 예가 로봇이다.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브레인리스 로봇(Brainless Robot)은 로봇의 두뇌를 클라우드에 두고, 로봇과는 5G를 통해서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으면서도 똑똑하고 배터리 소모를 적게 소모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클라우드의 두뇌가 빠르게 로봇과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제어해야 한다. 5G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장우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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