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는 구글이나 바이두 같은 다른 해외 정보 검색 엔진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구글과 아마존이 합친 형태에 가깝다. 이런 모델은 전 세계에서 네이버가 거의 유일하다.”
최근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를 쓴 김병규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2월 16일 ‘이코노미조선’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이 수요자와 공급자를 이어주는 ‘중개자’라고 본다면, 자체 콘텐츠를 생산·공급하는 네이버는 엄밀한 의미에서 플랫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네이버의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내재화(internalization)다. 네이버는 이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주요 메뉴와 콘텐츠를 직접 제공한다. 네이버 뷰(View)나 지식iN도 모두 네이버가 만든 것이다. 구글처럼 단순히 이용자들에게 외부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한다. 이런 내재화 전략이 네이버가 한국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어째서 그런 방식이 한국 시장에서 유효했을까.
“미국에선 인터넷 태동기에 수많은 개인 웹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효과적으로 정보를 찾아줄 검색 엔진이 필요했고, 누가 더 효율적인 검색 엔진 알고리즘을 제공하느냐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그 경쟁에서 승자가 된 것이 구글이다. 반면 한국에선 개인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량이 많이 부족했다. 또한 국내 검색 엔진 이용자들은 대기업이 만든, 정형화되고 깔끔하게 정리된 정보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은 구글처럼 단순한 ‘중개자’ 역할을 하는 검색 엔진이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이다. 네이버는 이런 국내 시장의 생태적 특성을 잘 파고들었다. 자체적으로 정보를 생산·공급했고, 개인 웹사이트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알아보기 쉬운 툴을 사용했다. 그 결과 정보를 독점하기 시작했고, 네이버의 위상을 굳힐 수 있었다.”
네이버 독식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어느 시장이나 시장 지배자가 나오면 피해자도 생기기 마련이다. 네이버 입장에서 우려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정부가 네이버를 위협으로 느끼느냐 아니냐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네이버를 큰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이버의 영향력이 정부를 넘어선다고 생각할 경우, 정부는 제재에 들어갈 수 있다. 둘째, 시민사회의 공감대다. 미국은 구글 등 거대 플랫폼의 몸집이 커지는 것에 대해 시민사회의 거부감이 강하다. 국내에선 아직 그런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언젠가 네이버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감이 커질 경우, 네이버에 불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네이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네이버는 자체적으로 생산한 깔끔하고 표준화된(standardized) 정보와 콘텐츠로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최근엔 보다 덜 정형화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리테일 부문에서도 허름하지만 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푸근한 레스토랑이나 빵집이 인기다. 네이버가 주는 ‘반듯한’ 콘텐츠에 싫증 난 이용자들이 대체재를 찾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네이버엔 큰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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