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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보이어 ESCP 기업가정신학부 교수 영국 런던정경대 사회심리학 박사, ‘터닝 포인츠’ 의장
벤저민 보이어 ESCP 기업가정신학부 교수 영국 런던정경대 사회심리학 박사, ‘터닝 포인츠’ 의장 사진 ESCP 

“환경과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윤리적 소비를 하기 위해 비거니즘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이러한 트렌드에 단순히 편승하기 위해 자신의 제품을 ‘비건’이라며 거짓된 마케팅을 한다면, 오히려 교육 수준이 높은 비건 소비자의 반감을 사고 역효과를 볼 수도 있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사회에 자사 제품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설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벤저민 보이어(Benjamin Voyer) ESCP 유럽 경영대학원 런던캠퍼스 기업가정신학부 교수는 비건 소비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향을 이같이 정리했다. 행동과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소비자 행태를 분석해온 그는 최근에는 코로나19와 기후 변화 등 위기 속에서 발생하는 소비자의 구매 행태 변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까르띠에와 ESCP, 프랑스 경영대학원인 HEC파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구 프로젝트인 ‘터닝 포인츠(Turning Points)’의 의장직을 맡아 지속 가능한 소비, Z 세대(1997~2010년생)의 소비 행동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보이어 교수는 비거니즘(veganism·채식주의를 넘어 삶의 전반에서 동물에 대한 착취를 거부하는 철학이자 삶의 방식)에 대한 관심을 최근 주목할 만한 세계 소비 트렌드로 꼽았다. ‘이코노미조선’은 보이어 교수와 2월 15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거니즘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기후변화, 감염병 등 잇따른 위기로 인해 2022년을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소비 윤리에 큰 관심을 두게 됐다. 이들은 소비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싶어 하며, 구매할 때 인간 노동권과 인간에 대한 윤리뿐 아니라 동물 복지, 환경을 모두 고려한다. 때문에 동물을 학대하고 환경도 해치는 대규모 공장형 축산업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비건 소비를 중시한다. 특히 단순히 식품뿐 아니라 의류 등 일상 전반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비거니즘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거듭나고 있다.” 

비건 소비자의 특징은. 
“행동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비건 제품 소비자는 크게 네 가지 요인인 건강, 환경, 동물 복지, 사회적 영향력에 근거해 비건 제품을 구매한다. 일반 소비자보다 해당 요인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은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환경 오염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현재의 축산 환경에서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민감하기도 하다. 특히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비건 제품을 구매할 확률이 높았고, 이는 이들이 사회 이슈에 관심 많은 친구와 가족 등 주변인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학사 학위 취득자들이 고등학교만 마친 이들보다 비건 제품을 소비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비건 소비자를 상대하는 기업이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소비자는 일반 소비자보다도 기업의 진실성과 정직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층이다. 게다가 교육 수준도 높아서 이들을 ‘속이려는’ 마케팅 수법을 사용해선 안 된다. 비건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마케팅 방식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인하려고 하는 똑똑한 소비자다. 기업이 펴는 주장 중 틀린 부분이 있으면 일반 소비자보다도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동한다.” 

사례를 든다면. 
“원래 속성 자체가 비건인 제품을 비건이라고 마케팅하는 사례가 있다.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마케팅 ‘속임수(trick)’도 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특별히 환경이나 동물 복지를 위해 노력을 하지 않고도 ‘비거니즘’이라는 단어를 남용하는 경우, 오히려 비건 소비자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예컨대 생수를 비건이라고 마케팅하는 브랜드도 있는데, 생수는 동물을 희생해서 만드는 제품이 아니고, 원래 비건인 게 당연하다. 이는 비거니즘이라는 인기 있는 트렌드에 편승해서 사회적인 현상으로 돈벌이를 하는 잘못된 사례다. 위스키, 보드카 등 주류를 비건으로 마케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주류는 만드는 방식 자체가 ‘비건’이고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주류 중에서도 와인을 비건으로 마케팅하는 것은 괜찮다. 와인은 정제 시 부유물을 거르는 과정에서 동물성 재료로 만든 물질을 활용하기 때문에, 동물성 재료 대신 식물성 물질이나 점토 기반의 청징제(淸澄劑)를 활용하는 와인은 충분히 비건으로 마케팅할 수 있다. 비건 소비자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해당 분야에 관심도 많다. 때문에 이런 차이를 바로 포착해낼 수 있다는 점에 기업은 유의해야 한다.” 

비건 소비자를 속이면 안 된다는 것이 핵심 같다. 
“그렇다. 어쭙잖게 비건 제품이 아닌 제품을 비건이라고 속이는 마케팅을 할 것이 아니라, 진실성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다가가야만 비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이 진실성 있게 다가가 비건 제품의 정직함에 대한 신뢰만 얻을 수 있다면, 비건 소비자는 오히려 높은 가격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낮은 편이다. 연구에 따르면 비건 제품에 대한 ‘정당화’가 통했다는 가정하에, 소비자들은 높은 금액을 감수하고서라도 제품을 구매할 의사를 밝혔다. 높은 가격은 오히려 좋은 품질을 보장한다고 이해하는 경우도 있으며, 반대로 낮은 가격의 비건 제품은 매력적인 패키징 디자인을 한다면 어린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을 수도 있다. 자사 제품이 비건이 아닌 기업은 보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제품이 본래 자연적으로, 애초 ‘비건’인 경우 ‘비건’이라는 점은 특별한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될 수 없으니 이런 용어 사용을 깔끔히 포기하라.” 

비건 제품이 많은데, 기업은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중요한 질문이다. 특히 학계에서 일종의 ‘역설’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은 비거니즘 등 윤리적 소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비건 제품이 흔해질수록, 오히려 점점 비건 제품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차별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모든 운동화가 ‘비건’ 운동화가 된다면 소비자는 더 이상 비건 제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특정 운동화 브랜드를 고르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자사 제품이 윤리적인 소비에 기여하는지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 방식이 어떻게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지, 제품 수익 중 어느 정도의 비중을 동물 복지 관련 재단에 기부하는지 등을 보다 면밀히 명시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비건’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소비자를 더 이상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비거니즘이 더 보편화할수록, 기업은 왜 애초에 비거니즘이 시작했는지 그 근원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바로 동물과 사람, 환경에 대한 관심이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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