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내 최초 암호화폐 거래 작명권 코빗 NFT 작품 이미지. 코빗2 훈민정음해례본. 조선일보 DB3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툰 ‘나 혼자 레벨업’을 활용한 NFT. 카카오엔터테인먼트
1 국내 최초 암호화폐 거래 작명권 코빗 NFT 작품 이미지. 사진 코빗
2 훈민정음해례본. 사진 조선일보 DB
3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툰 ‘나 혼자 레벨업’을 활용한 NFT.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올해도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를 둘러싼 산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넷마블·컴투스는 NFT 기반 게임 제작에 나섰고 신한은행·KB국민카드·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를 겨냥한 NFT 증정 이벤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NFT 버블 논란도 동시에 일고 있다. 소더비의 뉴욕 경매에 올 2월 출품돼 화제를 모았던 NFT ‘크립토펑크’가 경매 직전 돌연 출품이 취소됐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시(Open Sea)’는 해킹 공격을 받아 사용자가 구입한 2400억원어치의 NFT를 도난당했다.

흔히들 NFT를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표시해주는 일종의 등기 권리증이라고 한다. 이 권리증의 등장이 새로운 투자 조류를 만들어 낼 것인가. 기회와 혼돈의 국면에서 NFT 비즈니스의 ‘퍼스트 무버’들을 온·오프라인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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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코빗 대표
“비용 확 낮춘 NFT 마켓 2.0 선보이겠다”

코빗은 2013년 7월 설립된 한국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다. 현재 거래액 기준으로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 이은 4위다. 이 회사는 지난해 최초 기록을 두 개 더 추가했다. 한국 최초 NFT 장터를 개설한 데 이어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 협력해 드라마 ‘빈센조’에 등장한 ‘까사노 문양 라이터’를 NFT로 만들어 판매했다. 드라마 IP(지식재산권)를 NFT로 만든 최초 사례다. 넥슨그룹의 지주회사 NXC는 2017년 9월 900억원을 투자해 코빗을 인수했고, SK그룹의 IT 투자 전문회사 SK스퀘어는 지난해 11월 9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랐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새로운 게 있으면 우선 해보자는 게 코빗 문화”라면서 “지난해 초 회사에서 지원금을 줄 테니, NFT 관련 뭐든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코빗 NFT 사업의 출발은 거래 기록이었다. 지난해 4월 코빗은 한국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최초로 거래한 기록의 이름을 지을 권리를 NFT로 만들어 팔았다. 설마 이 작명권이 팔릴까 싶었는데, 중동의 부호 등이 사 갔다. 비트코인 거래 작명권은 약 24이더리움(당시 6500만원), 이더리움 거래 작명권은 35이더리움(당시 9500만원)에 팔렸다.

코빗은 오픈 소스를 활용하면 NFT를 거래하는 장터를 만드는 게 어렵지 않겠다고 판단, 지난해 5월 NFT 장터 서비스도 선보였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시의 API(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만든 서비스였다. 때마침 ‘호텔 델루나’ ‘사랑의 불시착’ ‘빈센조’ 등 웰메이드 드라마로 이름을 날리던 스튜디오드래곤 측에서 연락이 왔다. 드라마를 소재로 NFT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었다. 오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여러 숙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배우 초상권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빈센조 드라마 판권을 갖고 있었지만, 배우와 NFT 발행과 관련한 계약을 하지는 않았다. 빈센조 NFT에 송중기 얼굴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 대표는 “NFT 마켓을 10개월가량 운영해 보면서 발견한 이런저런 숙제들을 해결한 ‘NFT 마켓 2.0’을 빠르면 올 상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NFT 마켓 2.0은 코빗이 자체 개발한 NFT 장터 서비스로, 이더리움 기반의 NFT를 손쉽게 거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 대표는 “NFT 마켓 2.0 개발과 운영에서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뉴스로는 수십억~수백억원대 NFT들이 나온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지불할 수 있는 NFT 가격대는 수만원대일 것이다. 발행자와 구매자 사이의 눈높이를 맞추는 가격 산정이 필요하다. 이더리움 기반 NFT를 거래할 때 내야 하는 높은 수수료도 기술을 동원해 낮추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최근 NFT 트렌드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산업계가 NFT를 너무 어렵게 푸는 것 같다. 사실 무엇이든 공증 도장을 찍어서 블록체인에 올리는 게 NFT다. 좀 더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 NFT인데, 명작·명화·보물이어야 NFT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쉽다.”

비트코인, NFT, 게임스톱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수익률과 유휴 자금 관리 측면에서 금융 기관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밈(Meme)’을 형성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도 바뀐 돈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 금융 기관의 투자역이 암호화폐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내부 보고서를 올려야 하는데, 여기에 도움 될 만한 양질의 보고서가 별로 없다. 코빗이 리서치센터를 만들어 가상자산 분석 보고서를 내놓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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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민 퍼블리시 대표
“NFT는 멤버십으로 진화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플레이투언(P2E·게임하고 돈 벌기), 무브투언(M2E·걷고 돈 벌기) 등 블록체인 기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블록체인 기업 퍼블리시는 말하자면, ‘읽으면 돈을 버는(R2E· Read To Earn)’모델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뉴스를 읽은 독자에게 토큰으로 보상해주는 ‘뉴스 토큰’을 만들었고, 최근 블로터, 아이뉴스24, 더팩트, 미디어오늘 등 10여 개 매체와 뉴스 토큰을 활용한 독자 보상 서비스의 비공개 테스트에 나섰다.

퍼블리시를 널리 알린 것은 훈민정음해례본(이하 훈민정음) NFT다. 퍼블리시는 지난해 7월 발행된 ‘훈민정음 NFT’의 기술 파트너로 참여했다. 퍼블리시는 이 NFT의 백서(white paper) 작성부터 스마트 계약의 보안 감사에 이르기까지 NFT 발행에 관한 업무를 맡았고, 훈민정음 NFT 총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았다.

“훈민정음 NFT 발행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보라는 독보적인 위상을 바탕으로 한 NFT라는 점과 훈민정음 교예본 세트 및 간송미술관 주최 전시회 입장권 40매 제공, 간송 최상위 등급 회원 대우 등 10여 가지 혜택을 구매자에게 제공한 덕분이다.”

권성민 퍼블리시 대표는 훈민정음 NFT 발행에서 배운 교훈 중 한 가지만 꼽으라면 ‘멤버십’이라고 말했다.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도 NFT를 ‘프리미엄 후원회’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권 대표는 “NFT는 디지털 저작물의 거래를 위한 일종의 증표(토큰)이지만, 그것만으로 살아남기에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NFT 발행이 남발하면서 NFT라는 꼬리표만으로 흥행하는 시대는 빠르게 저물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NFT 도입 검토’ 한 마디만 하면 주가가 폭등했었다. 올 들어서는 인플레이션과 정세 불안 등 외부 악재까지 겹쳐 NFT를 내세운 기업도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멤버십이란 간단하게 말해 ‘회원 혜택’이다. 특정한 장소에 입장할 수 있는 권한 등 해당 NFT를 소유한 사람이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사실 훈민정음 NFT의 흥행은 큰 도전이었다. 간송미술관이 미술관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목표 아래 NFT 가격을 높게 잡았다. 훈민정음 NFT는 총 100개다. 001번부터 100번까지 고유번호가 붙는데, 가격이 개당 1억원이었다.

퍼블리시에 따르면, 훈민정음 NFT 구매자 중 상당수가 간송미술관을 잘 아는 기업가라고 한다. 또 간송미술관 후원에 대한 자부심, 재판매했을 때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훈민정음 NFT를 구매한 사람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가격을 낮추고 개수를 더 늘렸더라면 훈민정음 NFT의 대중화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훈민정음의 상업적 이용을 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험은 퍼블리시의 차기 NFT 프로젝트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타 손흥민’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퍼블리시는 축구 스타 손흥민의 세리머니 제스처를 담은 NFT 콜렉션 ‘메타 손흥민’을 3월 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싱가포르 기반의 NFT 기획운영사 NFT스타가 손흥민 소속 구단인 토트넘으로부터 NFT 발행 권한을 확보했고, NFT스타는 손흥민 NFT를 한국에서 유통할 협력사로 퍼블리시를 낙점했다고 한다.

“NFT스타에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가격이다. 100만원 정도면 대중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둘째는 기부다. NFT에 익숙하지 않거나 일종의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선한 일과 연결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셋째, 전통 미디어다. 한국에서는 언론사가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전통 미디어를 통한 홍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정혜 카카오엔터 본부장
“슈퍼 IP의 NFT화는 계속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올해 1월 13일 웹툰 ‘나 혼자 레벨업(나혼렙)’을 활용한 NFT를 공개, 1분 만에 완판했다. 이 NFT는 카카오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운영하는 디지털 작품 유통 서비스 클립 드롭스(Klip Drops)를 통해 판매됐다. 나혼렙은 최약체 주인공이 롤플레잉 게임처럼 각종 과제(퀘스트)를 해결하면서 세계 최강의 헌터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웹 소설로는 2018년 3월 완결됐고 웹툰은 지난해 12월 29일 완결됐다. 나혼렙은 일본, 미국 등에서도 큰 인기를 거둔 K웹툰의 대표 주자다.

이번에 공개된 NFT는 총 2종이었다. 나혼렙 최종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장면 100개(개당 500클레이, 약 80만원)와 주인공 성진우의 모습이 잘 그려진 나혼렙 172화 장면 200개(개당 100클레이, 약 16만원)였다.

“그동안 콘셉트에 가까웠던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꽤 구체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게임을 하고 돈을 버는 P2E 게임, 암호화폐를 맡겨두고 이자를 받는 디파이(DeFi·탈중앙금융), 해외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한 NFT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엔터는 다양한 IP를 갖고 있기 때문에 NFT에 특별히 주목했다.”

류정혜 카카오엔터 마케팅&신사업 본부장은 “글로벌 넘버원 웹툰이라는 상징성, 한국에서 웹툰이 완결된다는 빅 이벤트, 팬덤에 비해 적게 발행된 NFT 수량 등이 맞물려 나혼렙 NFT가 빠르게 완판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는 NFT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회계 처리에서 큰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 정립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법무팀, 재무팀, 기획팀 등이 수차례 머리를 맞댔다. 웹툰 작가(정성락 작가)와 수익 배분에서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실험적인 시도였기 때문에 작가도 ‘함께 모험을 해보자’는 분위기였다.

카카오엔터의 또 다른 NFT 프로젝트는 트레져스클럽과 협업으로 이뤄졌다. 스타트업 제이사이언스 산하 NFT 프로젝트팀인 트레져스클럽은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아트워크를 무작위로 조합하는 형태의 디지털 아트와 NFT를 결합하는 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 NFT 소재는 로맨스 판타지 웹툰인 ‘빈껍데기 공작부인’이었다.

류 본부장은 NFT 분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례로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을 꼽았다. 그는 “BAYC가 암호화폐의 디즈니가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참여자들이 탈중앙화한 모습으로 BAYC를 진화시키는 모습에서 IP 비즈니스에 관한 다양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클레이튼(카카오의 계열사가 만든 블록체인)이 아닌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NFT를 만들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여기에 대해 류 본부장은 “카카오 공동체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아직 회사 차원에서 NFT 매출 목표를 정하는 단계는 아니다.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 올해는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슈퍼 IP와 글로벌 팬을 연결하는 NFT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카카오엔터의 웹툰 부문뿐만 아니라 뮤직과 미디어 부문의 IP를 활용한 NFT도 나올 예정이다. NFT 거래 서비스나 자신이 보유한 NFT를 프로필로 사용하는 프로젝트도 검토 중이다.”

류현정 조선일보 디지털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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