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베라 디 필리피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이탈리아 보코니대 경영학, 런던퀸메리대 지식재산학 석사, 유럽대학원(EUI) 법학 박사, 현 하버드대 로스쿨 내 인터넷·사회를 위한 버크만-클라인센터 교수, 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영구 연구원, ‘블록체인과 법 : 코드의 규칙’ 저자 사진 프리마베라 디 필리피
프리마베라 디 필리피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이탈리아 보코니대 경영학, 런던퀸메리대 지식재산학 석사, 유럽대학원(EUI) 법학 박사, 현 하버드대 로스쿨 내 인터넷·사회를 위한 버크만-클라인센터 교수, 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영구 연구원, ‘블록체인과 법 : 코드의 규칙’ 저자 사진 프리마베라 디 필리피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에 대해 어떤 법률을 적용할 수 있을지 따져 보기 시작하면 디지털 자산 규제가 현행법 체제로 대단히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NFT가 기본적으로 수집품으로 간주되긴 하지만, 어떤 때는 상품권으로 다른 어떤 때는 인증서나 배지 같은 걸로 쓰인다. 그 성격에 따라 적용할 법리(法理)가 다른데, 이용자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셈이다.”

프리마베라 디 필리피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3월 2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 규제가 어려운 것은 현행법이 규정하는 자산의 특성이나 기능 범주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NFT를 예로 들었다. “해당 자산이나 기술이 현재 법 규제 대상인 것 중 어떤 것과 같은 기능을 하는지, 기능적 동등성(functional equivalence)를 집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디 필리피 교수는 “심지어 저작권법을 적용하기도 난해하다”며 “NFT의 고유성을 규정하는 건 ‘해시(hash)’라 불리는 암호화된 디지털 데이터인데, 저작권법 적용 기준이 되는 ‘예술적 표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 필리피 교수는 디지털 지식재산권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개인 간 데이터 전송(P2P), 클라우드컴퓨팅 등 신기술과 관련된 규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블록체인 기술 초창기부터 관련 산업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왔다. 저서로는 ‘블록체인과 법: 코드의 규칙’이 있다. 이탈리아 최고 사립대인 보코니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퀸메리대 대학원과 이탈리아 유럽대학원(European University Institute)을 거쳤다. 영미법과 대륙법을 모두 잘 알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디 필리피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디지털 자산을 규율할 수 있는 새로운 원칙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능한 한 모든 시나리오를 다루는 구체적인 법규보다 여러 비슷한 상황을 다룰 수 있는 원칙 기반 규제가 대안”이라는 얘기다. 그는 “여러 나라가 동일한 원칙과 일관된 해석을 공유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국가 간 규제 차이가 심하면 규제가 약한 곳을 찾아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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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ICO 도입을 논의 중이다. ICO가 기업공개(IPO)와는 뭐가 다른가. 
“ICO는 디지털 자산 규제가 해결해야 할 어려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IPO와 달리 실체가 있는 기업 주식이 아니다. 발행을 책임지는 법인격이 없을 수 있다. 발행 및 거래도 중앙집중된 거래소를 피해 이뤄질 수 있다. 무엇보다 ICO를 통해 발행하는 토큰(디지털 증서·암호화폐보다 넓은 의미)을 무엇으로 규정할지가 모호하다. 지불금 등 돈을 대체할 수 있거나 상품권처럼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로 교환할 수 있는 ‘유틸리티 토큰’ ‘자산담보 토큰’, 기업의 특정 주식과 연결될 수 있는 ‘보안 토큰’ 또는 ‘투자 토큰’, 특정 거버넌스와 관련돼 토큰 보유자가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 토큰’이나 ‘거버넌스 토큰’ 등이 있는데, 각각의 시스템과 기능에 따라 법률 자격이 달라질 수 있다.” 

관습법 체계인 미국은 하위 테스트(Howey Test·해당 계약이 증권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네 가지 기준)를 통해 금융 관계 법률을 적용할지 여부를 판별한다. 한국 같은 대륙법 기반 나라들은 좀 더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독일 등에서 쓰이는 대륙법은 명확하고 정형화한 규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ICO를 규제하는 게 영국이나 미국보다 어렵다. 이들 나라는 유가증권 규제뿐만 아니라 반독점법(한국의 공정거래법)이나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정도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본다.”

디파이(Defi·탈중앙 금융), NFT 등 블록체인 기술 기반 디지털 자산 경제가 확산하면, 각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 
“블록체인 기술은 국경이 없어 어떤 나라가 규제를 해야 할지 불분명하고, 블록체인 기술 기반 상품이나 서비스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규정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익명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다 법·규제 테두리 바깥에서 활동이 이뤄진다. 지금의 금융 관련 규제 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게다가 디지털 자산은 여러 가지 특성이 한꺼번에 있어서 어떤 법률이 적용 대상인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다. 먼저 기능적 동등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나아가 해당 디지털 자산을 규제했을 때 이 규제가 비슷한 대상에 이뤄지는 규제와 동등한 성격인가, 즉 규제적 동등성(regulatory equivalence)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 법률 체계로 디지털 자산을 규율하는 건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법·규제를 어떻게 운용해야 하나.
“원칙 기반 규제 시스템을 짜야 한다. 모든 시나리오를 감안해 세세하게 규정을 명시할 수 없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변화 방향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비슷한 상황을 다룰 수 있는 원칙 기반 규제가 필요하다. 아울러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원칙과 그 해석이 잘 조율된 규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높은 수준의 국제 공조가 없다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국가들에 사업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나라에서는 규제 당국이 투자자 보호나 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하기가 어렵다. 거꾸로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블록체인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해치게 될 수밖에 없다.”

이정수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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