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와 스페이스X 미 캘리포니아주 호손 본사. 사진 AP연합·블룸버그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와 스페이스X 미 캘리포니아주 호손 본사. 사진 AP연합·블룸버그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괴짜’ 슈퍼리치 세 명이 존재한다. 미국의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아마존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회장이다. 

베이조스는 2000년 첫 민간 우주 기업인 ‘블루오리진(Blue Origin)’을 세웠다.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X(SpaceX)’를 설립했고 브랜슨은 2004년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을 만들었다.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는 우주선 발사와 우주여행, 위성 인터넷 등 전반적인 우주 탐사에 주력하고 있고, 버진갤럭틱은 우주 관광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경쟁도 볼 만하다. 둘의 사업이 많이 겹치는 만큼 “미·중 우주 패권 경쟁보다 세계 부자 1(머스크)·2(베이조스)위 간 민간 우주 사업 경쟁이 더 재밌다”는 얘기도 있다. 2017년 머스크가 영국 BBC 인터뷰에서 “베이조스와 경쟁 관계에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프, 누구요?(Jeff Who?)”라며 ‘베이조스는 내 상대가 아니다’라는 의미로 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다만 둘의 목표는 살짝 다르다. 머스크는 화성 도시 건설과 이주를 목표로 삼고 있고, 베이조스는 우주 어딘가에 주거 기지를 건설하고 싶어 한다. 세 억만장자의 우주 기업은 설립 초기에는 공상 과학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하며 민간 우주 개척 시대를 열고 있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은 아직 상장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버진갤럭틱은 2019년 스팩(SPAC)을 통한 우회 상장으로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리처드 브랜슨은 2021년 7월 11일 준궤도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사진 셔터스톡
리처드 브랜슨은 2021년 7월 11일 준궤도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사진 셔터스톡

포인트 1│우주선 발사

머스크와 베이조스 간 경쟁은 로켓과 발사체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베이조스가 블루오리진을 머스크의 스페이스X보다 2년 앞서 설립했지만, 우주 산업에 적극적으로 먼저 뛰어든 건 머스크였다. 스페이스X는 설립 첫해부터 공공·민간 부문 모두에서 우주 활동에 참여할 만한 기회를 활발히 모색했다.

스페이스X는 설립 초기 세 번의 ‘팰컨1(20 06년에 발사한 스페이스X의 우주 발사체)’ 발사 실패로 파산 직전까지 갔지만, 2008년 4차 발사에 성공한 뒤 투자금을 모으며 부활에 성공했다. 이후 ‘팰컨9’과 ‘팰컨 헤비’ 발사체 발사에 성공하고 지금은 ‘스타십 발사 시스템(SLS)’을 개발하고 있다. 다목적 초대형 우주 발사체이자 우주선인 ‘스타십’은 화성을 포함해 먼 미래의 행성 탐사 계획까지 고려해 설계되고 있다.

스타십은 이르면 3월 중 첫 궤도 시험 비행에 나선다. 스타십은 ‘슈퍼헤비’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나간 뒤 잠시 궤도 비행을 하다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하와이 인근 태평양에 착수할 예정이다. 슈퍼헤비 로켓과 스타십은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블루오리진은 올 하반기에 첫 궤도 로켓 ‘뉴 글렌’을 선보일 예정이다. 길이 98m, 지름 7m의 2단형 로켓인 뉴 글렌은 45t가량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실어나르도록 개발됐다. 아마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베이조스는 앞으로 모든 에너지를 블루오리진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스페이스X가 블루오리진보다 한 발짝 앞서 있다. 대표적인 게 NASA가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다. 아르테미스는 2024년까지 달에 유인 착륙하는 것을 목표로, 세계 각국의 우주 기구와 민간 우주 기업이 연계된 거대한 국제 프로젝트다. 아르테미스는 아폴로 프로젝트(1969년 성공한 미국의 달 탐사 계획)와 다르게 민간 우주 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어 머스크와 베이조스 모두 탐내는 기회였다. 그러나 2021년 4월 NASA가 아르테미스의 달 착륙선 개발 사업자로 스페이스X를 선정하면서 베이조스는 고배를 마셨다. 당시 베이조스는 머스크의 독주를 막기 위해 달 착륙선 개발 사업자 입찰에 뛰어들었다. 블루오리진은 록히드마틴, 노스롭 그루먼(아폴로 달 착륙선을 만든 회사) 등과 ‘내셔널 팀’이라는 컨소시엄을 이뤘다. 블루오리진의 성공이 점쳐졌지만, NASA는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던 스페이스X를 택했다. 이에 베이조스는 2021년 8월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NASA를 상대로 소송전을 폈지만 같은 해 11월에 패소했다. 


포인트 2│위성 인터넷 사업

위성 인터넷 사업은 머스크의 스페이스X 산하의 ‘스타링크’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소형 위성 4만2000개를 쏘아 올려 지구 어디서든 24시간 끊기지 않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스타링크의 위성은 상공 550㎞에 떠 있어 초당 100Mb 안팎의 속도를 낸다. 스타링크는 현재 11개국에서 한 달 요금 99달러(약 11만원)의 베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링크 서비스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빛을 발했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2월 26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머스크에게 우크라이나 내 인터넷망 지원을 요청했다. 머스크는 이에 응했고,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스타링크가 사용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위성 인터넷 시장 선점을 놓고도 충돌했다. 2019년 블루오리진이 인터넷 위성 발사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자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베이조스는 카피캣(모방자)”이라고 저격했다. 베이조스는 블루오리진의 자회사 ‘카이퍼 시스템스(Kuiper Systems)’를 통해 인터넷용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위성 수를 늘려가는 ‘프로젝트 카이퍼’를 추진해 왔다.


제프 베이조스는 2021년 7월 20일 아마존 퇴직 여행을 우주로 다녀왔다. 사진 블루오리진
제프 베이조스는 2021년 7월 20일 아마존 퇴직 여행을 우주로 다녀왔다. 사진 블루오리진

포인트 3│우주 관광

베이조스는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2021년 7월 20일 퇴직 여행을 우주로 다녀왔다. 그는 블루오리진의 준궤도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동생, 일반인 2명과 함께 11분간의 우주 비행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지구에 무사히 귀환했다. 베이조스는 지구와 우주 경계인 고도 100㎞의 ‘카르만 라인’을 돌파했다. 당시 베이조스와 함께하는 뉴 셰퍼드 탑승권 1장은 2800만달러(약 344억원)에 팔렸다. 다만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낙찰자는 개인 일정 때문에 비행에 동행하지 못해 기회는 그다음 가격을 써낸 이에게 돌아갔다. 이 비행 이후 블루오리진은 본격적으로 우주 관광 상품 개발에 나섰고, 2021년 12월 세 번째 유인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버진갤럭틱의 브랜슨은 준궤도 우주여행 시장을 두고 베이조스와 경쟁하고 있다. 그는 2021년 7월 11일 ‘VSS 유니티’를 타고 베이조스보다 먼저 우주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만 카르만 라인까지는 도달하지 못해 ‘누가 진짜 먼저냐’를 두고 말이 많다. 

업계에서는 두 수장(首長)의 우주여행으로 본격적인 우주 관광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한다. 버진갤럭틱은 지난 2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1좌석당 5억4000만원짜리 우주여행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탑승객은 고도 90㎞에 가까운 우주 가장자리까지 날아 몇 분간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지구를 바라본 뒤 귀환하게 된다. 블루오리진의 우주여행에는 최근 세계적인 셀럽 킴 카다시안의 연인인 미국 코미디언 피트 데이비슨이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머스크는 우주여행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스페이스X는 전문 우주비행사 없이 민간인 4명을 태운 ‘크루 드래건’ 발사와 귀환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1년에 최대 여섯 번의 우주 관광을 계획하고 있다.

이다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