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황희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장 전남대 화학공업경영학과,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 석·박사, 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사진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조황희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장 전남대 화학공업경영학과,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 석·박사, 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사진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민간 기업과 정부, 각각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우주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조황희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장은 3월 3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가진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는 국내외 우주 개발 이슈와 동향을 분석하고 국가 관점의 우주 개발 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정부 싱크탱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사업으로 2021년 8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설치됐고, 조 센터장이 첫 수장을 맡았다. 조 센터장은 “한국의 우주 발사체 개발·운용 기술은 미국의 60% 수준”이라며 “과거 한국의 비효율적인 우주 개발 시스템을 버리고, 민간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의 우주 개발 경쟁력 수준은.
“우주 시장을 이끄는 미국과 비교해보자. 미국이 트럭 정도의 무게를 발사체에 실어 우주로 보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한국은 소형차 정도 얹어 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2020년 기술 수준 평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우주 발사체 개발·운용 기술은 미국의 60% 수준으로 약 18년 뒤진 기술력을 가졌다. 물론 지난해 10월 누리호를 발사한 것은 의미가 크다. 누리호 발사를 통해 한국은 1.5t 무게의 위성을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세계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목표로 했던 궤도 진입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기술 개발 등 성과는 분명하다. 우주 개발에 있어 한 번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차이는 매우 크다. 오는 6월 누리호 2차 발사를 앞두고 있는데 잘 준비해야 한다. 인공위성 분야는 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역시 미국과 비교하면 기술력이 여전히 부족하다.” 

경쟁력 강화 방안은. 
“우주 개발은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연구개발(R&D)형 전략 산업이다. 때문에 그동안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이는 미국, 러시아 등 우주 개발 선진국 모두 동일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빠른 R&D는 물론 정부와 민간 기업 각각의 역할을 구분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정부 주도하에 R&D가 이뤄지고 있고, 과거 비효율적인 우주 개발 시스템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시장이 중심이 되는 우주 개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고 한 번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 적절하게 상황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특히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우주 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수요 창출 및 제도 구축은 물론 기술 이전 등 정부와 민간 기업의 R&D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미국의 우주 산업이 변화를 겪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소개해달라.
“미국은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과거 보수적이고 위험 회피적 성향이 컸던 우주 산업에 혁신이 일고 있다. 시장 중심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가장 먼저 열린 곳이 미국이고, 대표적인 기업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기존 발사체보다 가격을 절반 이상으로 떨어뜨린 발사체를 개발했다. 이는 우주에 위성 등을 쏘아 올려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려는 민간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가 정신이다. 한국이 우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이런 기업가 정신을 배워야 한다.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우주 산업에 도전하는 기업, CEO가 나와야 한다.”

국내에 스페이스X 같은 도전적인 기업은 아직 없나. 
“아쉽게도 없다. 그러나 희망적인 부분이 계속해서 감지된다. 최근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에 많은 기업체 사람이 찾아온다. 우주 관련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특이한 것은 비(非)우주 기업인데, 우주 관련 사업을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런 기업들의 우주 시장 진출 욕구를 정부가 어떻게 이끌어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 기업이 우주 시장에 들어가려면, 정부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맨땅에 헤딩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정부가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그 기업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줘야 한다.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고 내가 말할 수도 없다. 기업, CEO의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다. 미국 등 우주 개발 선진국의 강점은 자본과 기술은 물론 이런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기업이 정부에만 의지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정부 예산과 기술 이전 등만 바라보는 기업이라면 아무리 정부가 지원해도 그 기업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기업이 많으면 시장 중심의 산업 생태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발사체, 위성 사업은 정부, 군 수요가 많아, 기존에 하던 그대로 하면 어느 정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관점에서 우주 기업을 다시 한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발사체에 들어가는 부품 하나를 만드는 기업이 있는데, 사실 그 기업의 우주 사업은 자사 매출의 1%도 안 된다. 우주 분야 R&D에도 거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 정부가 우주 프로젝트를 할 때, 참여 기업 선정 시 이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했던 기업이 아닌, 능력 있고 도전하려는 새로운 기업을 찾아야 한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서비스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재사용 발사체가 등장하면서 우주에 위성을 쏘아 올리는 발사 비용이 하락했다. 위성 기술의 발전으로 위성 개발 비용도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위성을 통해 얻은 데이터가 크게 늘고 이를 분석하는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자. 우주로 쏘아 올린 지구 관측 위성이 러시아군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하고 있다. 이런 감시 서비스를 하는 곳은 민간 기업들이다. 또 수백에서 수천 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 지구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우주 인터넷’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열 번째 국가로 참여한다.
“미국은 물론 영국,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국가의 민간 기업들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아르테미스에 뒤늦게 합류한 한국은 이제 그 역할을 찾고 있다. 하루빨리 어떤 분야에 기여할지 미국에 제시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국내 우주 산업 역량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르테미스는 2024년 유인 달 착륙, 2028년 심우주 탐사를 위한 달 기지 ‘루나 게이트웨이’ 구축 등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박용선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