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베이커 美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공동소장전 OECD 노동조합 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전 부쿠넬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 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딘 베이커 美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공동소장 전 OECD 노동조합 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전 부쿠넬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 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모든 전쟁에는 확고하고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은 대개 외교적 우위 선점이나 경제적 실리와 연결된다. 베트남전은 자본주의 진영의 선봉에 선 미국이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참전하면서 벌어진 싸움이다. 걸프전은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석유가 원인이 됐다.

그런데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은 전문가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작년 말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9만여 명 군 병력을 보내 포위하고 벨라루스와는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저지를 제외하면 전쟁으로 러시아가 갖게 될 이득은 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푸틴 대통령 정신에 이상이 있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러시아는 왜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 딘 베이커(Dean Baker) 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공동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기습 공격으로 승리를 거둘 것이라 확신한 반면, 미국과 우방국 연합의 대응은 크지 않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는 3월 1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푸틴이 이러한 예측에 따라 공격을 감행했다면, 그의 결정은 비이성적인 게 아니다. 비교적 적은 전쟁 비용을 치르고 큰 정치적 대가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베이커 소장은 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를 설립한 거시경제학자다. 2007~2008년 미국 주택 거품을 최초로 확인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전쟁을 통한 러시아의 득과 실은 무엇인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안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미국과 우방국은 필요 이상 공격적으로 나토를 동쪽으로 확장시켜 왔다. 구소련의 위성국가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처럼 구소련에 속했던 일부 국가까지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푸틴으로선 우려스러운 게 당연하다. 그는 손실 대비 정치적 이득이 크다고 생각해 공격을 감행했겠지만, 이번 전쟁이 러시아에 이득을 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루블화와 주가는 바닥을 쳤다. 러시아 은행도 은행 간 국제 결제망(SWIFT⋅스위프트)에서 차단됐다. 무역 거래가 제한돼 조만간 러시아는 여러 분야에서 물자 부족을 겪을 것이다. 러시아 자산 동결은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를 겨냥해 푸틴의 정치적 영향력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 러시아는 전쟁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경제 타격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쟁이 짧은 국지전으로 끝날 경우를 가정해 얘기하겠다. 핵전쟁의 위협 속에서 우크라이나 공격이 전면전으로 치닫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이미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공급 사슬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에너지 부문을 포함한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가 길어질수록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성장 둔화로 이어질 것이다.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 둔화 정도가 심해질 수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여러 나라가 군비를 늘렸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독일이 대표적 사례다. 군비 증가는 재정 적자가 늘어나거나 사회복지 예산이 축소되는 쪽으로 진행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의식적으로 줄이면서 청정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이는 경제적, 환경적 관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리라 생각한다.”

국제 금융시장이 입을 타격은 뭔가.
“확실히 예상 가능한 건 변동성 급증이다. 주식시장에는 아주 나쁜 소식인데, 채권 수익률 쪽은 어떤 영향이 미칠지 분명하지 않다. 만약 전쟁으로 (경제) 성장 둔화가 일어난다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는 장기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연준이 어떤 결정을 하는지에 달렸다. 많은 이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쟁 때문에 에너지 비용이 상승한 현 상황에서 금리를 높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금리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는 편이 현 상황에 적절한 판단이라고 주장한다. 전자의 경우엔 인플레이션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임금도 내려 경기 침체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후자의 경우엔 조금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되지만, 안정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이다.”

중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까.
“중국은 경제적 관점에서보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전쟁을 관측할 것이다. 러시아의 오일과 천연자원을 필요로 하는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는 동참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의 입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엔 러시아에 대해 상징적인 비난만 할 뿐 제재와 관련해선 어떤 실질적 조치도 취하려 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전쟁이 발발할 때마다 전쟁 특수도 발생했다. 일례로 한국전쟁 때 일본이 미국의 병참 기지로서 전쟁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 세계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고, 핵 위협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전쟁 특수가 발생할 수 있을까.
“국제 무역 협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특정 국가도 전쟁 덕분에 특수한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이번 전쟁 이후 경제적·국제적 위상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우크라이나밖에 없다. 유럽연합(EU)이 벌써부터 우크라이나 회원 가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겪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회원 가입을 거부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특수를 누렸지만, 베트남전에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초반까지도 대공황의 여파를 느끼고 있었고, 경제 능력(economic capacity)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군비 지출을 늘렸다. 물론 전쟁이 절정기에 달했을 때는 지출이 능력을 초과해 버렸지만. 미국은 임금과 물가 통제, 주요 물자 배급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했다. 또한 전쟁을 통해 탄생한 다양한 첨단 기술을 서둘러 민간에 도입했고, 이는 향후 25년간 전후 경제 붐으로 이어졌다. 반면 베트남전 당시 미국 경제는 이미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깝게 작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쟁과 관련된 수요 증가는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작용했다. 이 당시 탄생한 군사 기술은 민간용으로 전환하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베트남전은 순전히 경제적으로는 실패라 볼 수 있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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