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예긴 S&P 글로벌 부회장전 IHS Markit 부회장, 퓰리처상 수상작 ‘황금의 샘(The PRIZE, 1992)’ 저자 사진 캐리 헤이즐그로브(Cary Hazlegrove)
대니얼 예긴 S&P 글로벌 부회장 전 IHS Markit 부회장, 퓰리처상 수상작 ‘황금의 샘(The PRIZE, 1992)’ 저자 사진 캐리 헤이즐그로브(Cary Hazlegrove)

3월 8일(현지시각)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주 수입원을 차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을 막으려는 의도에서다. 미국이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이자, 전 세계 석유 수출량 중 11%를 차지하는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자, 유가가 급등하는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공급이 하루 500만 배럴 이상 감소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약 25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 대니얼 예긴(Daniel Yergin) S&P 글로벌 부회장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3차 오일 쇼크’가 올 수 있다”며, “유가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긴 부회장은 뉴욕타임스(NYT)가 ‘미국의 최고 에너지 권위자’로 꼽은 인물이다. 20세기 이후 석유를 둘러싼 국제정치사를 다룬 저서 ‘프라이즈(The PRIZE·국내에선 ‘황금의 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로 퓰리처상을 받았고, 속편 격인 ‘퀘스트(The Quest·2030 에너지 전쟁)’도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이어 지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 고문 이사회 멤버를 맡았다. ‘이코노미조선’은 3월 14일 예긴 부회장을 서면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에너지 관점에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
“푸틴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획했다. 그는 오랫동안 우크라이나에 집착해 왔고, 자신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푸틴은 러시아 오일·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공격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분열되리라 예측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푸틴은 에너지 시장을 매우 민감하게 주시했다. 그는 오일·가스·석탄 시장이 매우 타이트한 시점을 골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그가 간과했던 유일한 한 가지는 미국 내 LNG 산업이 매우 빨리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됐다.”

 러시아가 전면전을 택할 때와 국지전을 택할 때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어떻게 달라질까.
“어떤 경우라도 시장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유럽은 러시아산(産) 에너지로부터 최대한 빨리 멀어지려고 하고 있다. 러시아는 믿을 만한 자원 공급국이라는 위상을 잃어버렸고, 현재 유럽은 대체재를 찾느라 바쁘다. 유럽은 러시아 오일·가스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대신 수력·태양력 등 천연자원 사용 증가 쪽으로 정책을 전환할 것이다.”



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러시아는 현재 하루에 750만 배럴의 원유와 정제 제품을 수출한다. 수출국 대부분이 나토 국가들이다. 하지만 서방의 제재와 (전쟁 상황을 감안한) 접근 어려움 등을 이유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은 격감할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야기된) ‘거대 공급망 파괴(Great Supply Chains Disruption)’ 외에도 또 다른 공급망 파괴를 야기할 것이다. 세계 주요 산유국들이 부족분을 메워 넣기 위해 어떤 식으로 협력할지가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미칠 러시아 제재의 영향력을 좌우할 것이다.”


3월 7일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지토미르 석유 저장소. 사진 로이터연합
3월 7일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지토미르 석유 저장소. 사진 로이터연합

예긴 부회장은 최근 몇 년간 국내외 여러 언론 매체와 인터뷰에서 셰일가스가 주도한 ‘셰일 혁명’이 세계 에너지의 지정학적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셰일가스는 0.05㎜ 이하의 아주 작은 입자로 구성된 셰일층에서 만들어진 천연가스다. 지구상에 매장된 천연가스의 80%를 차지한다. 셰일층 입자가 너무 작다 보니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를 시추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1998년 미국 한 채굴 업자가 ‘수압 파쇄’라는 시추 방법을 발견했고, 2014년부터 셰일가스 생산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셰일 혁명 덕분에 미국은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산유국이 됐다.

이번 전쟁은 이미 거의 에너지 주권국이 된 미국에 어느 정도 타격을 입힐까.
“미국은 지난 몇 년간 화석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반면, (셰일가스 같은) 청정에너지 사용에 초점을 맞춰왔다. 전쟁으로 에너지 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고려해 미 정부는 에너지 산업계에 생산량을 늘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보자면, 미국은 올해 안에 하루 100만 배럴의 오일을 추가 생산할 수 있으리라 관측된다. 목표 달성의 유일한 걸림돌은 이를 위한 충분한 노동력을 수급하기가 힘들다는 것뿐이다.”

 세계 경제 2위 국가인 중국에 미칠 파장은 어떨까.
“에너지 가격 상승은 중국 경제에 꽤 큰 혼란을 안길 것이다. 세계 최대 오일 수입국인 중국은 당연히 오일·가스 가격 상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서방의 러시아 오일 수입국들이 경제 제재로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나면, 러시아는 에너지 가격을 크게 낮출 것이고, 이때를 틈타 중국은 러시아의 오일과 가스를 저렴한 가격에 가져가려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세계의 에너지 자원 전쟁은 유가 상승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철의 장막과 구소련이 무너진 이후 세계는 글로벌화가 됐다. 이를 틈타 러시아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세계 무대에서 주요 에너지·가스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이런 질서는 지금까지 잘 지켜져 왔다. 하지만 지금 세계 각국은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에 집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정치력이 자원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모임인 OPEC+(오펙플러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3인방이 주도하던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무너져 지금은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volatile prices)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난 몇 년간은 특히나 그랬다. 2년 전엔 오일 가격이 너무 떨어져 생산자들이 밑지는 장사를 했다. 현재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2만원)를 넘어섰다. 에너지 가격이라는 것이 원래 기복이 심하긴 하지만, 이토록 기복이 심했던 적은 없다.”

미국의 셰일 혁명과 세계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판도는 전통 산유국인 중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산유국들이 석유를 중심으로 단결하면 이 지역 전쟁 위험도 줄어들까.
“(지난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의 외교 정상화로 중동엔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게 됐다. 이들 두 국가의 연합은 경제·무역 실리에 기반한 것이지만, 중동 지역 내 새로운 안보 시스템을 형성하고자 하는 열망도 작용했다. 하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은 후티반군, 사우디아라비아 및 아랍에미리트를 등에 업은 예맨 정부군이 여전히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중동 지역 내 전쟁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전쟁은 러시아 경제에 어떤 작용을 하리라 보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과거의 향수를 떨치지 못한 푸틴의 결정에 의해 일어났다. 권좌에 앉은 22년간 푸틴은 러시아가 구소련 당시 가졌던 영향력을 되찾고, 다시 러시아 제국을 일구기를 꿈꿨다. 그는 아마도 전쟁이 며칠 안에 끝날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고, 22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린 푸틴에게 아무도 현실적인 조언을 하지 못했다. 지난 몇 주간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는 22년간 쌓아온 모든 경제적 성과를 날려버릴 것이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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