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상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공동대표 미국 UC 버클리 기계공학 박사, 전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국장, 전 차의과학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전 도이치뱅크 홍콩 상무, 전 바클레이스캐피털 런던 매니저 사진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권오상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공동대표 미국 UC 버클리 기계공학 박사, 전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국장, 전 차의과학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전 도이치뱅크 홍콩 상무, 전 바클레이스캐피털 런던 매니저 사진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전쟁과 경제는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연결된 총체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수출 등 대외 의존도가 높고, 여전히 해외에선 ‘분쟁국’으로 여겨지는 국가다. 한국 기업은 전쟁 등 대외 리스크까지 고려해 ‘시나리오 플래닝(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경영 전략)’을 실시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의 권오상 공동대표는 한국 기업은 전쟁 같은 대외 리스크에 잘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경영, 공학, 역사에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온 그는 금융과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과 경제의 관계를 탐구한 ‘전쟁의 경제학’ ‘전투의 경제학’ ‘무기의 경제학’ 등을 집필했다.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는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사제파트너스와 한국 1세대 벤처투자사 프라이머가 합쳐 만들어진 벤처캐피털이다. 2018년 출범 당시 500억원 규모의 1차 펀드로 스타트업 50곳에 투자했으며, 최근 15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를 조성해 미국 지역 한인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권 대표는 바클레이스은행 싱가포르 지점, 도이치뱅크 홍콩 지점 등에서 옵션 트레이더로 일했고, 금융감독원에선 최연소 복합금융감독국장을 지냈으며, 대학에선 경영학을 가르친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테러, 전쟁 등 외부 위기에 따라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해외 투자은행에서 일하며 기업의 생사가 외부 요인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을 지켜봤다. 이때 전쟁 같은 외부의 정치적 위협이 기업과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했다.

‘이코노미조선’은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는 권 대표를 3월 10일 서울 대치동에서 만나 기업이 전쟁 같은 지정학적 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가 떠들썩하지만 기업의 반응은 다양하다. 
“러시아 사태와 같은 주요 지정학적 위기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기업의 수출입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물론 수치상으로만 보자면,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만약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그들 영토에만 국한돼 단기간에 그친다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도 있다. 특히 벤처캐피털이 많이 투자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제조업이 아닌 IT 산업 등은 여러 원자재 가격 변동이나 해외 공장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더욱 적은 것도 사실이다.”

정말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도 되나.
“앞에 언급한 그런 기업들도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자국이 전쟁에 휘말리거나 기업활동을 하는 국가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전쟁이 장기화하면 결국 전 세계 환율 등 금융에 영향을 준다. 또 전쟁으로 인한 불안감 증가는 소비자·생산자 심리지수에 영향을 끼쳐 장기적으로 경제와 기업활동을 망가뜨린다. 1990년 걸프전 당시 미군은 당시 돈으로 70조원 이상의 돈을 썼는데, 그중 약 60조원을 일본, 독일 등 다른 나라가 지불했다. 결국 특정 국가의 전쟁은 해당 국가 경제뿐 아니라 모든 국가의 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근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무리 우크라이나가 한국과 먼 나라처럼 느껴져도 이러한 위기에 대비할 필요성을 간과할 순 없다.” 

전쟁으로 인한 환율 불안정성은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나. 
“한국 경제는 내수 시장이 작아 수출 비중이 이례적으로 큰 경제·산업 구조다. 영국,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일할 때 만난 외국인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한국은 거의 세계 경제의 헤지펀드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출 비중이 너무 커서 대외적 타격이 오면 ‘한 방에 간다’는 의미다. 게다가 글로벌 트레이딩 현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전쟁 리스크가 있는 곳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쟁이 세계 여러 나라로 번지고, 장기화하면 세계 금융계는 자산을 안전한 곳으로 도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 주식시장에 몰려온 외국인 자금 역시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럴 경우 환율이 폭등해 외환으로 빚을 진 다수 기업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도산할 수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이후 이전 수준까지 돌아오는데 한 달 정도가 걸렸다. 스타트업도 예외는 아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자금은 대부분 정부 돈인데 전체 경제가 흔들리면 스타트업은 정부 재정 집행 영역에서 ‘생필품’이 아닌 ‘사치품’으로 분류돼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지원금 등 펀딩도 직간접적으로 움츠러들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은 전쟁 리스크를 대비해 다변화 리스크 관리를 하는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한 미래를 가정하고, 예상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를 도출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도록 하는 경영 전략 기법이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에서 MBA 과정을 밟을 때 시나리오 플래닝을 배웠다. 계량주의 중심의 미국 학계는 비즈니스를 전쟁 등 외부 요인과 분리된 온실이나 수족관처럼 본다. 반면 역사상 끊임없이 전쟁에 노출돼 왔던 유럽은 비즈니스를 세계 정치 및 지정학사와 연계해서 본다. 이 때문에 인시아드에선 국제정치사 수업이 아예 필수과목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모든 외부적 조건이 확정된 최적의 상태를 가정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최적화(optimization)’ 상황, 즉 수익률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시나리오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위험하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모든 외부 조건이 (기업에) 유리한 최적화 상황일 때만 고려하고 비즈니스를 하는 건 자살 행위에 가깝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1차 오일쇼크를 야기한) 1973년 중동전쟁 당시 글로벌 석유회사 셸(Shell)이 불안정한 중동 정세에 대비해 기획부서 내에 시나리오 기획자를 두고 다양한 리스크에 대비하는 전략을 펼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철수할 때까지 원유 생산을 매월 줄이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셸은 유가 하락 시 발생할 손실 회피를 위해 탄력적이고 다양한 시나리오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등 안정성 위주로 투자 계획을 변경한 덕에 전쟁 와중에도 오히려 수익성을 더 높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반드시 대규모 장기전으로 이어진다거나, 모든 기업이 셸처럼 전쟁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전쟁은 보이지 않는 다양한 경제적 이해관계에 작용하고 기업활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내 회사는 아니겠지’라며 단순히 외면하고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고, 항상 외부 위험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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