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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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국민대 러시아·유라시아학과 교수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경제학 박사, 전 한국슬라브·유라시아 학회 회장
이상준 국민대 러시아·유라시아학과 교수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경제학 박사, 전 한국슬라브·유라시아 학회 회장

냉전 종식은 가혹한 조건으로 러시아에 작용했다. 러시아는 사회·경제적 혼란과 국제적 위상 추락을 겪으며 굴욕감을 맛보았다. 이를 만회라도 하려는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7년 뮌헨 안보 회의에서 미국 주도의 일극(一極) 체제를 비판하면서 본격적으로 서방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푸틴은 소련 붕괴를 20세기 최대의 비극이라 주장하며 위대한 러시아 재건을 명분으로 재집권에 성공했고, 위대한 지도자로 남고자 했다.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배경이다. 무역 등으로 상호의존성이 커진 세상에서 강대국이나 경제 선진국이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전면전이 극적으로 줄어든 최근 흐름과는 배치된다. 이번 전쟁이 국제 질서와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는 군사력의 현대화를 꾸준하게 추진했다. 차세대 무기 시스템의 일환으로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사르마트, 차세대 극초음속 무기 아방가르드·킨질·치르콘, 핵탄두 탑재 대륙 간 수중 드론 등을 선보이며 무력을 과시했다. 전략무기가 이번 전쟁에는 동원되지 않았지만, 그간 개발한 무기들을 투입하면서 자국의 국방력을 위협적으로 보이고자 할 것이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각종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강도 높은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 전쟁과 제재로 인해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석유, 니켈, 네온가스 등 에너지 광물 자원과 곡물 가격은 크게 치솟고 있으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전쟁으로 발생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제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졌고, 소비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소비 지출 감소와 그에 따른 기업의 영업 실적 축소가 전망되는 가운데 금융시장 및 국제 상품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비용 증가도 예상되면서 올해뿐 아니라 향후 경제 전망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물론 전쟁을 직접 자국 영토에서 경험하지 않은 국가의 경제에는 일부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던 사례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미국 경제에 끼친 영향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경우, 전쟁이 진행되었던 1939∼45년 미국 경제는 연평균 10.8%의 성장률을 보였다. 전쟁이 만든 초불확실성으로 수요가 위축되어 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최대한의 동원 체제가 갖춰져 생산 시설이 쉴 새 없이 돌아간 결과, 전쟁 중에도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통상 정부 지출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도 전쟁을 이겨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기에 정부 지출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전쟁이 이례적으로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조건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물자를 생산하는 자원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지 않아야 하고 또 이렇게 조달된 원·부자재를 최종적인 재화로 만들어내는 생산 시스템이 건재해야 한다. 미국은 태평양전쟁 초기 일본에 의해 진주만을 공격받은 것 말고는 본토가 전쟁의 화마로부터 안전했다. 1950년대까지 미국은 석유·에너지 순 수출 국가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하면 신냉전 경제전쟁 될 것 

그렇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두 나라 경제와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우선 러시아는 에너지 광물 및 식량의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첨단 제품 경쟁력은 없지만 그래도 제 기능을 하는 제품 생산은 가능하다. 전쟁터가 되어 버린 우크라이나는 이미 올 농사를 망쳤다. 반도체 칩 생산에 필수적인 네온 가스 공장이 있는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만일 러시아가 전략목표 달성을 위해 최첨단 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대거 투입하게 된다면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국제 사회로부터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지게 되더라도 망명정부가 구성되어 장기적인 대립 구도가 이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경쟁에 의한 신냉전이 본격화될 것이다. 

신냉전은 장기전이며 경제전쟁으로 귀결될 것이다. 군비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며 러시아는 비록 자급자족 체제를 유지하면서 대외 협력을 추진하게 되더라도 그 범위와 대상, 분야 등은 급격하게 축소될 것이다. 서방 역시 고령화 사회 대응 차원 복지 예산과 사회간접자본 지출을 줄이면서 군사 지출을 늘리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신냉전의 성패는 어느 진영이 글로벌 가치사슬을 효율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지, 글로벌 에너지 및 광물 자원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경제발전과 기술개발 경쟁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금융 체제를 가지고 있는지에 의해 결판날 것이다. 즉, 개방적인 시장과 혁신적인 기업의 지속적인 출현, 에너지 및 자원의 수급 안정과 낮은 가격 변동성, 미래가치에 대한 신뢰, 역외 거래자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게 개방되고 발달된 금융시장과 폭넓은 거래 네트워크가 보장되는 국제 지불 결제 체계를 갖춘 국가가 이길 것이다. 설령 러시아가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낸다 해도 이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자국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고 한동안 안정적 균형점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핵 없는 국가를 침공했다는 이유로 과거보다 더 수축된 공간을 배경으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루 24조원에 달하는 전쟁 비용으로 러시아의 부담도 매일 커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역시 재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전쟁의 보상은 통치자와 엘리트에게는 많이 돌아가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적어진다는 점에서 아니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전쟁 종식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대러 제재에 참여했고 러시아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제재 참여 국가들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하고 이들 국가의 기업에 지고 있는 달러화 채무를 루블화로 갚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에서의 위험에 노출되게 됐고, 한·러 무역은 상당 기간 위축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 일희일비할 여유가 없다.

오는 5월 출범하는 한국의 새 정부 중요 과제는 북한 핵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모라토리엄 유지, 에너지 및 자원 등의 경제 안보 개선이 될 것이다. 특히 신냉전 구도는 장기적인 경제전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입각한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에 적극 참여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냉전 구도하에서 위기를 겪으면서 성장을 이룩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우리 기업들은 이번 위기에도 주저앉지 않고 또 한 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다. 신냉전구도 속 새 정부의 외교적 역량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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