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안 호헨바터 메르세데스-벤츠유럽·아프리카 제조 책임자전 벤츠 S·E·C클래스 생산책임자,전 베이징 벤츠 공장장, 전 다임러 AG 엔지니어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플로리안 호헨바터 메르세데스-벤츠유럽·아프리카 제조 책임자전 벤츠 S·E·C클래스 생산책임자,전 베이징 벤츠 공장장, 전 다임러 AG 엔지니어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새하얗고 천장이 높은 자동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뚜벅뚜벅 걸어 다닌다. 일부 직원은 벽에 걸린 모니터로 제작 공정을 확인하며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다. 언뜻 보면, 여느 자동차 공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내부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생산 과정 전 단계를 디지털화한 ‘스마트 팩토리’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가 2020년 9월 독일 진델핑겐에 문을 연 ‘팩토리 56’이다. 

팩토리 56은 벤츠가 총 7억3000만유로(약 9970억원)를 투자해 만든 스마트 팩토리다. 공장 면적은 22만㎡이며 약 1500명의 직원이 2교대로 근무한다. 이곳에서는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직원들은 가상현실(VR)에서 생산계획을 세운다. 공장 내에서는 로봇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자동차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전달하고, 직원들이 기기를 통해 업무지시를 받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벤츠가 팩토리 56에서 사람을 기계로 모든 것을 대체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건 아니다. 벤츠는 디지털화된 생태계를 통해 직원들에게 더 나은 생산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코노미조선’이 서면으로 인터뷰한 플로리안 호헨바터 벤츠 유럽·아프리카 제조 책임자는 “팩토리 56은 우리가 꿈꾸던 미래 공장”이라며 “팩토리 56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전 세계 모든 벤츠 공장에 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팩토리 56에서는 전기차부터 내연기관차까지 다양한 차량을 한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다. 컨베이어 벨트는 무인 운송 시스템이 대신한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팩토리 56에서는 전기차부터 내연기관차까지 다양한 차량을 한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다. 컨베이어 벨트는 무인 운송 시스템이 대신한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가 7억3000만유로를 들여 만든 56번째 생산공장.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가 7억3000만유로를 들여 만든 56번째 생산공장.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벤츠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에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는 자동차 생산에 있어서 최대의 효율성과 유연성 향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생산 공정을 디지털화했을 때 이점과 잠재력이 큰 편이기 때문에, 디지털화는 벤츠의 핵심 요소다. 사람과 기계, 산업 공정을 적절하게 조합하면 고품질 차량을 더 빠르게 생산할 수 있고, 비용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우리의 대표적인 DT 전략을 소개하자면, 디지털화된 생산 생태계인 ‘MO 360(Mercedes-Benz Cars Operation 360)’이다. 이 시스템은 개발부터 설계, 생산, 고객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와 요소를 디지털화해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예를 들어 부품 공급사나 운송 서비스 업체와의 정보교환을 디지털로 기록해 전 세계 부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 반도체쇼티지 같은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변화를 조기에 감지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또 생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 고객의 요구도 충족할 수 있게 했다.” 

팩토리 56은 벤츠에 어떤 의미인가. 
“팩토리 56은 벤츠의 미래를 구현하는 장소다. 유연하고, 디지털화돼있으며,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다. 다른 공장에 비해 차량 생산 모델이 다양하고, 생산량을 조절하거나 여러 부품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편리하다. 팩토리 56의 다양한 혁신 기술은 조립 라인 전체에 일괄적이고, 포괄적으로 구현된다.  지속 가능성도 팩토리 56의 핵심 요소다. 팩토리 56은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팩토리 56은 자가 발전이 가능한 태양광 시스템을 구축했고, 풍력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 옥상에는 녹지를 조성해 오염된 물과 빗물을 분리하고 빗물을 보관한다. 우리는 팩토리 56에서 얻은 다양한 노하우를 전 세계 모든 벤츠 공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팩토리 56에 어떤 기술이 적용됐는지 궁금하다.
“팩토리 56에는 고성능 와이파이와 5G 통신망이 적용돼 있으며, 스마트 기기부터 무인 운송 시스템, 빅데이터 알고리즘까지 다양한 디지털 생산기술이 구현됐다. 공장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항은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이 데이터는 언제 어디에 있든 접근 가능해 재고·품질 정보의 투명성과 생산 효율을 향상시킨다. 또 팩토리 56에서는 종이를 한 장도 사용하지 않는다. 디지털 장치와 디스플레이 화면에 실시간으로 관련 데이터가 표시되기 때문이다. 매년 약 10t의 종이를 절약할 수 있다.”

팩토리 56의 강점은 무엇인가. 
“생산 유연성이다. 팩토리 56에는 다양한 파워트레인(엔진의 발생 동력을 전달하는 동력 전달 장치물)과 차체를 결합할 수 있는 ‘풀 플렉스 결합 세팅(full flex marriage setup)’이 있다. 우리는 생산 라인 한 곳에서 세단부터 SUV까지, 내연기관차부터 순수 전기차까지 디자인 및 구동 방식이 다른 차량을 조립할 수 있다. 효율성도 높은 편이다. 팩토리 56의 더 뉴 S-클래스 생산 효율성은 다른 공장보다 25%가량 높다.”

팩토리 56의 디지털 환경은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팩토리 56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팩토리 56에는 직원 중심의 공장을 짓겠다는 철학이 반영돼있다. 우리는 팩토리 56을 완공하기 전,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청취했다. 먼저 생산 직원을 초대해 캐스팅 공정에 참여하도록 했고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그들과 의견을 공유했다. 어떤 교대조에서 일하고 싶은지, 어느 공장에서, 어떤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까지 얘기했으며, 직원들의 의견 85%가량을 반영했다. 기술도 직원들의 편의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직원들은 인체공학적으로 최적화된 워크스테이션에서 작업하며, 디지털 MO 360을 활용해 더 수월하게 일한다. 모든 직원은 자신이 원하는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plus point

내부에 디지털 DNA 심고, 
외부와 협력해 경쟁력 강화

벤츠가 DT에 나선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벤츠는 2011년 성장률 둔화와 차량 공유 기업의 부상, 경쟁자 증가세에 DT에 나섰다. 벤츠는 전사에 DT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부에서 모은 직원들로 ‘디지털 라이프’라는 DT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디지털 라이프는 모든 직원이 디지털 트렌드를 배울 수 있도록 TED 강연을 열거나, 모임을 개최했다. 처음에 DT 전략에 의구심을 품었던 직원들도 흥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나섰다. 디지털 라이프는 직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해커톤 행사도 열었고,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에 적용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디지털 성공 사례나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거나, 서로 다른 부서 직원들이 모여 신규 프로젝트를 발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벤츠는 내부에 디지털 DNA를 심은 것을 넘어 외부와의 협력도 점차 늘렸다. 2019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클라우드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 ‘익스톨로’를 선보였으며, 2020년에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차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정보와 엔터테인먼트 통합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올라 켈레니우스 회장도 “우리는 이제 자동차 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업이며, 자동차는 궁극의 웨어러블이다”라며 벤츠를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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