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나 허스카이 더글러스 글래스고대동물·컴퓨터 상호작용 조교수영국 센트럴랭커셔대 컴퓨터공학 석사,동물·컴퓨터 상호작용 박사 사진 일리나 허스카이 더글러스
일리나 허스카이 더글러스 글래스고대동물·컴퓨터 상호작용 조교수영국 센트럴랭커셔대 컴퓨터공학 석사,동물·컴퓨터 상호작용 박사 사진 일리나 허스카이 더글러스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행동과 생각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읽을 수 있을까?” 

일리나 허스카이 더글러스(lyena Hirskyj-Douglas)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 동물·컴퓨터 상호작용(Animal-Computer Interaction) 조교수는 3월 23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반문했다.

허스카이 더글러스 조교수는 “대부분 펫테크(Pet Tech·반려동물 관련 기술)는 집에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을 사람이 제어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앞으로는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 스스로 기기를 제어하는 등 그들이 ‘적극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펫테크가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반려동물이 펫테크 제품 및 서비스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혁신적인 펫테크 개발과 동시에 반려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스카이 더글러스 조교수는 개 등 반려동물이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사람과 소통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세계적인 인간·동물 컴퓨터 상호작용 분야 전문가다. 2021년에는 개와 사람의 영상 통화 시스템 ‘도그폰(Dog Phone)’을 개발했다.


일리나 허스카이 더글러스 조교수가 개발한 개와 사람의 영상 통화 시스템 ‘도그폰(Dog Phone·아래)’과 실제 사용 장면. 사진 일리나 허스카이 더글러스
일리나 허스카이 더글러스 조교수가 개발한 개와 사람의 영상 통화 시스템 ‘도그폰(Dog Phone·아래)’과 실제 사용 장면. 사진 일리나 허스카이 더글러스

펫테크가 글로벌 반려동물 산업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약 10년 전부터 펫테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유럽, 미국 시장에서 센서·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펫 장난감이 출시되며, 글로벌 펫테크 시장을 이끌었다. 시장 분석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펫테크 시장 규모는 55억달러(약 6조8000억원)를 넘어섰고,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20%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증가와 반려동물의 건강,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펫테크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다.”

펫테크 시장 발전 방향을 전망하면.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반려동물의 행동과 생각을 읽고 그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미 개의 행동을 읽고 교육하는 펫테크 기업이 등장했다. 자율 개 훈련 기기 ‘트레이너(trainer)’를 개발한 미국 컴퍼니언(Companion)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트레이너는 스피커를 통해 개에게 ‘앉아’라고 명령하고, 개가 이 명령을 따르는 것을 감지하면 간식을 준다. 집에 혼자 있는 개가 불안을 느낄 때 트레이너를 사용해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려동물 산업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영향은. 
“팬데믹 기간 개를 입양하는 사람이 증가했다. ‘팬데믹 퍼피(Pandemic Puppy)’ 현상이라고 한다. 개를 입양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나쁘게 볼 게 없다. 반려동물 산업 측면으로도 시장 성장과 연결된다. 하지만 꽤 큰 문제가 대두됐다. 개를 키우는 농장이 (시장) 수요를 맞추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더 많은 개를 키우려고 하고, 불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갑작스럽게 개를 입양한 사람들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과연 그들이 개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다.” 

인간과 개의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한 소통을 연구한다. 어떤 연구인가.
“2021년 집에 홀로 남겨진 개가 주인과 영상 통화할 수 있는 ‘도그폰’을 개발했다. 개가 센서를 단 공을 흔들면, 집 안에 설치한 노트북 화면을 통해 개와 집 밖에 있는 개 주인이 영상 통화를 하는 시스템이다. 개가 공을 흔들어 전화를 걸었을 때 주인이 화면에 나오면 개는 그 주인을 반긴다. 물론 개가 주인과 소통하기 위해 공을 흔든 것이라는 판단을 하기는 어렵지만, 개와 주인이 영상으로 소통할 수 있다. 반대로 주인이 개에게 전화를 걸 수도 있는데, 개가 주인의 전화를 받은 적은 없다. 연구 목적은 개가 기기 사용자로 ‘적극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느냐였다. 현재 대부분의 펫테크는 집에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을 사람이 제어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으로는 사람이 제어하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 스스로 기기를 제어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이런 기술이 펫테크의 새로운 프런티어(frontier)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의 적극적인 결정과 의지는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이른바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과 연결되는 것 같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미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긴다. 자신이 키우는, 아니 함께 사는 반려동물에게 좋은 옷과 음식은 물론 그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 기기 그리고 건강을 위해 엄청난 신경을 쓴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펫테크 기업이 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펫테크 시장 성장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펫테크 기업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 및 서비스가 반려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주인에게 알려야 한다. 펫테크 제품을 너무 오래 사용하면 반려동물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이 몇 시간 동안 레이저 빔 장난감을 쫓게 하는 것은 그들의 건강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이나 반려동물 주인이 이런 부정적 요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펫테크 기업 대부분은 자사 제품 사용 시간 제한 등과 관련한 지침이 없다. 정부가 이런 부분을 고려한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동시에 이를 사용하는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펫테크 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는 반려동물 관련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글로벌 반려동물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나. 
“당연하다. 모든 시장 조사 기관의 예측이 그렇다. 하지만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가 첨단기술을 통해 반려동물에게 제공하려고 하는 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반려동물의 행동과 생각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겠나.”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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