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전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테일러 룰(Taylor Rule) 창시자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전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테일러 룰(Taylor Rule) 창시자 사진 존 테일러

1947년 스위스 제네바에 인접한 호반에서 작지만,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신자유주의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주최한 이 모임엔 통화주의를 제창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오스트리아학파’ 중 하나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남긴 카를 포퍼 등 쟁쟁한 경제사회학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열띤 토론 끝에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학회 ‘몽페를랭 소사이어티(Mont Pelerin Society, 이하 MPS)’를 결성했다. 창립 7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MPS는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국제적 단체로서 굳건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 단체의 회장을 역임했던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자유시장경제를 강력하게 옹호하는 인물 중 하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미 재무부 차관을 지낸 테일러 교수는 중앙은행이 설정하는 명목 이자율의 기준이 되는 ‘테일러 룰(Taylor Rule)’ 창시자이기도 하다. 테일러 교수는 3월 1일 ‘이코노미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큰 정부가 부상(浮上)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지금 같은 시기에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테일러 교수와 일문일답.


팬데믹 이후 세계가 큰 정부를 지향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앞으로도 계속되리라고 보나.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팬데믹이 최악의 국면은 넘겼다 하더라도 아직 경제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머잖아 사람들은 경제 성장이 이 상태로 괜찮은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될 것이고, 이는 사람들에게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것이다. 정부가 커지고 강력해질수록 시장 기능은 위축된다. 반면 시장자유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그러니 내 대답은 ‘아니다’다.”

작년 초대형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미국도 큰 정부를 지향하려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레이건이 추진한 경제 정책)’와 반대되는 길을 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엔 분명히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현 상황에서 더 나아가선 안 된다. 우리가 여전히 시장경제에 의존한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일례로 빅테크들이 캘리포니아주에서 (규제와 세금이 적은) 텍사스주로 옮기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여전히 시장자유주의와 낮은 규제, 낮은 세금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큰 정부 옹호론자들은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를 주장하는 작은 정부 지지자들을 복지보다 기업을 우선하는 ‘기업 우선주의자’라고 비판하곤 한다.
“그 반대다. 자유시장에선 노동자들이 더 큰 1인당 소득을 얻을 수 있으니 노동자들에게 이익이다. 극소수의 부유한 사람들만 혜택을 입고 나머지 사람들은 혜택에서 제외되지 않는 한, 전체 소득과 1인당 소득이 성장하는 경제는 성공적인 모델이다. 다만, 부(富)가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하려면 자유시장은 모든 사람에게 자유롭게 열려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육 등 기회의 평등이 보장돼야 한다.”

복지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북유럽 국가는 큰 정부의 성공 모델로 보인다.
“북유럽 국가들이 성공한 이유는 그들이 큰 정부여서가 아니다. 정부의 크기와 상관없이 성공적이라 여겨지는 국가에선 국민이 웰빙 증진과 기술 혁신을 위한 많은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 줌(Zoom)으로 대화하고 있는데, 줌을 개발한 에릭 위안은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왔고 이곳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꽃피웠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이 받아들여질 여건이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성공의 관건이며, 북유럽 국가들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

한국도 개발 독재 정부 시절에 경제 성장을 이룩한 바 있다.
“민주주의 과도기를 거쳐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나.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바로 남북한을 비교해 봐라. 시장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북한과 남한의 경제 발전 차이가 얼마나 큰가. 그 외에 다른 사례들을 살펴봐도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소득 격차가 꼽힌다.
“소득 격차가 발생하는 건 시장경제의 장점 중 하나다. 물론 소득을 배분하는 데 있어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논의도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다룰 때 중요한 점은 ‘기회 공정(equal opportunity)’이 보장되느냐의 여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에서의 기회 공정이다. 출신 성분과 관계없이 모두가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열악한 지역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또 진정으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노동을 장려하는 세금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극빈층을 구제하는 한편, 그들이 언제까지나 복지의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도록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한국에선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논란이 많다.
“최저임금 인상에서 우려스러운 점은 고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출 대비 생산성을 높이길 원하는 고용주들이 고용을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실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실질 임금 혹은 노동 시장 임금이 낮은 자들이다. 실업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복지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 편이 (시장의) 가격 체계(price system)를 간섭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팬데믹에 대비해 더 많은 국가가 큰 정부를 지향하려 할까.
“거기에 대해선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를 생각해 보자. 그건 정부의 주도로 만든 것이 아니라 민간 부문, 시장을 통해 나왔다. 시장의 자유가 혁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에서 직원들이 같은 공간에서가 아니라 수천 마일씩 떨어진 곳에서 의사소통을 하며 근무한다. 교육 측면에선 이런 변화가 훨씬 더 빠른데, 나는 5~6년 전부터 온라인 공개 수업(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팬데믹으로 인해 훨씬 가속화됐다.”

큰 정부가 설득력을 얻는 시대에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세계 경제에서 괄목할 만한 진보는 대개 시장이 잘 작동하는지, 국가 간 교역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와 관련 있었다. 정치적 분위기에 의해 자유시장에 대한 회의가 제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왜 시장이 자유롭게 작동하는 게 중요한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Keyword

테일러 룰 실제 인플레이션율과 실제 경제성장률이 각각 인플레이션 목표치와 잠재성장률을 벗어날 경우,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를 변경한다는 이론. 특정 국가의 적정 금리 수준을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

오윤희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