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체 장강경영대학원(CKGSB) 교수, 가오펑컨설팅그룹 창립자 겸 CEO MIT 학·석사, UC 버클리 MBA, UC 버클리 박사,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에드워드 체 장강경영대학원(CKGSB) 교수, 가오펑컨설팅그룹 창립자 겸 CEO MIT 학·석사, UC 버클리 MBA, UC 버클리 박사,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은 ‘세계의 짝퉁 공장’이라는 오명으로 불렸다. 중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얼마 없었고, 값싼 노동력만이 그나마 강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약 20여 년이 흐른 지금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다. 알리바바는 미국 IT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고, 삼성전자의 시총을 뛰어넘어 아시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한 텐센트는 세계 게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을 가진 샤오미는 스마트폰부터 공기청정기까지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성능으로 가성비 면에선 세계 최고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다.

중국은 어떻게 단시간에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에드워드 체(謝祖墀) 가오펑(高風)컨설팅그룹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는 중국 정부에 비결이 있다”고 지적했다. 체 CEO는 3월 22일 ‘이코노미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시장은 실패한다는 서양의 일반론과 달리,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은 정부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컨설팅 업체 가오펑을 세워 중국과 관련한 비즈니스 분야에서 수백 개 기업을 컨설팅했다.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 함께 중국 경제 개혁 정책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고, 상하이시 특별 정책 자문을 역임한 바 있다. 다음은 체 CEO와 일문일답.


흔히들 ‘큰 정부’는 시장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은 어떻게 급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나.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 이래 약 30년간은 정부가 가격 등 시장의 모든 걸 결정했고, 기업은 그저 모든 걸 정부에 맡긴 상태였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이후 권력을 잡은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을 단행해 시장경제와 기업가 정신을 허용했다. 정부가 시장을 100% 좌우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 100%의 권한을 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중국은 40년 전 거대한 사회적 실험을 단행해 독특한 혼합 모델(combination)을 만들었다. 국가가 지휘하는 경제(state-directed economy)에 민간기업의 활동을 허용한 것이다. 이러한 혼합 모델은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을 향해 움직이면서도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자신들의 역량을 펼치는 것을 가로막지 않았다.”

정부 주도 경제는 기업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서방에서 그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현재 중국 정부는 5년마다 ‘경제 개발 계획’을 발표해 정부가 나아갈 방향을 지향하고, 어느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러면 향후 정부 정책 흐름을 재빨리 읽은 민첩한 기업들이 전망 좋은 사업에 뛰어들어 성장을 견인한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이 이러한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독재 정권은 민주화를 바라는 국민 염원으로 결국 무너졌다. 공산당 1당 독재 체제의 중국 정부 모델이 지속될 수 있을까.
“모든 국가는 고유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렌지와 사과를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둘을 똑같이 비교할 순 없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포함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 에델만 등 유명 글로벌 PR 회사, 입소스를 비롯한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에 대한 중국인의 신뢰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어느 한 조사, 혹은 어느 한 시점에 나온 결과물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실시한 수많은 조사에서 결론은 모두 동일하게 나온다. ‘그건 조작된 결과야’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 와서 실제로 중국인과 이야기를 나눠 봐라. 내 말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14억 중국 인구 중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최상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신뢰도의 비결은 무엇인가.
“대단한 마법 같은 게 아니다. 실적이 신뢰를 이끌어냈다. 사실 어떤 한 정부 모델이 다른 정부 모델보다 더 훌륭하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중국은 지난 40년간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며,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다. 중국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선두 주자다.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큰 정부가 방만한 경영과 부패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부패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자신들이 큰 정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서구 여러 나라도 부패로 골치를 앓곤 한다. 때문에 정부의 규모가 커서 부패가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 약 10년 전 중국 공산당은 부패가 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반(反)부패 캠페인을 실시한 것이다. 큰 정부와 만연한 부패는 필수적인 인과 관계가 아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세계가 큰 정부를 지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일시적일까, 지속될까.
“글쎄. 확언할 수는 없다. 나라마다 다양한 문화적·역사적 배경이 있으니까. 중국이 급진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뒤 많은 나라가 우리 시스템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 정부 모델은 고유한 역사적 배경과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것이다. 중국은 60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매우 오래된 문화권이다. 우리는 긴긴 역사 동안 주변국, 다른 민족들과 싸웠고, 그들로부터 다양한 문화와 사상을 받아들였다. 

인도로부터 받아들인 불교가 중국 문화의 일부가 된 것처럼. 우리는 새롭고,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에 열려 있으며, 그러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매우 포용적(inclusive)인 문화 DNA를 갖고 있다. 근래에는 마르크시즘과 자본주의를 수용해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 중국의 정부 모델은 이런 역사와 문화 DNA가 합쳐진 것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복제할 수 없다. (나라마다 고유한 역사·문화 배경을 바탕으로 정부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는 건) 해외 다른 모든 국가도 마찬가지다.”

큰 정부의 단점은 무엇인가. 중국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많은 이가 이렇게 말한다. ‘정부가 (경제의) 방향을 제시하다니, 그럼 정부가 잘못된 방향을 제시하면 어떻게 하지?’라고.

물론 실수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만 보자면 중국엔 견제와 균형의 원리(check and balance)가 매우 잘 지켜지고 있다. 만약 정부가 이 방향으로 가라고 했는데 그게 잘 작동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기대한 만큼 수익을 얻지 못하고 민간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방향대로 움직이길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만약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더 많은 민간기업이 정부의 지시에 참여할 테고. 그런데 야구를 빗대 설명하자면, 현재까지 타율은 매우 좋은 편이다.”


plus point

“코로나19로 커진 정부, 감시 사회로 이어질 수도”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 역사학자, ‘사피엔스’ 저자사진 유발 하라리 트위터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 역사학자, ‘사피엔스’ 저자사진 유발 하라리 트위터


코로나19 위기 상황은 정부에 많은 힘을 실어줬다. 앱을 통한 개인 위치 추적, 공공장소 입장 시 개인 정보 제공 등 평상시라면 국민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을 일들도 ‘국가 비상 상황’이라는 말로 합리화됐다. ‘사피엔스’를 쓴 세계적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2020년 3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정부의 과도한 권력이 ‘감시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라리는 “코로나19에 맞서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여러 정부가 많은 감시 도구를 동원했다. 중국은 스마트폰 감시, 수백만 대의 CCTV, 체온 보고 등으로 감염자를 쉽게 확인하도록 했으며, 이스라엘 역시 테러리스트를 추적하기 위한 감시 기술을 감염자를 찾아내는 데 동원하도록 결정했다”고 지적하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러한 상황이 일상화되고, 감시 기술은 근접 감시(over the skin)에서 밀착 감시(under the skin)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임시적 조치는 대개 위기 상황이 종료하더라도 지속되기 마련”이라며, 이스라엘이 지난 1948년 독립전쟁 당시 비상 시국을 선포해 언론 검열과 토지 몰수 등 특별한 규제를 ‘임시’로 도입했으나, 전쟁 후에도 이들 규제가 오랫동안 지속된 점을 예로 들었다. 하라리는 “코로나19 역시 확진자가 0명이 되더라도 데이터 수집에 굶주린 정부가 ‘2차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지속적 생체 감시를 하려 들 것”이라며, “국민적 역량 강화만이 전체주의적 감시 체제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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