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조직 개편을 취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정부 조직 개편을 위해서는 먼저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셈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시절부터 ‘작고 유능한 정부’를 주장하며,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길을 걷겠다고 선언해왔다. 문 대통령이 행정 조직(18부 5처 18청)을 역대 최대로 키워 재정 부담이 크고 효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처별 특성과 시너지를 고려해, 신설과 통폐합, 폐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어떤 행정부를 만들어야 할까. 코로나19로 전 세계 주요국이 큰 정부로 향하는 와중에 한국만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은 새 정부의 방향성을 묻기 위해 4월 4일 이근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화상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대다수 정부가 작은 정부를 원하지만, 막상 국정을 시작하면 쉽지 않다”며 “정부의 크기에 집중하기보다 행정 서비스의 질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 규모 판단 기준은. 한국의 정부 규모는.
이근주 “인력(공무원 수)과 예산(정부 지출), 정부가 하는 일 등을 주로 보고 판단한다.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어떤 국가가 큰 정부인지, 작은 정부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상대적 비교를 한다고 해도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정부 인력은 약 110만 명 정도이지만, 이는 공무원 신분인 인력만을 집계한 것이다. 공무원 신분은 아니면서도 정부 역할을 수행하는 공기업 및 공공 부문의 많은 인력을 고려한다면 통계치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임도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 부문 일자리 비율은 2019년 기준 8.1%로 뒤에서 두 번째(31번째)이며 회원국 평균(17.9%)보다 낮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지출 규모로 보면, 33.9%로 OECD 평균(40.8%)에 못 미친다. 단순하게 보면, 작은 정부라고 불리는 미국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한국이 작은 정부다’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인력 기준이 국가마다 달라 단순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은 의사, 간호사 등도 모두 공무원인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여기에 금융감독원, 선거관리위원회 등 기관과 한국전력 같은 공공기관 300여 개 인력이 빠져 있다. 즉 ‘그림자 정부’라고 할 수 있는 인력이 많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간 정부 규모를 더욱 키우기도 했다. 문 정부는 공무원을 17만4000명 늘리고, 공공 부문에서 81만개 일자리를 확충한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실제로 재임 기간 중 공무원이 12만 명 이상 늘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합과 비슷했다. 이는 공무원 인건비, 연금 등을 늘려 문제다.”

큰 정부가 부활했다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상황이 바뀔까.
이근주 “많은 국가가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처방을 했다. ‘정부 지출 증가 규모가 적정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는 인플레이션과 재정 건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질 거다. 그렇지만 급격하게 규모를 줄였을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 본다. 이후에는 국가별 역량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임도빈 “일반적으로 경제 하락기나 전시에 큰 정부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건강은 개인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공공 영역이 됐다. 많은 국가가 재정 적자까지 감수하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힘썼고, 보건 국가로 회귀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바로 작은 정부로 돌아설 것 같지 않다. 차기 정부 5년간 여파가 있을 것이라 본다.”

큰 정부의 장단점은. 
이근주 “큰 정부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원을 갖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이는 단점의 원인도 된다. 정부가 많은 일을 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내부적으로 비효율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정부 정책이 국민의 삶에 불필요하게 개입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은 만능이 아니다. 정부 개입이 사회 문제 해결의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시장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

정부 운영에 꼭 필요한 것은. 
임도빈 “정부 역량도 중요하지만, 정부 신뢰도 중요하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국민이 정책을 따르지 않고,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한국도 방역 문제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지 않나. 큰 정부, 작은 정부 따지기보다 정부 서비스의 양과 질을 살펴야 한다. 정부 신뢰도도 상당히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작고 유능한 정부’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가능할까. 
이근주 “규모보다는 ‘유능한’ 정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거에도 많은 대통령이 당선 전에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이 임기 중 공무원 수를 늘렸다. 이상과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무원 수에 집중하지 말고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느냐, 잘하고 있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실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민간기업과 달리 정부 정책 여파는 크다. 정책을 만든 뒤, 일주일에 한 번씩 고쳐대면 온 국민이 힘들어진다. 정책 하나를 만들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양한 시각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심도있게 분석, 검토, 고민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임기와 선거 주기에 매몰돼 짧은 시각과 안목으로 정책을 만들면 안된다. 정권은 5년이지만 국민은 500년이다.”

임도빈 “윤석열 정부도 막상 국정을 운영하기 시작하면, 기존 공무원을 해고할 수도 없는 데다 다양한 인력이 필요해 작은 정부로 가기 쉽지 않다는 걸 느낄 거다. 하지만 단순히 일이 늘었다고 정부 크기를 키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관여하는 범위가 넓어졌다 하더라도, 정부가 모두 직접 하려고 하지 말고 가능한 한 민간을 이용하는 게 좋다. 정부 능력을 키우는 방법도 있다. 어떻게 민간과 협조해서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새 정부에 조언한다면. 
이근주 “시대가 변화하면서 정부가 수행해야 할 기능이 달라지고 있다. 새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과 기능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새롭게 요구되는 기능이 적정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기능에 대해서는 그에 맞도록 조정해야 할 것이다. 전체 규모보다는 기능적 균형에 관심을 두고 이를 통해 정부 성과를 더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늘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지는 않듯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도 만능이 아니며 완벽하지도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만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정부와 시장이 함께 국가·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협치를 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시장이 효율성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도적 틀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임도빈 “이제는 ‘교육’ ‘문화’ ‘보건’ 부문이 상당히 중요해졌으며, 과거처럼 ‘성장’만 좇으면 안 된다. 경제 성장은 물론이고 국민 행복,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보수 정권만 할 수 있는 고용 유연성 제고를 고려하되, 복지를 신경 쓰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한다. 

큰 정부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그림자 정부에 숨어있는 잉여 인력을 재분류해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3000명 인력의 선거관리위원회처럼 한시적으로 일하는 공공기관이 있는데, 이 중 일부라도 인원이 부족해 격무에 시달리는 부서에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과거 성장기처럼 중앙 부처에 많은 인원이 필요치 않은데 과도하게 큰 가분수 형태다. 이제 머리 대신 국민 가까이서 일하는 손·발이 늘어야 할 때다. 

공무원 선발도 새 시대에 맞게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정보화 인력을 늘리고, 고령화 시대에 맞게 대민 접촉 등 현장 인력이 늘어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를 요구해도 2~3개를 알려주는 공공 마인드를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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