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상하이에서 고속철도로 20분 거리의 쿤산.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4월 6일부터 봉쇄에 들어간 쿤산은 대만 기업들의 중국 공장 집결지로 불리는 곳이다. 세계 최대 자전거업체인 대만 자이언트의 공장도 그곳에 있다는 이유로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보니 투 자이언트 회장은 4월 12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기간이 과거 1~2개월이면 됐는데 2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연말은 돼야 공급망 병목이 완화될 것 같다”고 했다. 자이언트는 쿤산공장을 포함해 중국에서 매년 전체 생산량의 절반인 350만 대의 자전거를 만든다.

사례2│지난해 10월 스위스의 한 유명 브랜드의 로드바이크를 주문한 회사원 김창훈(42)씨는 6개월을 기다린 후에야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이마저도 빨리 받은 것”이라며 “원했던 구동계와 휠이 들어간 제품은 1년 넘게 걸린다고 해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했다”라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나타난 ‘자전거 품귀’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자전거 마니아들이 주로 타는 주요 브랜드 로드바이크를 구하려면 반년 전 사전 예약은 필수가 돼버렸다. 2년 전부터 실내에서의 코로나19 감염 불안감이 커지면서 실외 운동인 자전거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고, 지하철과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대신할 수 있는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주목받았다. 대린 듀버-스미스(Darrin C. Duber-Smith) MSU덴버 마케팅학과 부교수는 “자전거가 자동차의 대체 수단이 됐다”며 “팬데믹으로 집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위해 자동차보다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건강에도 유익한 자전거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자전거 판매량은 1억7330만 대(추정치)로 2019년(1억6020만 대) 대비 8.17% 증가했다. 자전거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수출은 팬데믹 기간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과한 중국산 자전거 관세 인상 탓에 2019년 전년 대비 11.4% 감소했던 중국의 자전거 수출량은 2020년, 2021년 각각 14.8%, 14.9%의 증가율로 돌아섰다. 초과수요로 중국산 자전거 수출 단가도 올라 중국 자전거 수출액은 2021년 51억달러(약 6조3800억원)로 2019년(28억달러) 대비 82% 급증했다. 주부 김애경(65)씨는 3년 전 구매했던 자전거가 고장이 나 새 제품을 사러 자전거 매장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3년 전 70만~80만원대였던 동일 브랜드 모델의 자전거 가격이 100만원 더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전거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이월 상품 할인 자체가 없어졌고, 지난 2년간 가격 인상이 거듭됐다”고 했다. 

자이언트는 실적은 호조세다. 자이언트의 지난해 매출은 28억5000만달러(약 3조5682억원)로 2019년보다 30% 증가했다. 하지만 이 회사 중국 공장에 닥친 위기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하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자전거 품귀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키운다. 자전거 부족이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은 “자전거 제조 산업은 자동차처럼 많은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공급망이 함께 갖춰져야 하는데, 일본 시마노가 세계 자전거 구동계 부품의 70~80%를 독점하고 있는 데다, 대만의 타이중이나 중국 선전 및 톈진의 생산 인프라가 자리 잡아 국내 산업계가 이를 넘어서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시마노의 지난해 매출은 5465억엔(약 5조4650억원)으로 팬데믹 직전인 2019년(3632억엔) 대비 50.4%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실외 운동에 대한 건강 우려가 커지면서 자전거 시장 성장세는 한풀 꺾인 상태였다. 자전거 공유 플랫폼으로 새로운 동력을 모색하던 자전거 시장은 팬데믹 이후 수요 급증으로 자전거 여행이나 중고 거래 플랫폼 같은 신산업 생태계까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집에서 야외 느낌으로 자전거를 타는 데 도움을 주는 가상현실(VR) 사이클 시뮬레이션 업체인 미국 즈위프트는 세계 3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로 꼽히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4억5000만달러(약 5085억원)의 투자를 받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눈에 띄는 건 전기자전거 시장의 성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020년 미국에서 전기차가 23만1000대 팔리는 사이 전기자전거는 약 50만 대 팔렸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기 운송 수단은 전기차가 아니라 전기자전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수요 증가로 할리데이비드슨, 포르셰, 벤츠 등 글로벌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업체까지 전기자전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2023년 글로벌 시장에서 1억3000만 대의 전기자전거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팬데믹 이후에도 자전거 경제의 고성장이 지속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자전거 경제 빅뱅’을 기획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자전거 수요 증가뿐 아니라 ESG(환경·사회· 지배구조) 열풍에 따른 친환경 소비와 각국 정부의 자전거 인프라 확충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자전거 전용도로와 보행로를 두 배 늘리기로 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자전거 구매 시 친환경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자전거 주차 공간을 늘리고 자전거 수리 비용도 국비로 일부 지원할 방침이다.


plus point

Interview 박선호 백만킬로사이클아카데미 대표
“팬데믹 後 자전거 수강생 약 50% 증가…제대로 배워야 부상 없어”

심민관 기자

박선호 백만킬로 사이클아카데미 대표 2010년 중국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사이클 단체추발 금메달리스트 사진 박선호
박선호 백만킬로 사이클아카데미 대표 2010년 중국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사이클 단체추발 금메달리스트 사진 박선호

“코로나19 팬데믹 전과 비교하면 약 50% 정도 수강생이 늘었다.”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사이클링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박선호 백만킬로사이클아카데미 대표는 4월 18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2003년 서울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박 대표는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후 2015년 선수 은퇴까지 약 10년간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했다. 박 대표는 2016년 서울 천호동에 자전거 전문 교육학원인 백만킬로사이클아카데미를 세워 자전거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전거를 학원에서 배워야 하는 이유는. 
“국내의 경우 별도의 교육 없이 자전거를 타는 분들이 아직도 많다. 자전거 입문을 할 때 전문가에게 올바른 자세를 배우면 부상을 최소화하고 몸에 무리 없이 자전거를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누가 배우러 오나.
“취미로 자전거를 배우는 30~40대 회사원들이 많다. 은퇴 후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배우러 오는 60대 분들도 있다.” 

팬데믹 이후 자전거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올랐나.
“확실히 체감한다. 피날레오나 비엠시 등 유명한 브랜드는 사고 싶어도 1년씩 기다려야 한다. 중고 가격도 20% 정도는 오른 것 같다.” 

비싼 자전거는 얼마나 하나. 
“2000만~3000만원대 정도면 최고가 자전거 라인이라고 보면 된다. 자전거 가격은 프레임과 휠, 구동계를 어떤 걸 선택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각각 다르게 결정된다. 티탄 소재의 프레임이 제일 비싸지만, 성능은 카본 프레임이 가볍고 제일 좋다. 휠은 라이트웨트의 제품이 제일 비싸다. 휠 가격만 700만~800만원 정도 한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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